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DXY)가 0.04% 상승하며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10년 만기 미국재무부채권(이하 ‘T-노트’) 수익률이 상승해 달러 금리 차별화가 확대된 것이 직접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달러 상승폭은 장중 축소됐다.
2025년 9월 1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면서 달러에 대한 유동성 수요가 일부 약화되는 모습도 관찰됐다. 그러나 연말까지 연방준비제도(Fed)의 세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유력하다는 시장 컨센서스가 형성되면서, 달러 강세 흐름은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Fed 독립성 훼손 우려 역시 달러에 부정적 재료로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연준 이사)을 해임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이 연준 이사직을 겸임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 자산 이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T-노트 수익률과 달러의 상관관계
T-노트는 만기 2년 이상 10년 이하의 미 국채를 통칭하는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무위험 기준금리(risk-free rate) 지표로 활용된다. T-노트 수익률이 높아지면 달러 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커지며, 이는 달러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 연방기금선물(FF) 가격을 반영한 CME FedWatch Tool에 따르면,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또한 10월 28~29일 회의에서 두 번째 25bp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91%로 나타났다. 연말까지는 총 70bp 인하가 이뤄져 정책금리가 현행 4.33%에서 3.63%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시장 둔화와 완화된 물가 압력이 확인되면서 연준의 추가 완화는 불가피하다.” — 시장 참가자 익명 발언
유로화: 반등했지만 지정학 리스크 부담
유로/달러(EUR/USD)는 0.03% 상승해 약세를 만회했다.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이자 ECB 집행이사회 위원인 요아힘 나겔이 “차입 비용을 추가로 낮추는 것은 중기적 2% 물가 안정 목표를 해칠 수 있다”고 발언하며 매파성(통화긴축적) 코멘트가 유로화 매수를 자극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조짐이 유로화의 상단을 억누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일시 중단’ 상태라고 발표했고, 지난 11일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드론이 격추된 사건은 유럽 내 지정학 리스크를 재부각시켰다.
ECB 관련 스왑시장은 10월 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불과 3%만 반영하고 있어, ECB와 Fed의 정책 방향이 점차 갈라지는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엔화: 개입 가능성 후퇴‧정치 불확실성 확대
달러/엔(USD/JPY)은 0.22% 상승했다. 재닛 베슨트 미 재무장관과 가토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환율은 시장에 맡기겠다”고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일본은행(BOJ)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퍼졌다.
또한 니케이225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위험선호가 확대돼 엔화의 안전통화 프리미엄이 축소됐다. 정치적으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퇴진하면서 확대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정치 공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일본 7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2%로, 당초 –1.6%에서 상향 수정됐다. 그러나 경기 둔화 흐름 자체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귀금속: 안전자산 수요로 랠리 지속
12월물 금 선물은 0.35%(+12.8달러) 상승했고, 12월물 은 선물은 1.62%(+0.681달러) 뛰어올라 14년 만의 최고가를 새로 썼다. 노동시장의 냉각 신호와 안정된 물가가 Fed의 완화정책 기대를 공고히 하면서 무이자 자산인 금·은의 상대적 매력이 강화됐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8월 금 보유고를 0.06만 트로이온스 늘려 7402만 온스로, 10개월 연속 금 매입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세계 최대 소비국의 중앙은행 매수가 가격 방어선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가로, 프랑스와 일본 정국 불안, 미중 통상 갈등, 러-우 전쟁 등 복합적 지정학 리스크가 얽히며 금·은 등 귀금속 ETF로의 자금 유입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 ETF 보유량은 9월 둘째 주 2.25년 만에 최고치로 늘었고, 은 ETF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용어·지표 해설
DXY(달러 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수다. 달러 절대 강약을 판단할 때 핵심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bp(Basis Point)는 1bp가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금리 인하 폭을 세밀하게 표현할 때 쓰인다. 예컨대 25bp는 0.25%포인트 인하를 뜻한다.
스왑시장이 반영하는 확률은 해당 정책회의에서 금리가 인하(상승)될 가능성을 금리 스왑 가격을 통해 역산한 값이다. 실시간으로 중앙은행 ‘선행지표’ 기능을 한다.
전망 및 기자 의견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가 명확히 그려져 있는 반면, ECB는 추가 인하 여부가 불투명해 달러 강세·유로 강세가 공존하는 복합적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Fed 독립성 논란이 커질 경우 해외 자금의 달러 자산 비중 축소가 가시화될 수 있어, 정책 신뢰도가 향후 환율 변동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은 가격은 지정학 리스크와 중앙은행 매수, ETF 자금 유입이라는 세 축이 맞물려 당분간 고점을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질금리가 재차 상승할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할 수 있어 변동성 확대에 주의가 필요하다.
엔화의 경우 일본 정부·BOJ의 개입은 ‘과도한 변동성’이 확인될 때만 가능하다는 합의가 재확인돼 당분간 시장 흐름에 맡겨질 공산이 크다. 정치 불확실성 확대가 국채 추가 발행으로 이어져 엔화 약세 압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