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이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계열사인 앰버 에너지(Amber Energy)가 베네수엘라 국영 정유사 시트고 페트롤리엄(Citgo Petroleum)의 모회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절차를 한층 더 진전시켰다. 같은 날 경쟁 입찰자인 골드 리저브(Gold Reserve) 측의 움직임은 제동이 걸리면서, 15개 채권자들이 얽힌 복잡한 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델라웨어 레오나드 스타크(Leonard Stark) 판사는 시트고 모회사 지분 매각을 담당하는 법원 관리인에게 골드 리저브 자회사(달리나 에너지)와 체결했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하고, 앰버 에너지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라고 구두로 명령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절차가 사실상 앰버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당 결정은 법정에서 구두로 선고되었으며, 서면 의견과 명령문이 곧 공개될 예정”이라고 골드 리저브 측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스타크 판사는 다만 최종 낙찰자를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으며,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우선협상’ 지위를 조정한 행정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법원은 골드 리저브가 제기한 ‘앰버 에너지의 입찰 자격 박탈’ 신청을 같은 날 기각해, 양측의 희비가 엇갈렸다.
SPA가 갖는 의미와 배경
SPA(Stock Purchase Agreement)는 주식·지분 거래의 모든 조건을 명시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다. 특히 법원 감독 하에 진행되는 경매 절차에서 선두 주자가 자금조달과 규제 승인을 마무리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앰버 에너지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자회사 PDV Holding 지분 확보를 위해 필요한 각종 승인을 선점하게 됐다.
앰버 에너지의 제안 규모는 총 59억 달러에 달하며, 이 안에는 PDVSA가 2020년에 발행했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채권 21억 달러를 별도로 상환하겠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반면, 골드 리저브 자회사 달리나 에너지의 대응 입찰에는 해당 조항이 없었다. 현 단계에서 법원이 앰버 측을 ‘가장 우수한 입찰’로 권고해 온 것도 이 같은 채권자 보전 조항의 유무가 결정적이었다.
베네수엘라 정부 및 자산과 얽힌 다수의 국제중재·채권 소송은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시트고는 미국 내 자산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이 뒷받침되는 ‘사실상의 유일한 담보’로 간주되며, 채권자들에게는 최대 목표물이 돼 왔다. 현재 최소 15개 채권자 집단이 미국 법원을 통해 배상·채권 상환을 추구하고 있다.
뉴욕 연방법원의 별도 판결이 미치는 영향
같은 날 뉴욕의 또 다른 연방법원에서는 시트고 지분을 담보로 한 2020년 베네수엘라 국채의 법적 유효성이 재확인됐다. 이는 채권자들이 ‘담보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했으며, 결과적으로 채권 상환을 병행 제시한 앰버 에너지의 우위를 뒷받침하는 판결로 해석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델라웨어와 뉴욕—두 연방법원의 동시다발적 판결은 베네수엘라 계열 자산을 둘러싼 글로벌 분쟁에 가속 페달을 밟게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일부는 향후 외교적 마찰과 추가 제재가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용어·배경 설명
*헤지펀드* :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통해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를 의미한다.
*SPA* : 주식 매매 계약서로, 주식·지분 이전에 필요한 가격·조건·계약 종결 의무 등을 상세히 규정한다.
*담보 국채* : 특정 자산(이 경우 시트고 지분)을 담보로 발행된 채권으로, 디폴트 시 담보를 회수할 수 있는 권리가 따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M&A) 경쟁을 넘어, 주권 국가의 채무불이행이 글로벌 금융·법률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시트고 매각 결과에 따라 베네수엘라 채권 정리가 급물살을 탈 수도, 반대로 추가 소송이 꼬리를 물 수도 있다는 전망이 교차한다.
스타크 판사가 최종 낙찰자를 확정하기 전까지, 법원 관리인은 앰버 에너지의 자금 증빙·규제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게 된다. 자금 조달 실패, 규제 불허, 정치적 변수가 발생할 경우 행방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와 채권자는 물론, 에너지 시장 참가자 역시 향후 공시·법원 문건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결정은 엘리엇 계열사 앰버 에너지가 시트고 모회사 인수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다만 여전히 법원의 최종 승인·규제 검토·정치적 리스크라는 세 가지 변수는 남아 있으며, 베네수엘라 채권 분쟁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