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신뢰도 시험대: 급증하는 재정 적자와 글로벌 투자자 경고

미국 국채 신뢰도 시험대: 급증하는 재정 적자와 글로벌 투자자 경고

지난 6월 대만 중앙은행 총재 양진롱(楊金榮)은 미국의 빠른 재정 적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외환보유고의 80% 이상을 미국 국채로 채우고 있는 대만만이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과 연기금·보험사·헤지펀드 등 금융 주체들은 미국 재정 건전성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급증하는 미국 재정 적자의 구조적 원인, 글로벌 자본 흐름의 변화 양상, 국채 독점 지위 리스크, 정책 대응 방안을 종합 분석한다.


1. 문제 제기: 재정 적자의 가파른 확대

비당파적 예산국(CBO)은 2025년부터 2034년까지 미국 연방 적자가 총 3조4천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원인은:

  • 감세·재정 지출 확대: ‘One Big Beautiful Bill Act’ 등 대규모 세금 감면과 인프라·국방 지출
  • 인구 고령화로 인한 연금·의료 비용 급증
  • 높은 금리 부담: 국채 이자 비용 연간 1조 달러 육박
  • 코로나·우크라·중동 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 예산 편성

이로 인해 2024회계연도 미국 재정 적자는 GDP 대비 7%를 넘었고, 부채 비율은 100%를 상회했다. 재정 악화 속도가 1980~90년대 어떤 시기보다 빠르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2. 글로벌 보유 현황과 투자자 심리 변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말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고 총액은 13조 달러, 그 중 미국 국채 보유액은 약 8조 달러(62%)다. 주요 보유자는:

보유주체 국채 보유액(억 달러) 비중(%)
중국 1,120 14.0
일본 1,030 12.9
유럽 중앙은행(EU) 920 11.6
대만 470 5.8
기타 5,460 55.7

하지만 최근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 60%가 “미국 국채 순매수를 축소하겠다”고 응답했다. 주요 원인은 높은 적자율·미국 정치권 예산 불안정성·금리 인상 기조다. 특히 대만·한국·사우디 등 국가들이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어 국채 수요 감소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3. 신용 등급과 금리 구조의 변화

무디스·피치·S&P 등 주요 신용평가사는 아직 AA+~AAA 등급을 유지 중이지만, 전향적 전망(Outlook)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0년 0.9%에서 2025년 현재 4.2%로 급등했고, 장단기 금리차(2년물 대비 10년물 스프레드)는 플래트닝(평탄화) 국면에 진입했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 시기는 경기 둔화·금리 인하 압박을 의미한다.


4. 위험 시나리오와 영향

장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악재가 결합할 경우 국채 시장의 스트레스가 현실화될 수 있다:

  1. 정치적 데드록: 부도덕한 예산 정국→정부 셧다운·디폴트 위험
  2. 인플레이션 재급등: 공급망 불안·에너지 가격 쇼크→물가 상승 압력
  3. 외환·금융위기 전염: 신흥국 달러화 부담 가중→달러화 패권 흔들림
  4. 대체 투자 확대: 스테이블코인·금·유로·엔화 등 안전자산 다변화

이런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국채 금리가 추가로 급등하고, 달러화 가치는 하락, 미국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장기 투자자들은 채권 매입을 꺼리고, 대체 통화·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것이다.


5. 정책 제언: 신뢰 회복을 위한 로드맵

장기적으로 미국은 반드시 재정 건전성 회복과 글로벌 신뢰 유지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구체적 해법은:

  • 구조적 지출 개혁: 연금·의료 개혁, 국방·복지 지출 효율화
  • 세제 개혁: 조세 기반 확대, 법인세·소득세 합리화
  • 부채 한도 협상 투명화: 예산 교착 리스크 제거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 글로벌 공조 강화: 주요국 재정 안정성 공동 선언, 다자간 채권협의체 설립 검토
  • 금융시장 안전판 확대: 스테이블코인·MMF 규제 명확화로 채권시장 충격 완화

6. 결론: 달러화 패권과 신뢰의 미래

미국 달러화와 국채는 전후(戰後) 체제 이후 글로벌 금융 질서의 축이었다. 그러나 재정 적자 확대와 정치 불안이 지속되면 ‘무엇보다도 안전자산’이라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대만 중앙은행장의 경고가 시사하듯, 미국은 이제 단기 금리 결정만이 아니라 장기 재정 구조 개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신뢰를 잃은 채권은 가격 폭락과 금리 폭등으로 응답할 것이며, 그 피해는 미국뿐 아니라 지구촌 금융시장 전체에 전염된다. 글로벌 헤지펀드 매니저·연기금 CIO·중앙은행장 등 모든 투자 주체가 미국의 재정 정책을 면밀히 감시하는 이유다. 안정적 달러·채권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이 ‘신뢰 회복’의 골든타임이다.


이중석 이화여대 경제학 박사 · 시장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