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 강세·관세 우려에 인도 루피 약세 압박, RBI 통화정책 주목

뭄바이발 외환·채권 시장 소식에 따르면, 인도 루피(INR)가 이번 주에도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인도산 수출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도 중앙은행(RBI)의 통화정책회의 역시 통화·채권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루피/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1달러당 87.54루피에 마감해 주간 기준 1.2% 하락했다. 이는 2월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이 순유출을 이어간 데다, 미국발 관세 이슈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거시 변수와 동반 약세도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수십 개 교역 상대국에 대해 추가 관세 검토에 착수하면서 위안화, 싱가포르 달러 등 다른 아시아 통화 역시 다중 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DXY)는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보이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했다.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달러가 더 강해졌다”

는 설명이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실제로 8월 2일 발표된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은 예상치를 하회했고 실업률은 4.2%로 상승했지만, 시장은 이를 ‘연준이 서두르지 않을 명분’으로 해석했다.


RBI의 50억 달러 규모 스왑 만기도 주목된다. 올해 초 중앙은행이 실행했던 달러-루피 바이/셀(Buy/Sell) 스왑이 4일 만기를 맞으면서, 유동성·환율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CSB은행의 알록 싱(Alok Singh) 그룹 헤드는 “만기 물량을 전부 결제(delivery)할지, 아니면 롤오버(rollover)로 분할 처리할지는 RBI의 판단에 달렸다”면서 “루피는 3분기 중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중앙은행의 개입이 과도한 변동성을 억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주 예상 환율 범위를 1달러당 87.00~87.80루피로 제시하며, 추가 개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채 시장 동향

인도 10년물 6.33% 2035년만기 국채 금리는 전주 대비 2bp 상승한 6.3680%에 고정됐다. 채권딜러들은 “RBI 정책 발표(6일) 전까지 6.33~6.38%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로이터가 실시한 경제학자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다. 다만 씨티그룹은 “25bp 인하 가능성이 근소하게 우세하다”고 밝혔다.

물가 지표도 정책 기대를 자극한다. 6월 인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년 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일부 시장 참가자는 7월 CPI가 사상 최저를 경신할 가능성까지 언급한다.

그러나 산자이 말호트라(Sanjay Malhotra) RBI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 스탠스가 ‘완화적(accommodative)’에서 ‘중립(neutral)’으로 전환된 만큼, 추가 완화의 기준선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은 6월 회의에서 예상보다 큰 50bp 전격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HSBC는 보고서에서 “RBI가 이미 대규모 완화를 실시한 만큼 8월 6일 회의에서는 정책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주요 일정 및 지표

8월 5일 발표되는 7월 HSBC 서비스업 PMI·종합 PMI는 오전 10시 30분(IST)에 공개된다. 8월 6일 RBI 통화정책 결정이 예정돼 있으며, 같은 날 미국 시장에서는 6월 공장주문이 발표된다.

이어 8월 7일에는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8월 5일 저녁에는 미 ISM 비제조업 PMI와 S&P 글로벌 서비스·종합 PMI 확정치가 차례로 나온다. 이들 지표는 모두 달러 강세와 루피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재료다.


용어 해설

바이/셀 스왑(Buy/Sell Swap)은 중앙은행이 통화안정과 유동성 관리를 위해 동시에 달러를 매입·매도하는 파생거래로, 만기 시점 유출입 자금 규모가 커 유동성·환율에 단기 충격을 줄 수 있다.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서비스업의 신규주문, 고용, 재고 등 경기를 신속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50 이상이면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을 의미한다.

※ 본 기사는 시장 참여자들의 발언 및 공표된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투자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기 전에 반드시 추가적인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