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32개 대학, ‘얼리 디시전’ 통해 학비 부풀렸다며 집단소송 직면

미 대학 입시 제도의 헛점 노린 집단소송 제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듀크대학교, 펜실베이니아대학교(UPenn)를 포함한 총 32개 명문 사립대학이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 제도를 이용해 수만 명의 학생에게 과도한 학비를 부과했다는 의혹으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는 웨슬리언대학교(Wesleyan University)와 다른 두 대학의 졸업생들이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피고 대학들이 얼리 디시전 제도를 통해 조기 지원‧정시 지원 학생 모두에게 높은 등록금을 부과하도록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1얼리 디시전은 일반 지원보다 합격률이 높지만 합격 시 반드시 해당 학교에 등록해야 하는 구속력 있는 약정”이라며, 대학들이 이를 무기로 다른 학교 장학금 제안을 받을 기회를 사실상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얼리 지원자는 선택권과 협상력을 잃고, 정시 지원자는 인위적으로 줄어든 정원 속 낮은 합격률에 내몰린다”

는 것이 원고 대리인 벤저민 브라운(Benjamin Brown) 변호사의 설명이다.


주요 쟁점 ①: 반독점법(antitrust) 위반 여부

소송장은 32개 대학이 얼리 디시전 지원자를 서로 ‘나누어 가지기’로 합의해 사실상 경쟁을 제한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 연방 셔먼법(Sherman Act)을 위배하는 행위로, 피고 대학들 간 가격 담합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또한 대학 측이 ‘합격 시 입학 의무’가 있음을 지나치게 강조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처럼 오도했다고도 적시했다.

주요 쟁점 ②: 등록금 인상 구조

원고들은 대학들이 얼리 디시전으로 묶어 둔 학생에게 추가 장학 혜택 없이 더 높은 학비를 부과하며, 이를 정시 모집에도 연쇄적으로 전가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 인상 폭은 소장에 기재되지 않았으나, “수만 명의 학생이 과다 납부했다”고 추산된다.


피고 대학 및 단체 명단

이번 소송에는 컬럼비아, 듀크, UPenn, 아머스트(Amherst), 노스웨스턴(NASDAQ: NWE), 시카고대학교, 존스홉킨스 등 미국 최상위권 사립대 29곳과, 재정 정보 공유 컨소시엄인 Consortium on Financing Higher Education(COFHE)까지 포함돼 있다.

컬럼비아와 UPenn 측은 “코멘트할 사안이 없다”며 공식 논평을 거부했고, 듀크·바사(Vassar)·웨슬리언·아머스트·노스웨스턴·시카고대·존스홉킨스 등 나머지 피고들은 즉각적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컨소시엄 역시 답변을 미뤘다.


소송의 집단소송(class action) 범위

원고 측은 2021년 이후 얼리 디시전으로 지원한 모든 지원자와 일부 정시 지원 등록생을 잠재적 집단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과다 납부된 학비의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향후 구속력 있는 얼리 디시전 제도 사용 금지를 법원에 청구했다.

용어 설명: 얼리 디시전과 클래스 액션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은 미국 대학 입시에서 ‘합격 시 반드시 등록’ 조건이 붙은 조기 전형이다. 학생은 더 높은 합격 가능성을 얻는 대신 다른 학교 지원·장학 협상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클래스 액션(Class Action)은 다수의 피해자가 하나의 사건으로 함께 소송을 제기해 판결·합의를 공유하는 제도다.


기자 해설 및 전망

본 기자가 보기에, 이번 소송은 ‘대학 입시의 투명성’과 ‘사립대 등록금 구조’에 대한 전국적 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사립대 등록금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상승해 왔으며, 고액 학비 문제가 사회·정치적 이슈로 부상해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대학들은 얼리 디시전 제도의 구조적 개편 또는 등록금 책정 방식 자체를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반독점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수억 달러 규모의 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어, 사립대 재정과 장학 정책에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대학 측은 “재정 건전성 확보와 학생 지원 확대를 병행하려면 사전 확정 전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부 대학은 입학 이후 장학금 협상을 허용하거나, ‘얼리 액션(Early Action)’처럼 비구속적 조기 전형을 운영함으로써 완충 장치를 마련해 왔다.

향후 재판 절차에서는 대학 간 정보 공유 실태, 학비 책정 산식, 지원자 의사확인 과정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원고들이 구체적 가격 담합 증거를 얼마나 제시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