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의 선행지표로 간주되는 주택 착공(housing starts)이 8월에 급락하며 시장 전망을 크게 빗나갔다. 상무부(Commerce Department)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연율 130만7,000건으로 전달 대비 8.5% 줄었다. 이는 7월에 수정치 기준 3.4% 증가한 142만9,000건을 기록한 뒤 두 달 만에 나타난 반락세다.
2025년 9월 1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는 당초 4.1% 감소한 137만 건(연율)을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는 이보다 훨씬 부진했다. 주택 착공이 한 달 새 8% 넘게 줄어든 것은 올 들어 최대폭 감소로, 금리 급등 이후 위축된 건설 심리를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부적으로 보면 단독주택(single-family) 부문과 다세대주택(multifamily) 부문이 모두 감소했다. 다만 보고서는 세부 항목별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은 “주택 대출 금리가 7% 중·후반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건설업체들이 공급 확대에 신중해졌다”고 분석했다.
전망치와의 괴리는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이 집계한 컨센서스는 137만 건이었으나 실제치는 이보다 6만3,000건 낮았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최대 격차다. 착공 허가(건축 허가·building permits)도 악화됐다. 상무부는 8월 허가 건수가 연율 131만2,000건으로 전달 대비 3.7% 급감했다고 밝혔다. 7월에는 2.2% 감소(수정치)해 이미 하락세가 시작된 바 있다.
허가는 통상 향후 3~6개월 뒤 착공으로 이어지는 선행지표다. 시장은 1.2% 증가한 137만 건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주택 수요 둔화 우려가 부상했다. 주택 착공과 허가 모두 전망을 크게 밑돌면서 건설업체 심리지수에도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착공·허가 지표란 무엇인가
‘주택 착공’은 기초공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주택 수를 의미한다. 이는 공급 측면에서 경제 활동과 일자리 창출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반면 ‘착공 허가’는 지방정부가 발급하는 건축 인허가 건수로, 향후 착공 규모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두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5%를 차지하는 주거용 고정투자를 살펴볼 때 핵심 자료가 된다.
전문가 분석
1) 금리 부담 확대
미국 30년 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최근 7.5% 안팎으로,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높은 차입 비용은 실수요자는 물론 건설업체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용 부담도 늘린다. 분석가들은 “금리가 주택 시장 회복의 최대 복병”이라고 지적한다.
2) 공급 제약과 비용 상승
목재·철강·노동 비용이 팬데믹 기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재 인플레이션은 건축업체의 마진을 잠식해 신규 착공을 억제한다. 일부 주에서 토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착공 인허가 절차가 길어진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3) 지역별 온도 차
상무부 통계는 전국 평균치지만, 남부·서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착공 감소폭이 컸고 북동부는 완만했다는 시장 추정이 나온다. 이는 이주 및 고용 트렌드, 지역별 세제 혜택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연준(Fed) 정책 전망
주택 지표 부진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둘러싼 논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스탠스를 유지하더라도, 주택 시장이 과도하게 냉각되면 2026년 상반기 전후로 완화적 스탠스로 선회할 여지가 있다”
고 전망한다. 그러나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상회하는 점을 감안하면, 2025년 말까지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 연준 연구용역에 따르면, 주거용 고정투자 지출은 금리 변동에 가장 민감한 항목 중 하나다. 따라서 이번 수치는 9월 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성장 전망 하향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주목할 지표
11월 발표 예정인 신규주택판매(New Home Sales)와 기존주택판매(Existing Home Sales)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두 지표가 동반 부진하면 주택 시장 냉각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판매 지표가 견조하다면 착공 부진이 공급 병목이나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이번 수치는 팬데믹 이후 ‘공급 부족→가격 급등’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금리라는 매크로 변수가 거래·착공·허가 모두에 부정적 충격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금리 장기화가 현실화하면 신축 공급 위축→재고 부족→가격 재상승이라는 역설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국내 투자자라면, 주택건설 ETF나 홈빌더 주식이 단기 변동성 확대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택시장 구조적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조정이 길어질수록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결국 경제지표-금리-소비자심리 간 상호작용이 주택 시장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향후 몇 개월간 발표될 각종 부동산·소비·고용 지표가 연준의 ‘데이터 의존적(data dependent)’ 전략 하에서 더욱 큰 파급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