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14일(현지시간) 장중 발표된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충격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24%,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36%, 나스닥100 지수는 -0.11% 하락 중이다. 선물시장에서도 9월물 E-mini S&P500 선물이 -0.39%, 9월물 E-mini 나스닥 선물이 -0.30% 내리고 있다.
2025년 8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예상치를 크게 웃돈 PPI 결과와 미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전일 대비 +3bp)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여기에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0.50%p) 금리 인하설에 제동을 걸면서 낙폭을 키웠다.
PPI 쇼크의 세부 내용
7월 미국 최종수요 PPI는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3%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0.2% m/m, +2.5% y/y)를 크게 상회했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 역시 +0.9% m/m, +3.7% y/y를 기록해 예상치(+0.2% m/m, +3.0% y/y)를 넘어섰다. 이는 “기업들이 관세(관세 인상분)를 도매 단계에서 최종 소비가격으로 빠르게 전가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 정책 기대 재조정
PPI 서프라이즈 이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9월 -50bp 인하 가능성을 0%로 반영하고, -25bp 인하 가능성은 93%로 높였다. 이는 전날 재닛 베센트 재무장관이 “현재 금리는 지나치게 제약적이며 중립금리보다 150~175bp 높다”면서 “9월 50bp 인하가 단행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시장이 일시적으로 11% 확률을 반영했던 것과 대비된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연준에 지시한 것이 아니라 단지 모델상 중립금리가 더 낮게 나온다는 점을 언급했을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데일리 연은 총재 발언
메리 데일리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50bp 인하는 노동시장의 강건함을 고려할 때 ‘과도한 긴급 신호’가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올해 두 차례 -25bp 인하는 여전히 지지하지만, “노동시장이 더 취약하다는 추가 신호가 나온다면 세 차례 인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주간 고용 지표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3,000명 감소한 22만4천 건으로 예상치(22만5천 건)에 부합했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만5,000명 줄어든 195만3천 건으로 전망치(196만7천 건)보다 적어 노동시장 탄탄세를 재확인시켰다.
관세·무역 이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90일 연장해 11월까지 유예했다. 그러나 7일에는 반도체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했다는 이유로 인도산 제품 관세를 25%→50%로 두 배 인상했다. 제약품 관세 계획도 “일주일 내 발표”될 예정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조치들이 모두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15.2%로 상승해, 2024년 관세 발표 전 2.3%에서 크게 뛰어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일정 및 지표
이번 주 남은 기간 시장은 추가 관세 뉴스와 15일 개최되는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15일 발표되는 7월 소매판매는 +0.6% m/m(자동차 제외 +0.3%), 산업생산·제조업생산은 전월 대비 보합이 예상된다. 또 미시간대 8월 소비심리지수 잠정치는 62.0(+0.3p)로 전망된다.
국채·금리 동향
9월물 미 10년 만기 국채선물은 -6틱 하락했고, 현물 10년물 금리는 4.262%로 2.9bp 상승했다. 유럽에서도 10년 독일 분트 금리가 2.703%(+2.3bp), 10년 영국 길트 금리가 4.618%(+2.9bp)로 상승했다. 물가연동국채(BE) 10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386%로 1bp 높아졌다.
주요 종목 움직임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테슬라만 -1%대 약세이며, 아마존은 +2%대로 가장 강하다. 반면 전날 급등했던 반도체주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ON세미컨덕터,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얼라인테크놀로지, NXP세미컨덕터가 모두 -2% 이상 밀리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즈는 보수적 가이던스 탓에 -1%대, 디어는 곡물가격 약세와 관세 불확실성으로 연간 순이익 가이던스를 하향하며 -6%대 급락했다. 반면 CVS헬스는 베어드 증권의 투자의견 상향(중립→아웃퍼폼)으로 +1% 근방 강세다.
실적 시즌 현황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82%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82%가 EPS 예상치를 상회했다. 전체 2분기 EPS는 전년 대비 +9.1% 증가해, 시즌 전 예상치(+2.8% y/y)를 크게 웃돌며 4년 만에 최대 폭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알기 쉬운 경제지표 용어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 단계에서의 물가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 대비 한 단계 앞선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최종 소비자에게 얼마나 전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 통화정책 방향과 주식·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PPI 서프라이즈는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에 제동을 걸고, 연준의 완화적 전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채권 모두에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평가한다.
기자 관점·해설
이번 PPI 급등은 ‘관세→도매가격→소비자물가’라는 전가 경로가 예상보다 빠르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7월 CPI가 PPI 흐름을 추종한다면, 연준은 9월 -25bp 인하 뒤 추가 완화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시장에서 “높은 금리 부담으로 연말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지만, 동시에 탄탄한 고용지표가 소비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