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무실 공간 축소 현상: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대전환과 장기적 파급효과

개요

2025년 6월 기준으로 미국 사무실 시장이 최소 25년 만에 처음으로 순공급 감소 국면에 진입했다는 CBRE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팬데믹 이후 원격·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되는 가운데, 올해 말까지 총 2,330만 제곱피트의 기존 오피스 공간이 철거 또는 전환되는 반면 신규 건설은 1,270만 제곱피트에 그칠 전망이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단기적인 시장 조정 수준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도심 상권, 금융시장, 도시 재생 전략, 정책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1. 공급·수요 현황 분석

1.1 공급 측면

구분 2025년 예상치 비고
공간 전환·철거 23.30백만 sq.ft 팬데믹 이전 대비 150%↑
신규 건설 완료 12.70백만 sq.ft 전년 대비 30%↓
순증가 -10.60백만 sq.ft 1998년 이후 첫 감소

CBRE가 조사한 58개 주요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사무실 순공급이 마이너스로 전환된다. 특히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는 도심 복합용도 개발이 활발해 오피스 공간 축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1.2 수요 측면

  •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 팬데믹 직후 도입된 원격 근무 모델이 상시화되면서 출근·퇴근 빈도 감소.
  • 임대 요구 변화: 클래스 A 빌딩 선호, 대형 오피스 축소, 유연한 코워킹 공간 수요 증가.
  • 경제 성장 둔화: IT·금융 업종을 중심으로 채용 규모 확장 속도가 과거 대비 둔화.

전반적으로 수요보다 공급 축소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공실률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이는 일부 시장에서 오피스 임대료 안정화 혹은 미미한 상승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2. 구조적 원인

2.1 근무 문화의 혁신

원격·하이브리드 근무는 단순한 임시 조치를 넘어 기업 조직문화 전반을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팬데믹 이전 사무실 밀집도를 기준으로 설계된 오피스는 고정된 책상·회의실 중심 구조였다. 그러나 오늘날 직원들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요구하며, 특정 주·월 단위로 출근 일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고정 좌석 대비 공유 좌석(hot desk) 수요가 증가했으며, 이와 반대로 대규모 전통적 오피스 공간은 과잉 상태에 빠졌다.

2.2 기술 진보와 효율성

클라우드 서비스, 화상회의 플랫폼, 협업 도구의 고도화로 문서·통신 인프라가 분산화됐다. 사내 서버룸 대체 및 고정된 네트워크 설비가 공간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업무 자동화는 일부 지원 부서 근무 인력을 축소시키며, 이에 따른 오피스 면적 축소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2.3 경제·금융 환경 변화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상업용 부동산 개발 비용과 금융비용이 급증했다. 개발업자들은 과거처럼 대규모 오피스 공급을 추진하기 어려워졌으며, 기존 오피스의 전환·철거 투자 수익율이 신규 건설 대비 높아지고 있다. 또한, REITs(부동산투자신탁) 중심 자금 조달 구조에서는 안정적 배당을 위한 현금흐름 확보가 중요한데, 공실률 상승기에 신규 오피스 출시가 부담이다.


3. 중·장기 파급효과

3.1 도시 재생 및 용도 전환

  • 주거 전환 가속화: 철거된 오피스 빌딩 부지는 다가구 주택, 콘도밍엄 개발로 전환되면서 도심 주거 공급 확대.
  • 혼합용도 개발: 상업·문화·주거·오피스가 결합된 복합단지 조성, ‘라이브·워크·플레이(Live-Work-Play)’ 모델 확산.
  • 세제·정책 변화: 지방정부는 용도 변경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 중.

3.2 금융시장 및 투자 전략

상업용 부동산 채권 및 대출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재평가될 전망이다. 투자 기관은 전통적 오피스 REITs 비중 축소, 물류센터·데이터센터·주거용 부동산으로 자산 배분 전환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어(Core) 자산에서 벗어난 비(非)코어 자산의 가치 하락 우려로 충당금 적립 증가가 예상된다.

3.3 노동시장 및 기업경영

기업들은 오피스 축소에 따른 임대 비용 절감분을 인력 재교육, 원격근무 지원 인프라 확충, 기술 투입에 재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도심 상권 소매·외식업종은 근무 일수 감소 영향으로 매출 감소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도심 경제 선순환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4 사회·인프라 측면

출퇴근 교통량 감소에 따른 대중교통 수입 감소, 고정비 부담 증가로 지방정부 재정 구조에 부담이 된다. 반면 주거 밀집 지역의 교통망 재편 및 신설 수요가 확대되어 인프라 투자 방향이 변화할 것이다.


4. 결론 및 제언

미국 사무실 시장의 순공급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이라고 판단된다. 향후 5~10년간 도심 오피스 재편은 지속될 것이며, 관련 업계와 정책 당국은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 용도 전환 가이드라인 마련 : 지방정부와 연방정부 협력을 통해 주거·문화·업무 기능을 융합한 용도 전환 계획을 표준화·지원해야 한다.
  • 금융 리스크 관리 : 금융기관은 포트폴리오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고, 이머징 자산(데이터센터·물류·주거)의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 도시 인프라 재설계 : 교통·공공시설 등 도심 인프라 수요 변동에 따른 장기적 재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 기업 근무 모델 혁신 :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최적화 방안을 마련해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를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

미국 사무실 시장의 이례적인 축소는 상업용 부동산뿐 아니라 도시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1년을 넘어 최소 5년, 심지어 10년 이상의 관점에서 체계적·종합적 대응이 요구된다. 공공·민간이 협력하여 새로운 도시 생태계를 설계하는 것이 시장 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