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트럼프·황젠슨 회동 이후 엔비디아 H20 칩 중국 수출 허가

엔비디아(Nvidia)(NASDAQ: NVDA)미국 상무부로부터 H20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 수출 허가서(라이선스)를 발급받았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은 최근 엔비디아가 신청한 H20 칩 수출 허가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조치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처음 보도했다.

H20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 도입한 AI 칩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전용으로 설계한 그래픽처리장치(GPU)다.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해당 칩의 대중국 판매를 전면 금지했으나, 7월 말 이를 번복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조속한 시일 내 라이선스를 받을 것”이라고 밝히고 미 정부에 공식 신청서를 제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연쇄 면담이 결정적 계기

FT에 따르면 황젠슨(Jensen Huang)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대선 후보)에게 직접 로비를 펼쳤다. 트럼프는 면담 이후 4월의 수출 금지 조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으나, 엔비디아 측은 “3주가 지나도 실제 라이선스 발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8월 6일 다시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두 번째 회동을 가졌다.

“면담 이틀 뒤인 8일, BIS가 라이선스 발급 절차를 시작했다”

고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안보 우려와 ‘백도어’ 논란

엔비디아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H20 칩에는 원격 접속이나 제어가 가능한 백도어(backdoor)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잠재적 보안 위험을 문제 삼아 칩 도입을 망설인 데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GPU, 즉 그래픽처리장치는 원래 영상·이미지 연산용으로 개발됐지만, 병렬 연산 성능이 뛰어나 AI 학습에 필수적인 하드웨어로 자리 잡았다. H20 같은 고급 GPU는 생성형 AI 모델의 학습·추론 속도를 크게 좌우한다.


업계·시장 반응 및 전망

이번 허가로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회복할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FT는 “라이선스 발급이 개별 건별로 이뤄져, 향후 추가 심사·조건이 붙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미국 대선 구도가 맞물려, AI 반도체 수출 규제는 정치·외교 변수에 따라 유동성이 클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경쟁 과정에서 IT·제조업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핵심 기업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규제 완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미 상무부와 엔비디아 모두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 해설: 규제와 기술 사이에서의 줄타기

AI 칩 분야는 안보·산업 정책이 교차하는 영역이다. 미국 정부는 첨단 칩이 중국의 군사용으로 전용될 위험을 막기 위해 성능·대역폭·연산량 등 세부 사양을 기준으로 수출 규제를 설정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기준치를 피하기 위해 FP64(64비트 부동소수점) 연산 비활성화, 인터커넥트 대역폭 축소 등 다양한 ‘다운그레이드’ 설계를 택했다.

그러나 중국 빅테크 기업 및 스타트업은 여전히 H20이 국산 AI 칩 대비 2~3배 이상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때마다 중국 수요는 단기간에 폭증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향후 라이선스 정책이 성과·사례 중심으로 전환될 경우, 기업들은 ‘맞춤형 칩’을 지속적으로 설계하며 규제와 기술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