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LANDO, Florida발—미국 뉴욕증시의 빅테크(거대 기술주)가 30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전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hawkish) 금리 인하’ 이후 달러화와 미 국채 금리는 추가로 상승했고, 투자자들은 미·중 정상회담 결과도 동시에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5년 10월 3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다우·S&P500·나스닥 등 미국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1.6%로 낙폭이 컸다. 중국 본토 대표 지수 역시 -0.8% 내려 아시아 시장 전반에도 하방 압력이 작용했다.
같은 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는 3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달러/엔 환율은 8개월만의 고점인 154.45엔을 찍었다. 이에 따라 EUR/JPY는 사상 최고치(177.–)에 근접했다. 국채시장에선 연준의 ‘비둘기파적(dovish)이기엔 부족한’ 25bp(0.25%포인트) 인하 여파로 특히 장기물 금리가 5bp씩 뛰어 수익률 곡선이 ‘베어 스티프닝’ 양상을 보였다.
1. 트럼프–시 정상회담, ‘12점 만점에 12점’ 진단은 과장?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진행한 100분 회담을 “12점 만점에 12점”이라 평가했지만, 정작 가시적 성과는 “예견됐던 수준”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전술적 휴전’이라는 표현이 돌았다. 유럽 자산운용사 유라이즌(Eurizon)의 스티븐 젠은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양국은 점차 멀어지고 있으며, 자국의 독립적 경제 생태계를 광속으로 구축하고 있다.”
2. 연준의 양적 긴축(QT) 종료와 ‘돈 가뭄’ 경계
12월 1일로 예정된 연준 양적 긴축(QT)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시장 유동성—특히 레포(Repo)·인터뱅크 금리, 은행 준비금—에 대한 경계가 높아졌다. 대표 단기금리 SOFR(무담보 하루물 자금조달금리)가 정책금리 상단을 상회, 2019년 ‘레포 시장 패닉’ 재연 우려가 제기됐다. 연준은 당시와 달리 “문제 발생 시 선제적 자금 공급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용어 설명: QT는 연준이 보유 자산을 축소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이고, SOFR는 달러화 단기자금 시장의 기준이 되는 무담보 익일물 금리다.
3. ‘매그니피센트 7’ 실적 반전… AI 투자 효과 아직 안개 속
장 마감 후 애플과 아마존 실적 발표로 ‘매그니피센트 세븐’ 가운데 여섯 곳이 3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세계 최초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만이 3주 뒤 발표를 남겨두고 있다. 시장에선 ‘초대형 AI 설비투자 붐’이 언제 본격 이익 확대(레버리지)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이날 메타(-11%), 칩틀레 멕시칸 그릴(-18%), 이베이(-16%) 등 주요 종목들이 두 자릿수 급락하며 ‘AI 서사’가 둔화할 것이라는 경고음을 냈다. S&P500 업종별로는 기술·임의소비재가 하락을 주도했고, 부동산·헬스케어·금융만 소폭 올랐다.
4. 연준 12월 추가 인하, 왜 ‘밀당’에 돌입했나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2월 추가 인하는 결코 확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요 근거로는 ▲위원 간 ‘강하게 엇갈린’ 시각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통계 공백 ▲목표치(2%)를 상회하는 물가 ▲노동시장 둔화 속도 불확실성 ▲150bp 인하로 정책금리가 중립 수준 근접 등을 제시했다.
특히 파월은 “노동시장 약화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라면, 금리 인하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는 “신용을 싸게 풀어 수요를 부양할 수는 있지만, 노동력 공급이 줄어든 탓이라면 ‘밀어내기(push on a strin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력 공급 위축의 배경으로는 이민 규제 강화, 퇴직 가속화, 청년층 경제활동참여율 하락이 지목됐다. 8월 실업률은 4.3%로 4년 만의 최고치지만, 전년보다 고작 0.1%p 상승에 그쳐 여전히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은 ‘K자형 경제’라 불린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 폭등으로 상위 10% 부유층은 더 부유해지는 반면, 나머지 계층은 경기 둔화를 체감한다는 구조다. 파월은 “금리만으로는 하위소득층 지원이 제한적”이라며, 저금리가 되레 자산가격을 더 부풀려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5. 내일(31일) 시장 촉매: 아시아·유럽 물가지표와 에너지 빅기업 실적
시장 전망에 따르면, 31일에는 호주 3분기 PPI, 중국 10월 제조업 PMI, 홍콩·대만 3분기 GDP, 일본 도쿄 CPI·실업률·산업생산, 독일 소매판매, 유로존 10월 CPI 속보치가 일제히 발표된다. 미국에서는 엑슨모빌·셰브론·애브비 등 대형기업 실적과 연준 인사(로리 로건·라파엘 보스틱·베스 해맥) 연설이 예정돼 있다.
전문가 견해: ‘무조건적 완화’의 시대는 저물었다
필자는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을 정책 프레임 전환으로 해석한다. 과거엔 ‘성장 둔화→자동 인하’ 공식이 통했지만, 이제 연준은 노동시장 구조·금융시스템 유동성·자산 버블 위험을 종합 고려한다. 12월 추가 인하 여부는 앞으로 발표될 9·10월 고용·물가 지표뿐 아니라, 돈 가뭄 리스크를 진정시킬 수 있는 유동성 수단 투입과도 맞물릴 전망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순 ‘금리 방향성’보다 유동성 공급 형태(LR, 스탠딩레포, 준비금 수준)와 장단기 금리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2025 Reuters. 본 기사에서 제시된 견해는 Jamie McGeever 기자 개인의 의견이며,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