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401(k)의 빅뱅”
미국 9조 달러 규모 401(k) 퇴직연금이 사모주식·사모대출·비상장 부동산·가상자산을 품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14297호는 노동부(DOL)에 “사모·디지털 자산을 신중한 투자(prudent investment)로 규정할 지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운용비·리스크 설명‧커스터디 등 까다로운 장벽을 남겨 두었음에도, 미 연금·자본시장에 장기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책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1. 정책 배경: 왜 지금 401(k)인가
- 양극화 심화와 연금 고갈 우려 ─ 베이비붐 세대 은퇴 가속, 소득 하위 50%의 평균 401(k) 잔고 4만8,000달러(연준 SCF 2022) 불과.
- 자본시장 구조 변화 ─ S&P 500 편입 기업 수보다 비상장 유니콘이 더 빨리 늘어나며 “Private is the new Public” 현상 부각.
- 정치적 동학 ─ 트럼프 행정부의 ‘애국투자’ 프레임: 시장친화+국내 자본 형성을 동시에 겨냥.
2. 제도 설계: 어떻게 달라지나
항목 | 현행 규정 | 변경 · 검토안 |
---|---|---|
허용 자산 | 상장 주식·채권·ETF·뮤추얼펀드·TDF | 사모주식(PE)·사모대출(PC)·비상장 RE·디지털 자산(비트코인·이더·스테이블코인 등) |
수탁자(Fiduciary) 검증 | 전통적 모닝스타 등급·벤치마크 대비 위험조정수익 | Look-through disclosure·가치평가 모델·유동성 스트레스 시나리오 의무화 |
수수료 구조 | 평균 0.40% (ETF 0.12%·뮤추얼펀드 0.55%) | ‘2 and 20’→ 3-Tier Cap 제안(고정 1%+성과 10% 상한) |
유동성 | 일일 시가평가, T+2 환매 | Quarterly Redemption Window(분기 단위 현금화) + Gate 5% 적용 |
3. 자본시장 파급경로
3-1) 자금 흐름
피델리티·슈왑·뱅가드·엠파워 4대 레코드키퍼가 관리하는 401(k) 자산은 총 6.8조 달러. 이 가운데 5%만 대체투자로 이동해도 3400억 달러의 신(新) 자금이 사모·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된다.
3-2) 사모시장 변동성
- 딜 소싱 경쟁 심화 → Valuation Multiple 압박
- 세컨더리 시장(장외 지분매각) 유동성 증가, 할인률 축소 예상
- VC Late-Stage→PE Growth 딜 경계 희미해져 “메가 펀드” 급증
3-3) 공모시장 영향
상장 시점 지연 → IPO 후보군 줄어 단기 공모 가뭄 심화 가능. 그러나 스핀오프·세컨더리 오퍼로 부분 현금화 채널 다각화.
4. 투자자 관점: 장점·위험 분석
4-1) 기대효과
- 수익률 제고 — CalPERS 10년 PE IRR 12.6%, 글로벌 상장 MSCI ACWI 7.3% 상회.
- 분산투자 — 공모주·채권과 상관계수 낮아 진폭 완화.
- 노후소득 격차 축소 — 저금리 장기화 속 연 7~8% 목표 달성 가능성 ↑.
4-2) 리스크
- 평가·공시 불투명 — NAV 추정 오차 → 자산 버블.
- 유동성 제약 — 조기 인출 시 위약금·게이트 발동.
- 고수수료 — 복리 효과 훼손, 수탁자 소송 리스크.
- 행동편향 — 개인투자자가 하락 국면 패닉 매도 시 손실 심화.
5. 거버넌스·규제 과제
DOL + SEC + CFTC 3각 규제 공조 필요. 특히 디지털 자산은 커스터디·해킹·법적 소유권 이슈가 얽혀 있어, SIPC 예금보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백악관 행정명령은 DOL에 12개월 내 ‘사모자산 적격성 패널’ 구성ㆍCheck List 7항목 마련을 요구했다.
- 투자 프로세스 투명성
- 절차적 독립성(Conflict Policy)
- 수수료 상한 & 성과기준
- 유동성 관리 계획
- 리스크 Stress Test 시나리오
- ESG 및 탄소공시 연계
- 교육·정보 접근성
6. 거시경제‧금융시장 장기 임팩트
6-1) 자산 가격 구조
사모시장 자금흐름 → 할인율 하락·레버리지 확대 → Private Premium ↘ vs Public Discount ↗. 장기적으로 상장–비상장 밸류에이션 갭 축소 전망.
6-2) 통화정책 전이 메커니즘
퇴직연금이 사모·디지털 자산을 대량 보유할 경우, 자산가격 사이클이 실물경제·소비 심리에 큰 영향. 연준은 금리 정책 외에 거시건전성 수단을 병행해야 할 가능성.
6-3) 글로벌 달러 유동성
중동 · 아시아 국부펀드가 미국 사모펀드 LP로 대거 참여 → Petrodollar Recycling 2.0 구도. 달러화 안정성엔 긍정, 그러나 비달러 블록체인 자산이 탈달러 서사 자극 가능성.
7. 한국 투자자·정책 당국 시사점
-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설계 시 사모·인프라 편입 한도, 수수료 캡 규정 필요.
-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ELTIF-style 장수펀드(장기 투자 대상) 도입 검토.
- 국민연금·사학연금 등은 미 LP 경쟁 심화 속 우량 GP 선점 전략 시급.
8. 결론 – “10년 후를 그려보라”
401(k)의 사모·가상자산 편입 허용은 단순 메뉴 확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① 자본가격 형성 패러다임 ② 공·사모 경계 ③ 연금 건전성 ④ 미 경제 장기 성장률 등 다차원에 걸친 게임 체인저다.
정치·규제 불확실성, 수탁자 리스크, 교육 미비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퇴직자 방패 대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 초과 유동성과 민간 혁신을 포착할 ‘연금자본’이 준비돼 있다면, 2030년대 미국 가계자산 지도를 다시 그릴 기회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중석 — 20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