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관세 특혜 종료로 아프리카 수출 즉각적 타격 우려

나이로비·요하네스버그발 (로이터) – 미 정부의 대표적 아프리카 무역 특혜 제도인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법(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AGOA)이 25년 만에 효력을 상실하면서, 대륙 전역의 기업 수십 곳과 수십만 개 일자리가 즉각적 위협에 놓였다.

2025년 10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초당적으로 AGOA 연장을 지지하고 있으나, 제도가 잠시라도 공백 상태에 빠질 경우 오랜 기간 투자해 온 공장과 농장을 운영해 온 기업들은 더 이상 손실을 흡수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이미 2025년 8월부터 적용된 국가별 추가 관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Pankaj Bedi 나이로비 소재 의류업체 유나이티드 아리안 회장은 타깃·월마트에 의류를 공급해 왔으나, “텍스타일 수출액의 최대 3분의 1에 달하는 관세가 부활하면 즉각적인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손실을 감당할 지속 가능성이 없다”며, 일부 ‘책임 있는 바이어’들이 일시적 손실을 떠안아 주고 있지만 11월까지 소급 연장이 확정되지 않으면 “그 같은 지원도 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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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빈자리 채울 것’이라는 공포

2023년 아프리카는 AGOA를 통해 97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미국으로 수출했으며, 수십만 개 일자리가 제도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2000년 제정 이후 수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오히려 축소됐다고 분석하지만, 초당적 지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공화당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애드리언 스미스 의원은 “AGOA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는 동시에 미국이 아프리카의 젊고 성장하는 인구에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역시 지난달 의회 서한에서 “연장은 기업들이 중국 의존 공급망을 다변화하도록 독려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초당적 16년 연장 법안을 공동 발의하며 “AGOA 재인가에 실패한다면 중국은 주저 없이 우리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 말기 다른 현안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 협상에서 관세를 지렛대로 삼는 데 집중함에 따라 협정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다른 법안에 연장안을 ‘편승’시키는 방식이 가장 빠르지만, 행정부는 ‘관련 없는 조항’ 삽입을 반대해 왔다. 결국 백악관은 이번 주 1년 임시 연장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세부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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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국가별 희비 갈라

2025년 8월부터 적용된 미국의 양자 관세로 인해 AGOA의 효과는 국별로 극명히 달라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전체 AGOA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일률적 30% 관세가 부과돼 와인·감귤·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미국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와인업계 단체 Maryna Calow는 “30% 관세가 판도를 완전히 뒤바꿨다”며 캐나다·중국·일본으로의 수출 다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남아공 자동차 산업 역시 미국 수출 물량이 올해 들어 83% 급감했다. 남아공자동차제조협회(NAAMSA) 수석 이코노미스트 Paulina Mamogobo는 “산업이 AGOA를 통해 누리던 이익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케냐는 관세가 10%에 불과하고, 마다가스카르·모리셔스는 15%여서 AGOA가 없으면 수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 이들 국가는 수만 명의 고용이 위험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GOA가 무엇인가?

AGOA는 2000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으로, 사하라 이남 32개국에 대해 수천 개 품목의 미국 관세를 면제한다. 단, 매년 자격을 재심사해야 하는 구조라 장기 투자를 가로막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유엔 산하 국제무역센터(ITC) 자료에 따르면, AGOA가 없을 경우 2029년까지 32개 수혜국의 대미 수출은 8.7% 감소할 전망이다. 제도가 복원돼도 감소폭은 8.0%에 그쳐 관세 공백이 남기는 상흔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국제문제 연구원 Aude Darnal은 “관건은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근본적 구조개편”이라며, 연례 재인증 절차 등 제도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투자 확대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AGOA가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아프리카를 둘러싼 지정학적 영향력의 핵심 도구임을 상기시키면서도, 관세 공백이 공급망·고용·투자 심리에 미치는 손실은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렵다고 분석한다. 업계는 11월 안에 소급 적용을 포함한 연장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자본·바이어·노동력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향후 전망 – 로이터는 양당 지도부가 임시 연장을 서둘러 가결할 가능성을 점치지만, 1년짜리 봉합만으로는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짙다. 중국이 54개국 중 53개국에 전면 무관세를 선언한 가운데, 미국이 얼마나 신속히·체계적으로 제도를 개편할지가 아프리카 대륙의 공급망 이동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