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고금리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해 2026년까지 부진을 이어가고, 2027년에야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로이터(Reuters)가 2025년 9월 2일부터 16일까지 주택 전문가 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높은 모기지 금리로 인한 수요 위축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음에도, 주택담보대출(30년 고정) 금리는 여전히 6.5% 안팎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단기 국채금리(단기물)를 낮출 수는 있어도 장기물 금리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설문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들은 2025년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을 2.1%로, 2026년을 1.3%로 각각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 같은 설문에서 제시된 3.5% 상승 전망치보다 한층 낮아진 수치다. 2027년에는 3.0% 수준으로 조금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과거 평균(연 4~5%)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흐름이다.
“노동시장이 약화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 수요도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본다. 실업률이 상승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로 집을 팔아야 하는 강제 매도(forced sellers)가 등장할 수 있다.” — 제임스 나이트리(ING 국제수석이코노미스트)
재고 부족과 ‘잠긴(lock-in) 매물’ 현상도 문제다. 주택 소유자들이 4% 이하의 ‘역사적 저금리’에 빌린 기존 대출을 유지하려 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NAR)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활동(listings) 매물은 지난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절대 물량이 부족하다.
이 여파로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2025년 들어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2023년 2월 이후 처음 나온 ‘연속 하락’ 기록이다. 해당 지수는 미국 주요 20개 대도시의 평균 주택가격 변동률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첫 주택 구매자(First-time Buyer)의 ‘꿈’은 더 멀어졌다. NAR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38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80년대 후반 20대 후반이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넘게 늦어진 셈이다. 같은 기간 평균 주택가격은 팬데믹 이전 대비 약 60% 상승했다.
※ 용어 해설
• 케이스-실러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부동산 데이터회사 코어로직(CoreLogic)이 공동 산출하는 가격 지표로, 미국 20대 도시의 기존주택 거래 가격을 가중 평균해 산출한다.
• 강제 매도(Forced Sale): 실직·파산 등으로 대출 상환이 어려워진 소유주가 부동산을 급히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로이터 설문 응답자 전원(25명)은 “금리가 내려가면 구매 여력은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지만, 대부분은 “모기지 금리 하락폭이 크지 않아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2027년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를 6.20%로 전망했는데, 이는 2010년대 평균치(약 4%)보다 여전히 높다.
주택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존주택 판매(Existing Home Sales)는 올해 4분기와 2026년 1분기에 연 400만 건 수준에 머물고, 2026년 초까지만 해도 410만 건 선을 간신히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팬데믹 초반인 2021년 1분기 최고치(660만 건)와 비교하면 약 38%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 진단과 전망
전문가들은 “실질 구매력 약화와 높은 차입 비용은 🡪 주택시장 장기 침체라는 도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세대 간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NG의 나이트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가 유지되는 한, 가격 조정(Price Correction)이 앞으로 6~12개월간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별도 보고서에서 “소폭 가격 하락 후, 2026년 말부터 저점 통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시간을 두고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장기물 금리가 완만하게 하락하는 이른바 ‘비반응적 장단기 스프레드’(non-responsive yield curve)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는 모기지 금리가 하락 탄력성을 갖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가격이 소폭 조정되더라도, 첫 주택 구매자가 체감하는 진입 장벽은 크게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업계는 빌드 투 렌트(Build-to-Rent)·공동 소유(Co-ownership) 등 대안적 주거 모델에 더 주목하고 있다.
향후 체크 포인트
• 2025~2026년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속도와 장기물 채권금리 동향
• 미국 노동시장(실업률·임금상승률)의 구조적 변화
•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주택 세제·공급 확대 정책 여부
• 강제 매도 증가 가능성과 지역별 가격 변동성
※ 본 기사는 로이터 원문 ‘US housing market to remain stuck in a rut as high rates choke demand’(Sarupya Ganguly 기자)를 전면 번역·재구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