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투자 전략] 미즈호(Mizuho) 증권이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티커: MRVL)를 ‘AI 관련 롱 포지션(매수 바스켓)에 대한 최적의 반(反)헤지(short) 아이디어’로 제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8월 29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미즈호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리서치 노트를 통해 “반도체 업종 전반이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플랫폼 기대감으로 급등했지만, 일부 종목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누적됐다”고 진단했다. 그중에서도 마벨은 “이미 시장의 ‘비선호주(hated stock)’로 분류되는 데다, 회사 자체적인 문제가 겹쳐 차별적 하락 위험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주요 진단] 애널리스트들은 “MRVL은 지금이 인텔(INTC)이 과거 저점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AI 커스텀 실리콘(Custom Silicon) 경쟁에서 브로드컴(AVGO)·미디어텍(Mediatek)·알칩(Alchip) 등에 밀려 모멘텀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광(Optical) 부문만으론 주가가 싸지 않다”면서 “결국 투자자들이 ‘실적을 먼저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쇼-미(Show-me) 스토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단기 레버리지(Long) 거래로 유입됐던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면, 많은 트레이더가 주가를 60달러선까지 끌어내리려 할 것이며 ‘CEO가 곧 떠날 것’이라는 루머까지 겹칠 가능성이 있다.” ― 미즈호 리서치 노트 중
[용어 풀이] ‘헤지(hedge)’란 기존 포지션(예: AI 테마 매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완화하기 위해 반대·차익 포지션을 취하는 전략을 말한다. ‘롱 바스켓(long basket)’은 특정 테마 종목 묶음을 매수해 보유하는 것을 의미하고, ‘커스텀 실리콘(custom silicon)’은 고객사 맞춤형으로 설계·제작된 반도체 칩을 뜻한다. 이러한 전문 용어는 최근 AI 서버·데이터센터 경쟁이 심화되면서 투자자 리포트에 자주 등장한다.
[대조 종목] 미즈호는 델 테크놀로지스(Dell)의 최근 급락에 대해 “수요 감소가 아닌 서버 마진 압박 때문”이라며, 구조적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크레도(Credo)와 브로드컴(Broadcom) 등의 반도체 업체는 가까운 시점에 더 긍정적인 업데이트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시각] 본 기자가 확인한 미국 증권사 종합 의견에 따르면, 엔비디아·TSMC·브로드컴 등 AI 인프라 ‘핵심 공급망’ 기업의 장기 구조적 우위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컨센서스가 우세하다. 그러나 마벨의 경우 AI 호황 수혜주라는 스토리만으로는 실적·수주 모멘텀 둔화라는 현실적 리스크를 가리기 어렵다.
특히 올해 2분기 마벨의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한 자릿수에 그쳤다. 동종 업체 평균을 하회한 수치로, ‘고성장 AI 서플라이체인’ 포지셔닝이 약해졌음을 방증한다. 주가도 2024년 연말 고점(약 85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해 테크주 강세장 속 이례적인 디커플링을 보였다.
[향후 관전 포인트] 투자자들은 ① AI 커스텀 실리콘 수주 회복 여부, ② 광(Optical) 사업부의 마진 개선 속도, ③ 경영진 변화 가능성, ④ 동종 업체 대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종합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편, 단기 공매도 포지션 진입을 고려한다면 60달러선 전후의 지지·저항선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기자 코멘트] AI 열풍이 반도체 업종 전반을 끌어올렸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테마 과열·밸류에이션 피로감이 커지면서 ‘선별적 공매도’ 전략이 재부상하고 있다. 마벨 사례는 ‘구조적 성장 스토리만으로는 주가를 영구히 지지할 수 없다’는 경고 신호로 읽힌다. 향후 AI 하드웨어 생태계가 시장 지배력을 가진 반도체 설계·제조사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중위권 업체들의 실적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