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월 소비자물가(CPI)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구용 가구·의류 등 관세 대상 품목 가격 상승으로 핵심 물가지수(Core CPI)가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5년 8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이날 CPI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최근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으로 일부 지역에서 가격 조사 자체가 중단되면서 통계 품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발생한 조사 공백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초 7월 고용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는 이유로 에리카 매킨타퍼 BLS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5·6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대폭 하향 조정된 직후의 조치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외압 논란도 제기된다.
경제학자들은 민주·공화 양당 정부 모두에서 지속된 BLS 예산 축소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 없는 정부 재편’—대규모 예산 삭감 및 공무원 해고—이 겹치며 상황이 악화됐다는 평가다.
Brian Bethune 보스턴칼리지 교수는 “이는 명백한 데이터 테러리즘”이라며 “긍정적 수치가 나오면 데이터 수집 탓을 하며 또 다른 BLS 인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62명 전망치에 따르면 7월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로, 6월 0.3%에서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가격이 소폭 하락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반면, 식료품 가격은 노동력 부족과 관세 영향으로 상승 압력을 받았다.
농장 노동자 부족이 두드러지는 이유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등록 이민자 추방 가속화가 꼽힌다. 동시에 대외관세가 농산물·식료품 원가를 끌어올리며 소비자 식품 가격에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년 동월 대비(CPI YoY)로는 2.8% 상승이 예상된다(6월 2.7%). 식료품·에너지 제외 핵심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1월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장난감 등 관세 민감 품목이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부 업체들이 관세 부과 전 비축해 둔 재고를 소진하면서 가격 전가가 지연되고 있으며, 항공권·호텔 숙박 요금 등 서비스 수요 둔화가 광범위한 물가 급등을 억제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시장은 7월 물가가 예상 범위에 머물러도 9월 기준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을 여전히 점치고 있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는 다르지만, CPI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데이터 의존’ 기조 역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연간 기준 핵심 CPI는 6월 2.9%에서 7월 3.0%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Jason Pride 글렌미드 최고 투자전략가는 “소비자가 현재까지 관세 부담의 약 3분의 1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先)관세 재고가 소진되면 가격 전가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LS는 “조사 범위를 예산 수준에 맞추기 위해” 네브래스카·유타·뉴욕 각 1개 도시에서 CPI 데이터 수집을 전면 중단했고, 다른 72개 조사 지역에서는 평균 15%의 표본 수집을 임시 중단했다. 이에 따라 물가·서비스 가격은 물론 주거비 조사도 타격을 받았다.
실제 Different Cell Imputation 방식—조사 지역(셀) 전체 가격 부재 시 인접 지역 평균 가격을 대입—사용 비율은 2024년 6월 8% → 2025년 5월 30% → 6월 35%로 급증했다. 반면 통계학계에서 ‘고품질’로 간주되는 Home Cell 방식(동일 지역 평균 가격 대입) 비중은 감소했다.
모건스탠리 Michael Gape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형·가정·추정치가 CPI 변동을 좌우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며 “현재로선 편향 증거가 없지만, 투자자 우려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 해설: ‘Different Cell Imputation’이란?
해당 용어는 표본이 아예 확보되지 않은 지역·품목에 대해, 같은 품목이지만 다른 지역의 평균 가격을 대입하는 통계 기법이다. 예상치 못한 예산 삭감으로 조사 공백이 확대되면, 이 기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별 가격 편차가 크면 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과 시장의 경계가 필요하다.
기자 시각 및 전망
물가·고용 통계는 통화정책의 ‘나침반’이다. 현행 CPI의 신뢰성 훼손이 장기화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뿐 아니라 행정부·의회의 데이터 지원 예산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관세·이민·재정 정책이 물가에 미칠 복합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데이터 확보와 투명한 통계 방법 공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