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전력의 대수요 시대, 원전의 컴백—그러나 ‘폐기물’이라는 코끼리
미국이 원자력 발전의 재부상을 공식화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폭증과 제조 리쇼어링이 맞물리며, 무탄소·기저부하 전원의 대표 주자인 원전이 에너지 안보·기후정책·디지털 경쟁력의 교차점으로 복귀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1960~70년대 1차 원전 붐 이후 수십 년간 미해결로 남아 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다. 본 칼럼은 최근 뉴스 플로우—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향후 25년 내 원전 전력 4배 확대), 웨스팅하우스 중심의 대규모 건설 계획(약 800억 달러 규모), SMR·재처리·딥 보어홀 등 신기술 실험—를 종합해, 2026~2035년 미국 증시·실물경제에 어떤 장기 파급이 발생할지 정책·산업·자본시장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진단한다.
- 핵심 결론: 원전은 AI·전력집약 산업의 중장기 전원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다만 폐기물 처분 해법과 프로젝트 실행(허가·공사비·공기) 리스크가 병존하는 한, 현금흐름 가시성이 투자 판가름을 좌우할 것이다.
- 대세 시나리오: 2030년 이전 기존 대형 원전의 수명 연장이 주력, 2030년대 초중반부터 SMR 일부 상업화가 가시화될 전망. 영구 처분장(지하 심층) 개시는 타국(핀란드 등) 대비 후행 가능성이 크다.
- 투자 포인트: (1) 규제·허가의 선행 신호, (2)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보험/보증 구조, (3) 연료·폐기물 밸류체인, (4) AI 전력계약(PPA)과의 연계가 밸류에이션의 열쇠다.
1) 데이터·정책 브리핑: ‘원전 확대’와 ‘폐기물 딜레마’의 동시 재등장
정책·산업 동향(최근 보도 기반)
- 트럼프 행정부: 2025년 5월 행정명령으로 향후 25년간 원전 전력 4배 확대를 천명. 같은 해, 웨스팅하우스(모회사 Cameco·Brookfield)와 함께 전국 다수 부지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약 800억 달러 규모 계약 틀을 발표.
- 현황: 미국은 28개 주 94기 원자로를 보유(전력의 약 20% 생산). 신규 대형원전 준공은 지난 2년 사이 두 기에 그쳤고, 수년 지연·150억 달러 이상 예산 초과가 보고됨.
- 폐기물: 39개 주 79개 부지에 95,000미터톤 이상의 사용후핵연료 임시 보관(매년 약 2,000미터톤 추가). DOE는 법상 인수·저장을 책임지나, 영구 처분장 부재로 지연 지속. 납세자 부담은 연간 최대 8억 달러에 이르고, 1998년 이후 정부가 지급한 손해배상 누적은 약 111억 달러, 향후 총액은 최대 445억 달러 전망.
- 유카 마운틴: 1987년 단일 처분장으로 지정됐으나 2010년 정치·법률 반대로 중단. 핀란드 ‘온칼로(ONKALO)’는 세계 최초의 영구 처분장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고, 스웨덴이 뒤를 이음.
- SMR·재처리·딥 보어홀: 테라파워는 와이오밍 프로젝트(2030년 말 목표), 오클로는 2027년 말~2028년 초 Aurora 고속로 가동 목표(단, NRC 최종 승인 대기, 프리 레베뉴 위험). 딥 아이솔레이션은 2027년 초 실제 규모 시연 목표(수직·수평 시추 기반 딥 보어홀 처분). 재처리(큐리오·샤인·오클로)는 SMR 연료 재활용과 연계.
AI 수요: 전력은 새로운 ‘클라우드 리소스’
동기간 빅테크(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는 데이터센터 중심 연간 3,800억 달러 수준의 자본지출 캡엑스를 예고했다. GPU 공급망이 완화되더라도, LLM·멀티모달 고도화는 연산-전력 동시 증설을 요구한다. 구글의 7세대 TPU(Ironwood) 공개, 앤스로픽의 채택 검토 등은 연산 집약성 지속을 방증한다. 문제는 ‘전력이 없으면 AI도 없다’는 단순한 진실이다. 데이터센터 입지 정책(송전망 증설·공급계약 PPA)과 무탄소 전원(원전·풍력·태양광+저장)의 조합 설계가 IT 섹터 밸류에이션에 직접 입력되는 구간이다.
2) 경제성·허가·공급망: ‘실행 가능성’이 곧 밸류
프로젝트 리스크: 비용·시간·허가
- 비용 통제: 최근 준공된 대형 원전은 예산 초과·공기 지연이 빈발했다. 인플레이션·인건비 상승·규제 지연·공급망 혼선이 복합 작용했다. 2030년 이전 신규 기저 원전의 대규모 상업 기여는 어렵고, 기존 원전 수명 연장이 현실적 카드다.
- 허가 절차: NRC 심사 병목과 지역사회 수용성(특히 폐기물·물 사용)이 핵심. 연방·주 정부의 패스트트랙 시도에도, 지방정부·주민 반대는 일정 변수로 잔존한다.
- 공급망: 대형 주기기·중요 부품(증기발생기, 원자로용기 등)과 숙련공 인력의 동시 확충이 필요. SMR은 모듈화로 리드타임을 줄인다는 설계지만, 첫 상업 실증 전까지는 조달 리스크가 높다.
전력시장·요금: 확산의 상한선
원전은 무탄소·고가동률이 강점이지만, 초기 투자가 크고 자본비용에 민감하다. 유틸리티 규제체계에서 건설 중 비용 회수(CWIP) 허용, 세액공제·보조·담보(공적 보증) 등 금융구조 설계가 관건이다. AI·반도체·철강 등 전력다소비 산업의 장기 PPA는 원전 프로젝트의 현금흐름 가시성을 높여 준다. 반대로, 폐기물 해법·사고 리스크 프리미엄이 그대로면, 소비자 요금 인상 압력이 정치적 역풍을 부를 소지가 있다.
3) 폐기물의 정치경제학: ‘보이는 비용’ vs ‘보이지 않는 비용’
미국의 특수 사정
미국은 영구 처분장 부재로 인해 DOE의 법적 의무 불이행이 장기화되며, 납세자는 연간 최대 8억 달러 손해배상을 부담해 왔다. 1998년 이후 누적은 약 111억 달러, 향후 총액은 최대 445억 달러 추산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비용’의 대표 사례다. 에너지 믹스에서 화석연료의 기후·보건 비용이 외부효과로 처리돼 온 것과 마찬가지로, 핵폐기물의 미해결비용도 금융계정 바깥에서 실질적으로 누적돼 왔다.
정책 옵션과 쟁점
- 지하 심층 처분장(Geologic Repository): 과학적 합의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 부지 선정·지역 수용성이 가장 큰 장벽. 유카 마운틴 실패는 과학·법·정치 3박자의 불협화음을 상징한다.
- 딥 보어홀(Deep Borehole): 시추·수평화 기술 접목(딥 아이솔레이션). 현장 인접 병행 처분으로 운송 리스크를 줄이는 장점. 반면, 실제 대용량 처리·회수 가능성·용기 장기 건전성 등에서 검증 과제가 많다. 2027년 텍사스 시연의 기술·규제 결과가 분수령.
- 재처리(Reprocessing): 자원 효율을 높여 폐기물 총량·독성을 낮출 잠재력. 그러나 비용·핵비확산·2차 폐기물 문제로 논쟁적.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재처리 연료를 사용, 미국은 경제성·비확산 이유로 제한적 태도.
정책적 함의: 미국이 ‘어느 해법을 표준’으로 채택하느냐는 2030년대 원전 보급 속도와 금융조건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이행 가능한 중간 해법(CISF, 중간저장시설)과 최종 처분의 투트랙 설계가 현실적이다.
4) 시계열 전망(2026~2035): 세 가지 경로
| 시나리오 | 핵심 전개 | 전력/배출 영향 | 증시·섹터 파급 |
|---|---|---|---|
| 기준(Base) | 기존 원전 수명 연장 가속, 2030~33년 초기 SMR 1~3기 상업 가동. 딥 보어홀 시연·CISF 병행. 영구 처분장 로드맵은 정치 협상 속 더딘 진전. | 원전 비중 완만 상승, 데이터센터 PPA 확산으로 지역별 무탄소 전력 비중 증가. | 규제 유틸리티·그리드 EPC·연료/서비스에 선별적 리레이팅. 오클로 등 프리 레베뉴 종목 변동성↑. |
| 낙관(Bull) | SMR 다수 부지 패스트트랙 승인, 유럽형 영구 처분 모델 도입(州 인센티브). 빅테크·유틸리티 합작으로 원전+저장형 PPA 등장. | 2030년대 중반 원전 비중 의미 있게 상승, 지역 계통 안정성 개선·배출 급감. | 원전 밸류체인(엔지니어링·제조·서비스·연료) 전반 멀티플 확장. 그린본드·전환사채 재무조달 활성화. |
| 비관(Bear) | 프로젝트 비용폭탄·지연 재현, 사고/안전 이슈 부각. 폐기물 정치 갈등 재점화, 환경단체 소송 확산. | 원전 증설 좌초, 가스·수입전력 의존 증가. 탄소/전력비 부담 확대. | 유틸리티 약세·요금 인상 규제 충돌. AI·반도체 전력제약 밸류에이션 할인. 에너지저장·수요반응 수혜. |
5) 섹터별 파급도: 누가 이익이고, 누가 뒤처지는가
수혜 가능 영역
- 규제 유틸리티: 장기 RAB(규제자산기반) 확대와 허용수익률(ROE) 방어에 성공할 경우 방어적 성장. 관건은 공사비 인플레·요금정책 합의.
- EPC/제조·시공: 모듈화·표준화 수혜. 공급망 국산화 가점. 숙련공·품질 체계에서 원가 경쟁력이 승부처.
- 연료/서비스: 우라늄 채굴·정련·서비스(연료주기 관리), 영구 처분 엔지니어링. 재처리 진척 시 새로운 밸류체인 창출.
- AI·하이퍼스케일러: 원전 PPA로 전력 ESG와 캡엑스 가시성 제고. 데이터센터 입지의 전력 프리미엄 재정의.
리스크 노출 영역
- 프로젝트 익스포저 높은 유틸리티: 공기 지연·비용초과 시 규제기관과의 갈등→배당·크레딧 리스크.
- 프리 레베뉴 원전 스타트업: NRC 허가·재무조달 이중 리스크. 금리·자본시장 변동성에 취약.
- 고탄소 전원·가스 발전: 장기적으로 탈탄소 규제 가속 시 상대적 디스카운트.
6) 투자자 체크리스트: 10가지 선행지표
- NRC 허가 파이프라인: SMR·재처리·딥 보어홀 관련 심사 일정·요건 변화.
- 주(州) 유인책: 최종 처분장/중간저장시설 유치 보상(세제·직접지원) 제도화.
- 금융 구조: 공적보증·그린본드·수익률형 증권(PPA 연계)의 출시 및 리프라이싱.
- PPA 데이터: 빅테크/제조 대형 PPA에서 원전 비중·기간·가격 공식화.
- 공사비 추세: 최근 EPC 계약의 고정가/원가연동 비율, 클레임/분쟁 빈도.
- 노동력·교육: 숙련공 양성·임금, 지역 노조 협상 구조.
- 사고·정지 빈도: 안전지표(고장정지·비상정지)와 보험료 리프라이싱.
- 폐기물 비용회계: 유틸리티 재무제표에서 폐기물 충당부채·보험 공시 강화.
- 송배전망 투자: 계통 혼잡 완화·새 연결 대기 줄이기 위한 CAPEX 승인 속도.
- 국제 레퍼런스: 핀란드·스웨덴 처분장 상업 운영의 초기 성과·안전성 데이터.
7) 데이터센터와 원전의 ‘결혼’: 가능한 구조 3가지
- 유틸리티 경유 PPA: 유틸리티→AI기업 장기 PPA(원전·저장·송전 패키지). 규제 리스크 분산 장점.
- 직접개발(벤더·합작): 빅테크·유틸리티·장비업체 프로젝트 합작으로 전원-부하 동시 개발. 리드타임 단축 기대.
- SMR 캠퍼스: 클러스터형 데이터센터 단지 옆 모듈형 SMR 다수기 배치. 부지·송전 최적화. 초기에는 혼합 전원(수력/풍·태양+저장) 병행.
전력시장 관점에서 빅테크는 부하·자본을, 유틸리티는 허가·계통을, 원전 밸류체인은 기술을 제공한다. 이 3요소의 거버넌스 설계가 프로젝트 성공의 80%를 결정한다.
8) 반론과 한계: ‘원전이 곧바로 AI 전력 해법’은 아니다
학계·전직 규제당국의 비판은 타당하다. 앨리슨 맥팔레인 전 NRC 위원장은 딥 보어홀의 물류·기술 구현에 의문을 제기하고, 원전 건설의 경제성 열위를 지적한다. 팀 저드슨(NIRS)은 데이터센터 급증에 즉각 대응할 해법으로 원전을 보는 시각을 ‘공상에 가깝다’고 평했다. 실제로 2020년대 후반까지는 수명연장·효율개선·수요관리·저장장치의 역할이 더 크다. 원전은 중장기 해법이며, 초기 5~7년은 허가·공급망·노동을 정비하는 데 소요된다.
9) 정책 제언: ‘폐기물 우선’과 ‘표준화’ 없인 재추진 없다
- 폐기물 패키지: 중간저장(CISF)+지하 심층 처분 투트랙. 호스트 커뮤니티에 세제·직접 보상을 고정식으로 제도화.
- 표준화·모듈화: 설계 표준·공정 가이드·품질 및 감리 표준을 연방-주 공동으로 정립. 공급망 공동조달 플랫폼 구축.
- 그린 파이낸스: 그린본드·공적보증·수익률 연계 채권(계통·저장 묶음)으로 WACC 하향. PPA 데이터를 공시·표준화.
- 노동력 육성: 국립 기술훈련+주정부 보조로 핵심 숙련공 육성. 연계된 지역대학·커뮤니티칼리지 트랙 개설.
- 투명성 강화: 유틸리티의 폐기물·프로젝트 리스크 공시 표준을 상향해 투자자 리스크 가격결정을 개선.
10) 포트폴리오 전략(전문가 견해)
- 코어: 규제 유틸리티 중 프로젝트·자본정책이 보수적인 기업, 송배전망·계통투자 수혜주, 서비스·O&M(장주기 현금흐름).
- 알파: 모듈형 EPC·기자재에서 실행력이 입증된 업체, 연료주기(정련·서비스), 영구 처분·중간저장 엔지니어링.
- 옵셔널리티: SMR/재처리 초기주(고위험). 허가 마일스톤·자본조달 이벤트와 모멘텀 트레이딩 병행.
- 헤지: 저장장치·수요반응·효율화 솔루션(원전 지연/비용폭탄 리스크 시 수혜), 가스 스프레드 트레이드.
주: ‘핵심-위성’ 접근으로 정책/허가·이행리스크에 대비하고, 허가·PPA·공사비·폐기물 정책의 선행지표가 긍정적일 때 위성 비중을 확대하는 점증전략이 합리적이다.
부록: 팩트 체크·수치 메모
- 원전 현황: 28개 주 운영 94기, 전력 약 20% 생산(대부분 1967~1990년 가동 개시).
- 폐기물: 39개 주 79개 부지 95,000미터톤 임시 저장(연간 2,000미터톤 증가). 납세자 손해배상 연 최대 8억 달러, 1998년 이후 누적 약 111억 달러, 향후 총액 최대 445억 달러.
- 신규 프로젝트: 최근 대형원전 준공 두 건—수년 지연·150억 달러 이상 예산 초과 사례 보고.
- 딥 보어홀: 수직 시추 후 수평 확장(직경 18인치 수직·수평 터널), 16피트·15인치·6,000파운드급 용기 적층, 2027년 텍사스 실증 목표.
- SMR: 테라파워(와이오밍, 2030년 말 목표), 오클로(Aurora, 2027~28 목표·NRC 최종 승인 대기·프리 레베뉴 위험).
- 국제 레퍼런스: 핀란드 온칼로(최초 영구 처분장) 상업 운영 임박, 스웨덴 건설 진척.
- AI·전력: 빅테크 연간 CAPEX 3,800억 달러대(데이터센터 중심), 구글 TPU7(Ironwood) 공개, 앤스로픽 도입 검토.
결론: ‘시간을 아는 투자’—폐기물 없는 원전 확대는 없다
원전은 미국의 전력 포트폴리오에서 디지털·제조 재도약의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폐기물의 정치경제학을 외면한 확장은 또 다른 손해배상과 사회적 갈등을 낳을 뿐이다. 2020년대 후반은 허가·표준화·금융을 재설계하는 준비기, 2030년대는 상업화·확산의 진성장기로 봐야 한다. 투자자는 ‘무탄소 기저부하’라는 슬로건보다, 폐기물 패키지·PPA·공사비·허가라는 현금흐름 실물 지표를 보아야 한다. 그것이 AI 전력 시대의 승자—유틸리티·EPC·연료주기·데이터센터—를 가려낼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본 칼럼의 견해로는, 2026~2028년은 수명연장·계통투자 중심의 전초전, 2029~2032년은 SMR 상업화의 검증기, 2033~2035년은 폐기물 거버넌스 정착 여부가 멀티플 재평가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이다. ‘폐기물 없는 원전 확대는 없다’—이 한 문장이 향후 10년 미국 에너지·AI·자본시장의 핵심 투자문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 본 분석은 최근 보도에 제시된 수치·사실(트럼프 행정부 원전 확대 행정명령, 웨스팅하우스 대형 계약, 미국 원전·폐기물 통계, 핀란드·스웨덴 처분장 진척, 테라파워·오클로·딥 아이솔레이션 일정, 빅테크 CAPEX·TPU7 공개 등)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향후 정책·시장 변화에 따라 전망은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