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DoJ)가 델타항공(Delta Air Lines)과 멕시코 항공사 그루포 아에로멕시코(Grupo Aeroméxico) 간 합작사업(JV)에 부여된 반독점 면책(Antitrust Immunity)을 철회하려는 연방 교통부(DoT)의 방침을 전격 지지했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통신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전날 제출한 공식 서류에서 “해당 제휴가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으며, 이는 미·멕시코 노선의 운임·스케줄·기재 투입을 공동으로 결정해 온 양사에 중대한 규제 변화를 예고한다.
DoJ는 서류에서
“항공 산업에서 경쟁은 필수적이다. 경쟁은 더 낮은 가격, 더 우수한 서비스 품질, 그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선택지를 만든다”
고 강조했다. 이 문구는 공정거래 촉진이라는 원칙 아래, 두 항공사의 전략적 제휴로 형성된 시장 지배력이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반독점 면책이란 무엇인가?
Antitrust Immunity는 미국 교통부가 항공사 간 협업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때, ‘가격·노선·좌석 공급’ 등 민감한 사안을 함께 논의·결정하더라도 미 셔먼법(Sherman Antitrust Act) 등 경쟁법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제도다. 2016년 승인 당시, 미·멕시코 노선 확대와 환승 네트워크 효율화를 명분으로 양사에 특혜가 부여됐다.
면책 연장 불발 조짐
그러나 2025년 1월, DoT는 멕시코 정부가 멕시코시티 국제공항(AICM)의 슬롯·운영 규정을 변경하면서 “시장 접근성 악화”를 이유로 면책 연장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었다. 슬롯(slots)이란 시간대별 이착륙 허가권을 뜻하며, 공급량을 사실상 제한해 가격 상승·신생 항공사 진입 차단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델타와 아에로멕시코 측은 “협정이 소비자 편익을 높여 왔다”고 주장해 왔지만, 8월 11일 현재까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면책 상실 시 공동 노선 조정, 공동 마케팅, 수익 풀링 등 대부분의 통합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투자자 관점에서의 파급효과
1) 단·중거리 국제선 수요 상승 가능성
현재 미·멕시코 노선은 ▲델타–아에로멕시코 ▲아메리칸–비바아에로버스 ▲유나이티드–볼라리스 등 빅3 동맹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델타 연합의 독점력이 약화될 경우, 다른 항공사들이 빈 슬롯을 가져가 노선 다변화·운임 인하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2) 델타의 라틴아메리카 전략 재조정
델타는 2017년 아에로멕시코 지분 49%를 인수하며 장기 파트너십에 베팅했으나, 면책 해제는 수익 극대화 모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내부 메모에서 “델타의 라틴아메리카 매출이 전체 매출의 6% 내외이지만, 성장률 기여도는 그 두 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3) 규제 리스크 프리미엄 상향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빅테크·운송·헬스케어’ 전반에서 강화된 반독점 기조가 항공 분야에도 본격 확산되는 흐름으로 평가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항공사들의 글로벌 합종연횡 전략에 높은 규제 프리미엄을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음 단계는?
DoT는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수주 내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철회가 확정되면, 양사는 6~12개월의 전환 기간 동안 공동 영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반대로 양사가 구체적 시정조치를 제시해 경쟁 촉진을 입증할 경우, 부분 면책 형태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투자자·여행객 유의 사항
• 단기 주가: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변동성 확대 예상
• 항공권 요금: 계절·노선별로 순차 인하 요인 존재
• 마일리지·코드셰어: 스카이팀(SkyTeam) 동맹 자체는 유지되나, 공동 적립·적용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
전문가 전망
항공 규제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사례는 ‘코로나19 이후 과점 심화’에 대한 미국 규제 당국의 구조적 대응”이라며, 유럽연합(EU)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규제기관도 유사한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항공사들은 다각적 제휴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델타–아에로멕시코 제휴의 면책 철회 여부는 단순한 기업 간 문제를 넘어, 미·멕시코 항공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나아가 국제 항공 규제의 새 기준점을 제시할 분수령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