미 연방정부, 워싱턴 D.C. 안보 예산 2,000만 달러 삭감…트럼프의 ‘치안 붕괴’ 주장과 배치

워싱턴 D.C. 안보 예산이 44%나 대폭 삭감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수도의 범죄 급증을 지적한 발언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도시권 안보 이니셔티브(UASI)’ 보조금 고시를 통해 전년도 대비 2,000만 달러가 줄어든 2,520만 달러만을 워싱턴 D.C. 및 인근 지역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44% 삭감에 해당한다.

FEMA를 관할하는 국토안보부(DHS)는 “현재 위협 지형에 맞춰 자원을 재배분한 결과”라며, 9·11과 같은 대규모 동시다발 테러보다 소규모·단독형 공격의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일상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지만 경계가 느슨한 장소—보호가 핵심 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이번 삭감은 시카고·뉴욕·로스앤젤레스·뉴저지주 저지시티·샌프란시스코 등 다른 주요 도시에도 적용됐지만, 워싱턴 D.C. 감액 폭이 가장 컸다. 구체적인 감액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도권(메릴랜드·버지니아 인근 포함)이 사실상 ‘최대 손해’ 지역이 됐다.

무리얼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실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D.C.는 연방 의존도가 높은 특별구이기에 연방 보조금 변동이 곧 도시의 공공안전 투자액 변동으로 직결된다.

예산은 ‘내셔널 캐피털 리전(National Capital Region)’, 즉 워싱턴 D.C.와 메릴랜드·버지니아 일대에 공동 편성돼 있다. 2016년 지역 국토안보·비상관리국(HSEMA) 보고서에 따르면, 위험물(HazMat) 훈련, 경찰 인력 충원, 비상 통신망 광섬유 교체 등에 활용돼 왔다.

올해 FEMA가 전국 도시권에 지원하는 총액은 5억5,350만 달러다. 그러나 수도권 예산 중 UASI 비중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방 매칭펀드 성격상 연쇄 삭감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한다.

“도시 전체가 연방시설로 둘러싸인 D.C. 특성상, 연방과 지방안보는 사실상 동일선상에 있다.” — 연방재난관리청 전직 고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 에드워드 코리스틴 보좌관이 최근 D.C.에서 폭행을 당하자 8월 5일 연방경찰 투입을 지시했다. 그는 “수도가 완전히 통제 불능”이라며 직접 시정권 개입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러나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검사실 보고(2024년 12월)에 따르면, D.C.의 폭력 범죄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35% 감소했다. 통계상 범죄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방 예산이 삭감되자,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치안’보다 ‘정책 우선순위’를 앞세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 용어와 배경 설명

FEMA(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는 재난·비상사태 대응을 총괄하는 미 연방기관이다. 허리케인, 대형산불 같은 자연재해뿐 아니라 테러·대규모 사건에도 출동하며, ‘도시권 안보 이니셔티브(UASI)’를 통해 대도시 보조금을 배정한다.

UASI는 9·11 이후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테러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40여 개 대도시권에 CCTV·대피훈련·사이버보안 인프라 등 맞춤형 예산을 지원한다.

소프트 타깃은 공항·지하철·콘서트홀처럼 방문객이 많고 개방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테러 조직이 경계가 철저한 ‘하드 타깃(정부청사·군기지)’ 대신 민간 다중시설을 노리는 경향이 커지면서, 예산 또한 보안 강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국토안보부의 판단이다.


• 기자 해설

이번 결정을 두고 전략 자원 재분배라는 정부 논리와 수도 방어 약화라는 지역 우려가 첨예하게 충돌한다. 예산 삭감이 실제 치안 저하로 이어질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치안 확보’라는 정치적 명분을 오히려 스스로 약화시킬 위험을 안게 된다.

또한 D.C.는 연방·시정부 예산 구조가 얽혀 있어, 의회 승인 없이 자체 증액이 불가능하다. 결국 2,000만 달러의 공백을 메우려면 의회 로비나 주(州) 차원의 대응이 불가피하다. 정책 공백이 장기화되면 지상·사이버 복합시설 보호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안 장비·훈련을 공급하는 민관 파트너들의 수주 물량이 줄어들 여지도 있다. 이는 지역 경제 및 공공안전 스타트업 생태계에까지 ‘긴축 효과’를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정확한 위험평가·투명한 예산 집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치안·경제 양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비용’이 커질 수 있다. 향후 의회 청문회·지방정부 협상에서 예산 복원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