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47% “중국 투자 다른 지역으로 전환”…최대 수혜지는 동남아

■ 美 기업의 대규모 ‘탈(脫)중국’ 움직임

미중 국기

미국 상공회의소 상하이 지부(American Chamber of Commerce in Shanghai, 이하 AmCham Shanghai)가 2025년 9월 10일(현지 시각) 발표한 연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47%가 지난 1년간 예정돼 있던 중국 내 투자를 다른 지역으로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해당 문항을 처음 조사한 이후 역대 최고치다.

2025년 9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5월 19일부터 6월 20일까지 진행됐으며, 미·중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일부 관세가 잠정 완화된 직후 실시됐다. 양국은 지난달 무역 휴전(트루스)을 추가로 90일 연장해 11월 중순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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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 90일은 턱없이 짧다. 공급망 계획은 훨씬 장기적이다.”
— 에릭 젱(Eric Zheng) AmCham Shanghai 회장

젱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당장 더 높은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투자 전환지 1위 ‘동남아’, 美·멕시코는 하위권

동남아 생산라인

설문 응답 기업 가운데 47%가 동남아시아를 최우선 투자 대상지로 선택했으며, 인도·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가 뒤를 이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해 온 ‘리쇼어링(본국 회귀)’ 구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멕시코로 투자 방향을 튼 기업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플 등 미국 기업에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촉구해 왔지만, 실제로 일부 첨단 기술 기업만이 미국 현지 투자를 공식화했다. AmCham Shanghai 회원사 명단에는 애플(Apple), 포드(Ford), 하니웰(Honeywell), 메타(Meta), 테슬라(Tesla)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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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 전쟁의 여파와 중국 내 경쟁 심화

미국의 대(對)중국 평균 관세율은 57.6%,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33% 수준이다[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집계]. 제품별로 적용 세율은 다르지만 쌍방 관세는 여전히 기업 실적을 위협하고 있다.

경쟁 구도도 악화됐다. 응답 기업 중 33%는 2024년 중국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글로벌 평균보다 낮다고 답했다. 특히 속도·유연성, 인공지능(AI) 활용도 등 8개 항목 중 6개에서 중국 기업이 더 앞선다는 평가가 나왔다. AI 도입 면에서 중국 기업이 우위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41%, 소매·消費재 업계에서는 62%에 달했다.

전문가 시각: 중국 내수시장은 규모가 크지만, 현지 기업들의 빠른 디지털 전환과 가격 경쟁력이 외국계 기업의 마진을 꾸준히 압박하고 있다. 동남아·남아시아로의 공급망 재배치가 가속화될 경우, 중국은 고부가가치 분야로 이동하고 저부가가치 조립·가공을 주변국에 넘기는 ‘차이나+1 전략’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 규제 투명성은 ‘개선’…그러나 기술 분야 제약 여전

스타벅스 중국

조사에 따르면 48%의 응답 기업이 ‘규제 환경이 우리 업종에서 투명하다’고 평가해 지난해(35%)보다 크게 개선됐다. ‘투명성 부족이 경영을 방해한다’는 응답은 28%에서 16%로 12%p 하락했다. 또한 ‘외자·내자 기업이 동등 대우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전년 대비 5%p 오른 37%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최근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바이오테크 진입장벽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을 늘린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14%의 기업은 여전히 사업 환경이 악화됐다고 평가했고, 기술 분야에서는 31%가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해 다른 업종 대비 규제 리스크가 여전함을 시사한다.


■ 용어 풀이 & 배경 설명

AmCham Shanghai는 상하이에 본부를 둔 미국 상공회의소로, 중국 내 미국계 기업 3,000여 곳이 가입해 있다. 매년 회원사를 대상으로 경제 환경과 정책 변화를 조사해 발표한다.

리쇼어링(Reshoring)은 해외에 나가 있던 생산·투자를 본국으로 되돌리는 전략을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 정치권의 주요 통상 슬로건으로 부상했다.

차이나+1 전략은 중국을 주력 생산기지로 유지하되 위험 분산을 위해 인도, 베트남, 태국 등 제3국에 추가 거점을 확보하는 공급망 전략을 의미한다.


■ 기자 견해 및 전망

중국·동남아를 아우르는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은 ‘단순 이전’이 아닌 ‘고도화·분업’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AI·자동화 등 첨단 기술은 중국 기업이 이미 공격적으로 내재화하고 있어, 외국계 기업이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규제 투명성 개선은 긍정적 신호지만, 기술·데이터 안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결국 미국 기업은 비용 절감시장 접근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1년 내 미·중 무역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탈중국’ 트렌드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남미 국가가 새로운 생산 허브로 부상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