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17일 오전 혼조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같은 날 밤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앞두고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며 관망에 들어갔다. 일본 증시는 무역수지 적자 폭이 예상보다 작았다는 소식에 힘입어 역사적 고점 부근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뉴욕증시가 약세로 마감한 여파가 아시아 전반으로 이어졌다. 특히 다우, S&P 500, 나스닥 지수 선물은 아시아 조기 거래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횡보했다.
연준의 첫 인하 가능성※이 시장 최대 변수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이날 기준금리를 0.25%p(25bp) 인하해 연방기금금리 목표구간을 4.00%~4.25%로 낮출 가능성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관건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과 점도표(dot plot)로 불리는 경제전망표 수정치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월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접근”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어,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추가 완화 속도에 신중을 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공존한다.
“이번 회의에서 스티븐 미런 신임 이사가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 ING 경제연구소 보고서
시장참가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Fed funds futures는 연말까지 65~70bp 추가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끈적거리며(sticky)” 내려오지 않을 경우, 연준 위원들은 더 완만한 완화 경로를 시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가 하향 조정되면 일반적으로 달러화 강세 압력이 완화돼 아시아 통화 및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촉진된다는 점에서 지역 투자자들로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 지수 동향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1% 이상 급등하며 기술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국 코스피는 1% 넘게 하락하며 6거래일 연속 기록한 사상 최고행진을 멈췄다. 중국 본토에서는 상하이종합지수가 0.2% 올랐고, 대형주 중심의 CSI 300은 0.4% 상승하며 10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오세아니아와 동남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호주 S&P/ASX200은 0.7% 내렸고,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는 0.2% 하락 마감했다. 개장 전 인도 Nifty50 선물은 0.3% 상승을 가리키며 비교적 견고한 흐름을 예고했다.
일본: 무역적자 축소와 니케이 강세
도쿄증시에서는 니케이225가 전장 대비 0.2% 상승해 45,055.0포인트라는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바로 밑에서 등락했다. 반면 대형 가치주 비중이 높은 토픽스(TOPIX)는 0.4% 하락했다.
8월 일본 무역수지는 2,425억 엔(미화 16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3,250억 엔 적자)를 대폭 하회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1% 감소에 그쳐, -1.2% 전망치를 상회했다. 수입은 같은 기간 5.2% 줄었다.
아울러 8월 발표된 미·일 관세 합의로 미국 시장에 대한 일본 제품 관세율이 최대 15%로 상한 설정되자, 자동차·정밀기기 등의 對미 수출이 선방했다. 다만 고물가와 엔화 약세에 따른 내수 침체는 여전히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용어 및 배경 설명
• 기준금리(baseline rate)·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
미국 은행들이 초단기로 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로, 연준이 조정한다. 1bp(basis point)는 0.01%p를 의미한다.
• 점도표(dot plot)
FOMC 참석 위원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점(dot) 형태로 표시한 그래프다. 시장은 이를 통해 향후 금리 경로를 예측한다.
• Fed funds futures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미국 기준금리 선물 계약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금리 변동을 헤지하거나 예상한다.
시장 전망과 전문가 시각
해외 IB(투자은행) 대부분은 “달러 강세가 한풀 꺾이면 원자재·신흥국 주식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물가가 재차 압력을 받으면, 연준은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이에 따라 4분기 아시아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엔화 가치가 30년 만의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는 점이 수출 기업 실적을 뒷받침한다. 동시에 수입 물가 급등이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켜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 니케이225가 고점을 재차 경신하더라도, TOPIX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코스피는 최근 6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3,400선 상회)를 기록했으나, 이날 차익 실현 물량이 확대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는 여전하지만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될 경우 조정폭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론
결국 투자자들은 이번 FOMC 결과를 통해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어느 쪽을 더 우선시할지를 가늠하고자 한다. 첫 번째 25bp 인하로 단기 모멘텀은 얻겠지만, 파월 의장이 매파적 시그널을 동시에 발산할 경우 완화적 기대감은 빠르게 식을 수 있다. 아시아 증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선반영해 혼조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 증시는 무역 지표 호조에도 내수 침체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고점 논쟁’이 재점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