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 강화로 SK하이닉스·삼성전자 중국 공장 차세대 장비 도입 ‘빨간불’
로이터통신은 2025년 8월 31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보유한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서 미국산 제조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던 기존 ‘특별 허가(Validated End User, VEU)’를 전면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2025년 8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양사는 앞으로 중국 공장에 장비를 반입하려면 건당 별도 수출허가(license)를 받아야 한다. BIS 공고에 따르면 120일 유예기간 뒤 효력이 발생한다.
배경 — 미국은 2022년 10월 ‘대중 반도체 규제’(Foreign Direct Product Rule 확장)를 통해 14 nm 이하 로직, 18 nm(또는 128단 이상) 낸드, 16 nm 이하 D램 등 첨단 공정에 쓰이는 미국 장비·기술의 중국 이전을 대폭 제한해 왔다. 다만 글로벌 메모리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공급망 안정을 이유로 1년 단위 한시적 예외를 부여해 왔다.
1. 세부 내용
• 허가 취소 대상에는 인텔(INTC.O)도 포함됐다. 인텔은 2025년 초 중국 랴오닝성 다롄 낸드 공장을 매각 완료했지만, BIS는 ‘중국 내 잔여 활동’을 이유로 명단에 유지했다.
• 기존 공장 가동은 허용 — 상무부는 별도 성명을 통해 “현존 설비 유지·보수에 필요한 장비·부품은 허가 신청 시 광범위하게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생산능력 증설(capacity expansion)이나 기술 고도화(upgrade) 목적 라이선스는 발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 상무부 공지는 “중국 내 국가안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2. 이해당사자 반응
SK하이닉스 “한·미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비즈니스 영향 최소화 노력”
• SK하이닉스는 “한국 정부 및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는 “코멘트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 대한민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 가동이 글로벌 공급망에 중요하다는 점을 미 측에 설명했다”면서, 추가 협의를 통해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키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3. 시장 영향
• 미국 장비업체 램리서치(LRCX.O) 주가는 4.4%,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O) 2.9%, KLA(KLAC.O) 2.8% 하락했다.
• 크리스 밀러(터프츠대 교수·『Chip War』 저자)는 “한국 업체들의 첨단 공정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YMTC, CXMT 등 중국 업체에 대한 추가 제재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중국 업체에 내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동시에, 마이크론(MU.O) 등 미국 메모리 기업과 중국 국산 장비 업체는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4. 왜 중요한가?
• VEU(Validated End User)란? — 미국 수출통제 제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최종 사용자’로 지정되면, 일일이 라이선스를 신청하지 않고도 미국 장비·소프트웨어를 간소 절차로 구매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VEU 지위 자체가 박탈된 사례다.
• 공급망 충격 — 삼성전자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 공장은 각각 글로벌 낸드 생산량의 약 15%, D램의 13%를 차지한다. 증설이 막히면 메모리 반도체 수급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 미·중 통상 환경 — 미국과 중국은 2025년까지 관세 휴전 상태(미국 30%, 중국 10% 관세 동결)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협상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5. 용어·배경 설명
① 수출통제(Export Control) — 국가안보·대외정책 목적을 위해 특정 기술·장비의 해외 반출을 규제하는 제도다. 미국은 ‘Entity List’ ‘Foreign Direct Product Rule’ 등을 통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차단해 왔다.
② 낸드(NAND)·D램(DRAM) — 스마트폰·PC·서버 저장장치에 쓰이는 비휘발성 메모리(낸드)와 휘발성 주기억장치(D램)를 지칭한다. 층수(단수)와 제공 회로선폭이 작아질수록 고난도 장비가 필수다.
③ YMTC·CXMT — 각각 중국 국유 낸드·D램 업체로, 국산화율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6. 기자 시각·전망
이번 조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보조금 경쟁’에서 ‘기존 공장 억제’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한국 기업이 기존 장비를 교체·유지보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공정 고도화나 시장 수요 대응 차원에서 노드 전환(node migration)이 지연될 공산이 크다. 현지 공장 매몰비용과 생산 재배치 여부가 중장기 실적 변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동시에, 중국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국산 장비·재료 밸류체인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글로벌 반도체 장비 메이커의 대중 매출 감소, 장비 수급 지형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미국 정부가 ‘실리콘 실드’를 내세워 동맹국 기업까지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한·미·중 3국 간 통상·안보 이해가 더욱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 업계는 생산 거점 다변화, R&D 내재화, 미국·유럽 투자 등 다층적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궁극적으로는 첨단 패키징, AI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규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