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음주율, 기록적 최저치… ‘적당한 음주도 해롭다’는 인식 첫 과반 돌파

미국인의 음주율이 갤럽(Gallup)이 통계를 집계한 86년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발표된 2025년 소비 습관(Consumption Habits) 연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술을 마신다고 응답한 미국 성인은 54%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58%, 2023년 62%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한 수치다. 1958년 집계됐던 이전 최저치(55%)마저 경신한 결과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 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 가계 소비를 압박하는 가운데, ‘적당한 음주(moderate drinking)’조차 건강에 해롭다고 보는 미국인이 처음으로 과반에 도달했다. 갤럽 조사에서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53%로, 전년 45% 대비 8%포인트 급등했다.

“소량이라도 술을 마시면 최소 7가지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미국 공중보건당국의 경고가 잇달아 나오면서, 공중보건 담론이 소비 행태를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주류 업계는 팬데믹(코로나19) 시기 ‘집콕 음주’ 특수가 끝난 뒤 판매 부진건강 경고 확대라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증류주(spirits) 업체들은 ‘저도주·무알코올’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주요 설문 지표

최근 24시간 이내 음주: 24%(사상 최저)
마지막 음주 시점이 1주 이상 전: 40%(2000년 이후 최고)
1주 평균 음주량: 2.8잔(1996년 이후 최소) — 2024년 3.8잔, 2003년 5.1잔과 비교하면 큰 폭 감소

갤럽 사회연구국 책임자 리디아 사드(Lydia Saad)는 “알코올 소비 감소가 대마초 합법화 확대(현재 미국 50개 주 중 절반 이상)에 따른 대체 효과 때문이라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즉, 술을 줄인다고 해서 다른 기호용 약물 섭취가 동일한 규모로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갤럽 조사란?
갤럽은 1939년부터 미국인의 음주 행태를, 2001년부터는 ‘적당한 음주의 건강 영향’ 인식을 추적해 왔다. ‘적당한 음주’란 통상 하루 1~2잔 이하로 규정되지만, 의학계‧보건당국은 최근 ‘무해한 최소 기준은 없다’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있다.

산업·투자 관점

전문가들은 음주율 급락이 저알코올·무알코올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WSR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무알코올·저알코올(Lo&No) 음료 시장이 연평균 7% 내외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통 주류(Beer·Wine·Spirits)의 1~2% 성장률을 크게 앞선다.

한편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증류주 제조사의 핵심 고객층인 25~44세가 건강·웰니스 트렌드에 민감해, 향후 마진 하락제품 믹스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S&P500 주류 지수는 2024년 이후 같은 기간 시장 수익률을 10%포인트 이상 하회했다.

용어 설명:
적당한 음주(Moderate Drinking)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남성 하루 2잔, 여성 하루 1잔 이하를 의미한다.
무알코올·저알코올(Lo&No) – 알코올 함량이 1.2% 미만이거나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음료군이다.

기자 분석

최근 ‘소비 절제(Conscious Consumption)’가 MZ세대 라이프스타일 코드로 자리 잡으면서, ‘술 없는(Alcohol-Free) 사교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금주 운동을 넘어 정신건강, 생산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와 맞닿아 있다. 업계가 기존 주류 외에 기능성 음료, RTD(Ready-to-Drink) 칵테일에 투자하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규제 강화와 소비자 인식 전환이 맞물리면서, 주류 산업은 ‘저성장-고규제’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 가치를 방어하려면 브랜드 다각화와 마케팅 차별화, 무알코올 신제품 출시가 더욱 절실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