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8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공항 관제탑 주변을 전동 스쿠터를 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Nathan Howard/로이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항공관제사들이 첫 번째 ‘완전한’ 급여를 받지 못했다. 같은 날 미국 교통부(Department of Transportation, DOT)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지연 편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2025년 10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셧다운 여파로 필수 인력(Essential Employees)에 속하는 항공관제사와 공항 보안검색요원(TSA 스크리너)들은 출근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각국 항공사와 여행객들이 지연·결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날 뉴욕 라과디아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미항공관제사협회(NATCA) 닉 대니얼스(Nick Daniels) 회장은 “
문제가 하루가 다르게 쌓이고 있다(The problems are mounting daily)
”라며 “생계를 위해 택시 호출 앱 운전 등 부업에 나선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호소했다.
쇼운 더피(Sean Duffy) 미 교통부 장관도 기자들에게 “일요일 항공편 지연의 44%, 월요일에는 24%가 관제사 부족 때문”이라며 “올해 누적 평균 5% 수준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라고 설명했다. 더피 장관은 또 “연방항공청(FAA)의 관제사 훈련 및 채용 프로그램도 중단돼, 교육생 수당(fellowship stipend)이 곧 고갈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관제사 부족이 빚은 공항 지연 현장 ©CNBC
‘필수 인력’이란 무엇인가?
미국 연방정부는 예산 처리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일부 부처 운영을 일시 정지하는데, 이를 ‘Government Shutdown’이라 부른다. 다만 국민 안전·보건·안보와 직결되는 업무는 멈출 수 없어 관련 종사자를 ‘Essential Employees’로 지정, 무급 상태로라도 근무를 지속하게 한다. 항공관제사·TSA검색요원·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셧다운은 4주 차에 접어들었다. 미 항공업계는 이미 수년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려 왔으며, 이번 사태가 항공 교통망의 ‘병목 현상’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실제로 이달 초 미국 주요 공항에서도 지연 사태가 잇따랐으나, 2018~2019년 최장기 셧다운 때 발생했던 ‘라과디아 전면 운항 중단’ 같은 심각한 상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관제사·여행객·항공사 ‘삼중고’
• 관제사 : 생계압박으로 이중·삼중잡 겸업, 피로 누적
• 여행객 : 지연·결항에 따른 금전·시간 손실 가중
• 항공사 : 스케줄 조정·승객 보상 비용 증가, 주가 변동성 확대
NATCA는 이날 미국 전역 주요 공항에서 전단을 배포하고 여행객들을 상대로 “셧다운 종식을 위해 의회에 압력을 넣어 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이는 2019년 셧다운 당시 ‘소셜미디어 챌린지’ 캠페인과 유사한 전략으로, 공감대를 확대해 정치권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다.

NATCA 조합원들이 공항에서 캠페인을 실시하는 모습 ©NATCA
경제적·제도적 파급효과
전문가들은 셧다운 장기화가 미 국내총생산(GDP) 감소와 여행·관광산업 타격 등 거시경제 변수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항공편 지연은 비즈니스 출장 일정 차질로 이어지고, 화물 운송 지연은 공급망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채용 지연이 고착화될 경우 고령화된 관제사 집단의 대규모 퇴직(2030년 정점 예상)*과 맞물려 시스템 리스크가 심화될 전망이다.
*FAA 자료: 미 관제사 평균 연령 48세, 2030년까지 30% 퇴직 전망.
향후 전망과 대책
정치권 협상 교착이 이어질 경우, FAA는 우선순위 항공편만 허가하는 ‘플로우 컨트롤(Flow Control)’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허브공항에서 퍼져나가며 연쇄적 지연을 야기한다. 더피 장관이 언급한 ‘교육생 수당 고갈’ 역시 신규 관제사 유입을 막아 중장기 공급망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컨설턴트들은 “델타·유나이티드·아메리칸항공 등 메이저 항공사는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있어 완충이 가능하나, 저비용항공사(LCC)와 지역항공사는 운항 네트워크가 작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본다. 금융시장에서는 셧다운 장기화 시 항공·여행 섹터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필수 인력 임시 지급 법안’이나 ‘자동 계속예산(Automatic Continuing Resolution)’ 제도를 도입해 셧다운 때도 핵심 서비스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공화·민주 양당 간 예산·이민·국경안보 쟁점이 맞물려 쉽게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닉 대니얼스 NATCA 회장 : “관제사는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한다. 우리는 월급이 필요하다기보다, 안전한 하늘을 유지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해외 사례와 비교
프랑스·캐나다 등은 공항 하이브리드 관제 체계 도입으로 원격 관제(Remote Tower)를 실험 중이다. 팬데믹 기간 유럽 스웨덴(Örnsköldsvik공항)이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으며, 미국도 시험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는 “디지털 관제가 장기적 인력난 해결의 열쇠”라고 보지만, 장비 투자비·사이버보안 우려가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조속한 예산 합의가 근본 해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지며 ‘관제사 급여 미지급’이 향후 협상 카드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측통들은 “추수감사절(11월 27일) 대규모 귀성 시즌 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항공 시스템은 대규모 마비 시나리오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용어 풀이
• Government Shutdown : 예산안 통과 실패로 연방정부 일부 기능이 중지되는 상태.
• Essential Employees : 셧다운 기간에도 근무를 계속해야 하는 필수 인력.
• Flow Control : 관제사가 공항 혼잡을 통제하기 위해 항공편 이·착륙 빈도를 제한하는 조치.
©2025 CNBC | 번역 · 재가공 AI Journal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