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휴스턴】 미국 제철노동조합(USW)이 정유 및 화학 플랜트 노동자들을 대표해 차기 전국 단체협약(National Oil Bargaining)을 위한 교섭 요구안을 채택했다. 미국 전역 30,000여 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 4년 단체협약은 2026년 2월 1일 0시 직후 만료될 예정이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피츠버그에서 열린 대의원 회의에는 300여 명의 현장 대표가 참석해 임금·복지·기술 변화 대응 등 다섯 개 핵심 의제를 담은 초안을 의결했다. 이 초안은 향후 45일 이내에 지역 지부의 ‘슈퍼 매조리티’(재적 대비 압도적 찬성률) 비준을 받아야 본교섭의 정식 안건이 된다.
① 임금 인상 요구—“현실적이면서도 파격적”
교섭을 총괄하는 마이크 스미스 전국 석유부문 의장은 “내부 작업자(Inside Operator)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50달러를 넘는 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임금 요구안은 ‘시대적 상황에 걸맞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를 거부했지만, 고물가·고금리 국면 속 ‘실질임금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② 의료보험 비용 분담—“질 높은 보장, 비용 전가 거부”
스미스 의장은 “우리는 양질의 의료 혜택을 유지하되 rising cost(상승 비용)의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는 방안을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료보험료가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오르는 흐름을 감안할 때, 이 부분은 임금 못지않은 쟁점으로 예상된다.
③ 인공지능(AI) 대응 조항—“기술 변화 속 고용·안전 보장”
최근 정유·화학 산업에서도 생산·유지보수 자동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USW는 ‘AI 도입 시 고용 보호·작업장 안전 보장’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스미스 의장은 “우리 분야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노사 공동 검토 절차를 제도화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산업 측 대표—마라톤페트롤리엄
이번 교섭에서 사용자 측 리드 컴퍼니는 마라톤페트롤리엄(Marathon Petroleum, NYSE:MPC)이다. 대변인 자말 키에리는 “마라톤은 USW와의 생산적 협상을 기대하며 상호 만족스러운 합의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어느 교섭도 쉽지 않지만, 조합원들은 좋은 계약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 — 마이크 스미스 USW 전국 석유부문 의장
교섭 절차 및 전망
USW는 2026년 1월부터 마라톤 및 기타 에너지 기업들과 공식 교섭에 돌입한다. 스미스 의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라면서도 “패턴 교섭은 정유업계 임금·복지의 ‘기준 가격표’ 역할을 해온 만큼, 결과가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교섭 결과 복기
2022년 체결된 현행 협약은 ▲첫해 2.5% ▲2·3년차 각 3% ▲4년차 3.5%의 임금 인상을 보장했으며, 건강보험 분담률과 정년 후 복지 조항이 그대로 유지됐다. 당시에도 마라톤이 사용자 대표를 맡았다.
용어 설명*
내셔널 패턴 교섭(National Pattern Bargaining)은 단일 기업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선도 합의안’을 정한 뒤, 다른 사업장이 이를 준용하도록 하는 미국 노사관계 관행이다. 정유·철강·자동차처럼 설비 집약도가 높고 사업장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은 업종에서 주로 시행된다.
산업적 의미와 전망
미국 내 정유소는 원유 정제 능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임금·복지 조건 변화는 곧 가솔린·항공유·디젤 등 석유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료보험·AI 조항까지 포함된 이번 협약이 업계 ‘새 표준’이 될 경우, 비용 구조 재편과 설비 자동화 투자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친환경 전환·AI 도입이 겹친 전환기”라며, 이번 교섭이 향후 10년 미국 정유산업의 인력·설비 전략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