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도로교통안전국, 완성차 업계 요청 따라 신차 안전등급 평가 개편 1년 연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완성차 업계의 요청에 따라 신차 안전등급 평가(New Car Assessment Program·NCAP) 개편 시행 시점을 1년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다.1

2025년 9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NHTSA는 지난해 12월 최종 확정한 NCAP 개편안을 당초 2026년형 모델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2027년형 모델부터 적용하도록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NCAP은 미국 정부가 1979년부터 운행 안전성, 충돌 시험 결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장착 여부 등을 종합 평가해 소비자에게 별점 형태로 공개하는 제도다. 국내의 ‘국토교통부 신차 안전도 평가(KNCAP)’와 유사하지만, 미국에서는 차량 판매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특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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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NHTSA는 2023년 말 개편안에서

“사각지대 경고(Blind Spot Warning)·사각지대 개입(Blind Spot Intervention)·차로유지 보조(Lane-Keeping Assist)·보행자 자동 긴급제동(Pedestrian Automatic Emergency Braking)을 새롭게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기존 자동 긴급제동(AEB) 기준도 강화한다”

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자동차혁신연합(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AAI)을 비롯해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를 대변하는 단체가 2024년 4월 NHTSA에 “보행자 보호 충돌시험에 대한 구체적 절차가 미공개 상태”라며 시행 시점 연기를 공식 요청했다.

NHTSA는 성명을 통해 “제조사가 시험 절차를 충분히 숙지하고 차량 개발 및 인증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2027년형 모델에 맞춰 시행을 늦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26년식 차량은 현행 기준으로, 2027년식 차량부터는 새 기준으로 평가받게 된다.


◆ 용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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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연도(Model Year)2 : 미국 자동차 업계 관행상, 보통 9월~10월에 시작되는 판매 사이클을 기준으로 다음 해 모델이 먼저 출시된다. 예컨대 2026년형은 2025년 하반기부터 생산·판매될 수 있다.
Blind Spot Intervention : 사각지대에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해 핸들·브레이크를 자동 제어, 사고를 방지하는 기능이다.
Pedestrian AEB : 레이더·카메라·센서로 보행자를 인식해 충돌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 피해를 최소화한다.


◆ 기자 시각

이번 연기는 완성차 업계와 규제 당국 간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시험 프로토콜 부재로 발생할 수 있는 인증 리스크·개발 비용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고, 당국 역시 보다 정교한 시험 기준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안전단체와 일부 소비자 단체는 “첨단 안전장치 의무화가 미뤄질수록 도로 안전 확보가 지연된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사각지대 경고·보행자 긴급제동은 도심 교통사고 사망률 저감에 큰 효과가 입증된 기술로,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평가 제도에 반영돼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이 미국 내 ADAS 보급 속도를 둔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HTSA는 늦어도 2026년 중으로 새로운 시험 절차와 평가 점수 산정 방식을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북미 수출 물량의 시험·인증 일정을 재조정해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