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장관, 우크라이나 전쟁 속 러시아산 원유로 ‘차익거래’ 하는 인도 맹비난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가 러시아산 원유를 저가에 사들여 되팔아 이익을 취하고 있는 인도 정부를 향해 ‘용납할 수 없는 차익거래(arbitrage)’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5년 8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같은 날 CNBC ‘스콱박스(Squawk Box)’ 인터뷰에서 “그들은 단순히 폭리를 취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것이 내가 말하는 ‘인도형 차익거래’로, 싼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해 정제 후 재판매하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가 언급한 ‘차익거래’시세 차이를 이용해 저가로 매수한 상품을 고가 시장에 되파는 전략을 의미한다. 금융과 상품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활용되지만, 국제 제재 상황에서 발생할 경우 도덕적·정치적 논란이 뒤따른다.


➊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급증

시장조사업체 Kpler의 석유 애널리스트 매트 스미스(Matt Smith)는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 가격으로 들여와 휘발유·디젤로 정제한 뒤, 러시아를 제재 중인 유럽 등지로 다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공 이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미미했으나, 2022년 2월 전면 침공 이후 수입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Bessent Interview

Kpler에 따르면 2025년 7월 인도는 하루 150만 배럴(bpd)을 수입러시아 최대 고객이 됐으며, 중국하루 약 100만 배럴로 그 뒤를 이었다.


➋ 美 행정부, ‘2차 관세’로 인도 압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 초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이유로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는 다음 주 발효된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대해 ‘세컨더리(제3자) 관세’를 부과하겠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세컨더리 관세(secondary tariffs)’제재 대상국과 간접적으로 거래하는 제3국에도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이는 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안됐으며, 당사국 외교·무역에도 큰 파장을 미친다.

베선트 장관은 인터뷰에서 “중국 역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지만, 침공 이전부터 주요 수입국이었다”며 중국에 대한 관세 적용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➌ ‘가격상한제’ 설계에 인도 참여했었다

한편 조지 W. 부시 행정부 에너지 보좌관을 지낸 라피단 에너지(Rapidan Energy) 대표 밥 맥낼리(Bob McNally)는 CNBC에 “미 행정부가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사실상 요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국제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가격상한제(price cap sanction mechanism)’를 설계했으며, 이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 공급은 유지하되 모스크바의 수익은 제약하려 했다. 맥낼리는 “인도가 해당 메커니즘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Full Interview

CNBC는 주미 인도 대사관에 의견을 요청했으나, 공식 답변은 아직 없다.


➍ 전문가 관점: 글로벌 에너지·외교 지형 변화

이번 사안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지정학적 동맹 재편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유 가격 상한제는 효과보다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도입했지만, 정제제품 우회 수출이라는 ‘그레이 로드(회색 경로)’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안보’‘가치 동맹’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미국의 전략이 역설적으로 차익거래 공간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선트 장관의 강경 발언은 이 같은 모순에 직면한 미국 행정부 내부 기류 변화를 시사한다.

또한, 인도가 세계 제3위 원유 소비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5% 관세2차 제재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국제 원유·정제제품 가격,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중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


➎ 용어 해설 및 독자 Q&A

• 차익거래(arbitrage) – 같은 상품이라도 지역·시간대별로 가격이 다를 때, 저가 시장에서 매수해 고가 시장에 판매해 이윤을 얻는 방식이다.

• 2차 관세(secondary tariffs) – 제재 대상국과 직접 거래하지 않더라도, 해당 국가와 거래하는 기업·국가에 간접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 가격상한제(price cap sanction mechanism)러시아산 원유를 일정 가격 이하로만 거래하도록 제한해, 러시아의 전쟁 자금 줄이기·국제 유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제재 전략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용어를 이해함으로써 국제 석유 거래 구조정치‧경제적 파급효과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 필자 의견1본 기사에 드러난 수치와 발언은 모두 CNBC 원문을 근거로 하며, 추가적인 사실은 포함하지 않았다. 필자는 향후 미국의 2차 관세가 현실화되면 인도·중국·러시아 간 에너지 공급 축이 더욱 공고해지고, 서방 중심 제재망은 상대적 결속력 약화라는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동시에 이는 개별 기업·투자자에게 새로운 위험 요인이자, 차익거래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어 정밀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