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불법 수출 차단 위해 AI 반도체 선적에 위치 추적 장치 은밀히 부착

싱가포르·뉴욕발—미국 당국이 중국으로의 불법 전용(diversion) 우려가 큰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일부 선적에 은밀히 위치 추적 장치를 삽입해 온 사실이 로이터 통신 취재로 드러났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미국 수출 규제를 위반해 중국·러시아 등 규제 대상국으로 흘러들어 갈 위험이 있는 AI 칩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해당 장치는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선택적 선적(select shipments)에만 설치되며, 이를 통해 불법 유통에 가담한 개인·기업에 대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항공기 부품처럼 수출통제 품목에 추적기를 다는 관행은 1980년대부터 존재했지만, AI 칩 분야에서 구체적 사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 추적 장치 부착 방식과 실제 사례

로이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DellSuper Micro가 제조한 AI 서버—주로 NvidiaAMD 칩이 탑재된 모델—가 주요 표적이 됐다. 선적용 박스 안쪽이나 완충 포장재뿐 아니라 서버 내부 슬롯에까지 초소형 추적기가 숨겨진 사례가 2024년에 확인됐다. 한 공급망 관계자는 “스마트폰 크기의 대형 장치와 손톱만 한 초소형 장치가 동시에 부착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미 상무부 BIS(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가 수사를 총괄하며, 필요에 따라 국토안보수사국(HSI)연방수사국(FBI)이 협조한다. 추적기를 설치할 때는 행정 허가만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특히 형사 증거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면 연방 판사 영장을 받아 설치한다는 것이 수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사 대상이 아닌 기업에게는 정부가 사전 고지를 하고 동의를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요 시 기업 몰래 장치를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 소식통


2. 업계·당국 반응

Super Micro는 “글로벌 공급망 보호를 위한 보안 정책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구체적 언급을 거부했다. Dell은 “미 정부가 자사 제품에 추적기를 설치하는 이니셔티브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Nvidia·AMD는 모두 논평을 거절했다. HSI와 FBI 역시 “수사 관련 사안에 대해 확인·부인하지 않는다”는 관례적 입장만 내놓았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중국 당국은 그동안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을 “기술 굴기(崛起) 억제” 시도로 규정하며 반발해 왔다. 최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Nvidia 칩에 ‘백도어(backdoor)’가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식 질의한 바 있다. Nvidia는 이를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3. 배경: 미국의 AI 칩 통제 정책

미국은 2022년부터 Nvidia A100·H100, AMD MI250 등 고성능 GPU를 중국에 수출할 때 면허를 의무화했고, 2023년에는 중국·러시아 제3국 경유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는 올해 들어 “칩 자체에 위치 확인 기능을 내장해 무단 반출을 원천 봉쇄”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싱가포르·말레이시아·UAE 등의 환적지(transshipment hub)를 통한 조직적 밀수가 확인되면서 당국은 일회성 규제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위치 추적기라는 수사 기법을 병행해 실제 흐름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4. 수상한 움직임 포착…중국 내 재판매상도 경계

중국 거점 중고 서버·GPU 재판매상 두 명은 로이터에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홍콩·한국에서 도착한 물량을 컨테이너 개봉 직후 철저히 검수하고, 박스·메인보드·쿨링팬 주변을 해체해 추적기를 제거한다”고 털어놨다. 미국 법무부가 이달 초 약 3,900만 달러 규모의 AI 칩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기소한 사건에서도, 피의자 간 “추적기가 달려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증거로 제시됐다.

해당 메시지에는 미 행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욕설과 함께 “Quanta H200 서버를 받으면 첫 작업이 추적기 제거”라는 지시가 담겼다. 이는 미국 수사당국이 이미 제조·조립·환적·최종 소비 전 과정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방증한다.


5. 용어 해설 및 제도적 맥락

위치 추적 장치(Tracker)는 일반적으로 GPS·셀룰러 통신·블루투스를 조합해 실시간 위치 데이터를 전송한다. 수출규제 제품에 부착할 경우, 미국 수출행정규정(EAR)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불법 전용(diversion)은 당국의 허가 없이 최종 목적지·최종 사용자를 변경해 규제 대상국에 제품을 판매·반입하는 행위를 뜻한다. 특히 AI GPU는 군사·안보 활용 가능성이 커서 미국은 이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6. 기자 관전평

AI 반도체는 이제 국가 전략자산이자 첨단 산업의 ‘쌀’로 불린다. 미국이 위치 추적기라는 전통적 수사기법을 고도화한 것은 정밀한 공급망 지도(mapping)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추적 데이터를 축적하면 자금 흐름과 물류 패턴 분석이 가능해지고, 이는 곧바로 2·3차 제재엔티티 리스트(수출 블랙리스트) 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수출·환적 리스크를 제어하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가 시급하다. 특히 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위탁생산) 모델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전자업계는 ‘모르쇠’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전문가는 “추적기 설치 여부와 무관하게 최종사용자 인증서(EUC) 점검, 법률 자문,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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