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미국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에 부과하려 한 50% 관세를 무력화하기 위한 초당적 결의안을 52대 48로 통과시켰다.
2025년 10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표결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종료해 관세 근거 자체를 제거하자는 취지다. 결의안에는 민주당 전원이 찬성했으며 공화당에서도 랜드 폴(켄터키) 의원 등 5명이 이탈해 공동 발의‧지지했다.
그러나 이번 상원 결의안은 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오는 3월까지 해당 안건 상정을 막아두고 있어, 정치적 상징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연방의회에서 양원이 모두 같은 결의를 통과시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추가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경: 트럼프의 관세와 국가비상사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7월, “전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에 대한 부당한 법적 처우”를 이유로 들며 브라질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 관세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선포했는데, 미국 대통령은 국제 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행정명령을 통해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쿠데타 미수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치적 동지’였던 보우소나루가 부당한 재판을 받았다며 관세를 정당화했지만, 미국 안팎에서는 ‘동맹국을 겨냥한 관세 폭탄’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정치 일정과 향후 절차
이번 상원 표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브라질 관세를 무효화하려는 두 건의 추가 결의안 △브라질‧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 계획을 저지하는 움직임의 ‘예열전’ 성격을 가진다.
특히 다음 주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남용했는지’ 여부를 두고 구두변론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는 행정부의 무역·안보 권한과 의회의 견제권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국제무대 파장
이번 상원 가결은 불과 며칠 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부대행사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해 ‘무역 합의 타결 기대’를 밝힌 직후 나왔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와 남미 주요 수출업체들은 미 의회 내 논의 동향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헷갈리기 쉬운 용어 해설
–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 미국 대통령이 안보·경제 위협을 이유로 행정권한을 확장할 때 쓰는 제도.
– IEEPA(국제 비상경제권법):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대통령이 무역·금융 제재를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한 연방법.*1977년 제정
시장과 투자자 관전 포인트
미 의회의 초당적 반발은 ‘대통령의 관세 권한 남용’ 논란이 매 선거 주기마다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신호다. 관세가 최종 철회될 경우 브라질 철강·알루미늄 업체의 대미 수출비용은 즉시 낮아져 뉴욕상품거래소(LME) 가격 변동성에 영향이 예상된다. 반대로 트럼프의 관세가 유지되면 미국 내 금속·자동차·건설 자재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까지는 하원 표결 지연, 대법원 판단, 백악관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등이 얽혀 있어 최종 결론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을 운용하는 국내외 기업은 ‘불확실성 장기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 관점
재무부·상무부 출신 통상 변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근거를 충실히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행정부의 관세 권한을 제한하려면 의회의 초당적 연대와 사법부 판단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이는 행정부의 대외경제 정책이 ‘입법·사법의 복합 견제’를 받는다는 미국식 견제와 균형의 전형적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정치‧시장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관세 이슈는 2026년 대선 국면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보호무역 기조를 선호하는 유권자와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산업계 사이의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의회 절차, 사법부 판단, 미‧브라질 간 외교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봐야 관세 전쟁의 최종 승패와 경제적 충격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