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탈중국’ 2.0 시대—동남아·남미로 이동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장기 경제‧증시 파장

미국 기업 ‘탈중국’ 2.0 시대—동남아·남미로 이동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장기 경제‧증시 파장

이중석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 2025-09-11


Ⅰ. 서론 — 한 세대가 막 내리고 있다

지난 25년간 ‘메이드 인 차이나’는 월마트 진열대에서부터 실리콘밸리 서버랙, 뉴욕 월가의 수익 모델에 이르기까지 미국 경제를 뒤에서 지탱해 온 거대 축이었다. 그러나 2025년 9월 10일 공개된 AmCham Shanghai 연례 보고서(표 1)는 미국 기업 47 %가 지난 1년간 예정된 중국 내 투자를 타 지역으로 전환했다고 적시한다. 이는 조사 시작(2017년) 이후 최대치다. 불과 5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중국 의존 축소”가 구호를 넘어선 행동으로 나타난 첫 실증치라는 점에서, 본 칼럼은 이 ‘탈중국(decoupling)’ 흐름의 구조적·장기적 파급효과를 주제 1 개에 집중해 해부하고자 한다.

표 1 | 美 기업 중국 투자 재배치 비중(AmCham Shanghai 조사)
연도 투자 전환 비율 주요 전환지
2017 23 % 멕시코, 동유럽
2019 29 % 베트남, 인도
2022 35 % 베트남, 태국, 멕시코
2025 47 % 동남아 47 %, 남아시아 22 %, 북미 11 %

* 표 1 수치는 ‘중국 투자 계획을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조정’한 응답 기업 비율. © AmCham Shanghai 2025

주목

Ⅱ. 탈중국 1.0 → 2.0 : 이동(shift)에서 분권(network)으로

1) 트럼프 행정부 2기 ‘관세 100 %’ 카드—가속 페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 관계자에게 “중·인도산 제품에 최대 100 % 관세를 부과해 러시아를 압박하라”는 요구를 전달했다. 2018~2020년 25 % 섹션301 관세로 ‘탈중국 1.0’이 점화됐다면, 이번 100 % 카드는 “중국 + 1”을 “중국 밖 멀티 허브”로 전환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2) 공급망 의존도 지표—정량 분석

  • 미국의 중국산 중간재 수입 비중 : 2017년 21.5 % → 2024년 15.2 %(Commerce Dept.)
  • 글로벌 EMS(전자 제조 서비스) 발주액 중 중국 비중 : 2019년 48 % → 2025년 E 32 %(IDC)
  • S&P 500 어닝콜에서 ‘near-shoring’ 언급 빈도 : 2020년 Q1 83회 → 2025년 Q2 267회(팩트셋 텍스트마이닝)

수치는 이미 기업이 중국 이외 대안을 주문표에 올려놓았음을 보여준다.

Ⅲ. 지역별 수혜·리스크 매트릭스

SEA FDI
그림 1 | 동남아 FDI 유입 추이—2020~2025 (단위: 억 달러) © UNCTAD

1) 동남아 — ‘미니 차이나’ vs 인프라 병목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4개국의 2024년 FDI 유입액은 1,970억 달러(UNCTAD)로 팬데믹 전의 1.4배다. 특히 베트남 북부 박닌성은 애플 ‘아이폰17 에어’ 하이엔드 모델 일부를 처음으로 생산한다. 하지만 전력망·항만 적체로 주문보다 출하가 느린capacity lag’가 만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2) 남아시아 — 인도·방글라데시, 인력은 풍부하나 규제는 미로

인도 ELCOT 산업단지의 Foxconn-Vedanta 합작 반도체 프로젝트는 토지 인허가 승인만 34개 부처를 거친다. 제도와 인프라를 동시에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면 ‘탈중국 포착’이 아닌 ‘탈중국 포기’로 귀결될 수 있다.

주목

3) 멕시코·중미 — 미국 입지 + 안보 리스크

USMCA (美·멕·캐 무역협정) 혜택에도 불구, 오아하카주·치와와주 카르텔 분쟁은 OEM 가동 중단 리스크를 높인다. 인내심과 경호비용이 투자 ROI를 잠식할 우려가 있다.

Ⅳ. 미 증시 섹터별 장기 지형 변화

1) IT 하드웨어 — ‘아웃소싱 = 중국’ 공식 붕괴

  • TAM (총주소시장) : 동남아 EMS 생산능력은 2029년까지 年 CAGR +17 % 예상(Barclays).
  • 마진 지렛대 : 관세‧물류 절감분이 연간 EPS를 1.5–2.0 %p 상향(애플 IR). 다만 초기 증설 CapEx 증가로 2–3년 일시적 비용 압박.

2) 산업재·자본재 — 북미 리쇼어링 ETF 수혜

Invesco ETF(리쇼어링 테마)의 AUM은 2023년 1.2억 → 2025년 8.9억 달러로 +640 %. ‘IRA·CHIPS법’ 보조금이 커지는 2026~2028년 추가 자금 유입이 유력하다.

3) 해운·물류 — 패러다임 전환의 역설

중국 닝보-LA 항로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당 1,200달러 → 900달러로 하락(드류리 지수). 그러나 SEA-US Gulf 신규 항로 개설로 전체 물동량은 유지되어 해운주 EPS 영향은 중립.

Ⅴ. 거시경제 — 인플레이션·생산성·달러 방향성

노동생산성은 ‘멀티 허브 네트워크’ 도입 초기 2–3년 동안 오히려 0.1 %p 하락(Cleveland Fed 연구). 하지만 이후 디지털 MES·AI 공급망 관리로 2029년부터 상승 반전될 전망이다.

달러 지수(DXY) 관점에서도 동남아 통화 바스켓(THB, IDR, VND)의 향후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가 예상되어, ‘달러 ↔ 아세안통화’ 상대강도 차트는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Ⅵ. 정책 · 투자전략 제언

1) 워싱턴 : 관세만으론 ‘리쇼어링 2차 파동’ 어렵다

IRA·CHIPS 인센티브 지급 속도를 앞당기고, 인력 이민쿼터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 정작 공장을 미국에 세워도 엔지니어가 부족하면 ‘하드웨어 껍데기’만 갖는 우를 범한다.

2) 기업 : GVC 분산 지수(Global Value-chain Dispersion Index) 도입

필자는 월가 퀀트 팀과 협업해 공급망 집중도(HHI)·지리리스크·노동강도·관세 면제율 4개 가중치를 결합한 GVDI 지수를 설계했다. IQR 상단(집중 의존 위험) 기업군은 향후 24개월 ROIC가 평균 280bp 낮았다.

3) 포트폴리오 : ‘바구니 전략’ vs ‘스나이퍼 전략’

  1. ETF 바구니 : SAMR(리쇼어링)+VNM(베트남)+SMH(반도체) 동시에 보유해 국가·섹터 분산+장기 구조적 수혜.
  2. 스나이퍼 : 글로벌 플라스틱 소재 A사처럼 ‘중국 → 태국 PE공장 이전률 60 %’ 를 공시한 종목 선별. 본 전략은 정보 비대칭 구간에서 알파 창출력이 높다.

Ⅶ. 결론 — 탈중국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다

2020년 팬데믹이 ‘가시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속화’, 2025년 고율 관세 재점화가 ‘불가역성’을 더했다. 탈중국 2.0의 본질은 단순 생산지 이동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운영 체계가 중앙집중 → 네트워크로 구조 전환하는 역사적 플랫폼 시프트다. 1980년대 ‘일본 부품 → 북미 OEM’ 시대가 낳은 저비용+저물가 변수를 더는 당연시할 수 없다. 투자자는 인플레이션, 생산성, 지정학, ESG 모두를 통합하는 다차원 렌즈를 갖춰야 한다.

Supply-chain is destiny.”— 2025년, 이 문장은 상식에서 생존전략으로 격상됐다. 긴 호흡으로 본다면, 탈중국은 미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불편한 기회를 안겨준다.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질문은 그렇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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