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해사기구 ‘넷제로 프레임워크’ 지지국에 보복 예고

워싱턴 D.C.—미국 정부가 국제해사기구(IMO)의 ‘넷제로 프레임워크(Net-Zero Framework)’ 채택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네 개 부처 수장이 공동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이를 지지한 회원국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8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그리고 션 더피 교통장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IMO 안건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우리 국민, 에너지 공급자, 해운업체, 관광객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어떠한 조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네 장관은 강조했다.


핵심 배경: IMO ‘넷제로 프레임워크’란?

국제해사기구(IMO)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국제 해운의 안전·환경 규제를 관할한다. 이번 ‘넷제로 프레임워크’는 2050년까지 국제 해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 및 기타 온실가스를 ‘실질적 0’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해운은 전 세계 화물의 약 90%를 운송하며,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산업이다.

IMO는 오는 10월 회원국 투표를 통해 해당 프레임워크의 공식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IMO 회원국은 176개국이다.


미국의 반대 논리와 예정된 ‘압박’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4월 회의에서 해당 협상에서 이탈했다. 미 정부는 다른 회원국들에 ‘재고려’를 촉구하는 메모를 발송했으며, 이번 성명에서 다시 한 번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구했다.

“우리는 동료 IMO 회원국들이 이 안건을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길 기대한다. 만약 실패할 경우 국민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성명은 경고했다.

‘모든 수단’이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업계·외교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 무역 제한, 외교적 압박* 등을 거론한다.


업계 반응과 이해관계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Maersk), 자동차 운반선사 발레니우스 빌헬름센(Wallenius Wilhelmsen) 등을 대표하는 세계해운협의회(WSC)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다수 WSC 회원사는 이미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자발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환경단체와 기관투자가들은 공통적으로 “탄소부과금(carbon levy) 등 실질적 감축 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과도한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반대를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의 기후·환경 외교 기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식화한 바 있다. 미 정부는 또 다른 유엔 협상인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방지 조약’에서도 플라스틱 사용 상한선과 특정 화학물질 금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외교문서를 통해 통보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행보가 에너지·제조업 기반의 국내 산업 보호대선 국면에서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겨냥한다고 분석한다.


향후 일정 및 시나리오

IMO 총회 투표는 2025년 10월로 예정돼 있다. 미국이 압박에 성공할 경우, 안건은 폐기되거나 ‘시한 없는 추가 논의’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EU·일본 등 지지국이 과반을 유지한다면, 프레임워크가 채택될 전망이다.

채택 시 해운업계는 저탄소 연료 전환 비용, 추가 장비 투자, 운임 구조 변화 등 광범위한 적응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대 시에는 각 국가·지역 차원의 개별 규제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


용어 해설

넷제로(Net Zero)는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과 흡수·제거되는 총량을 같게 만들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해운 분야에서는 암모니아·메탄올 등 대체연료전기 추진 기술이 주요 감축 수단으로 논의된다.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1948년 설립된 UN 전문기구로, 선박 안전·방제·환경 기준을 설정한다. 결정은 회원국 다수결로 이뤄지며, 국제 해운의 ‘규범 설정자’로 간주된다.


전망 및 기자의 시각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강경 메시지가 IMO 회의 구도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일부 중남미·아시아 개발도상국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미국 편에 설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EU·OECD 선진국 중심의 탄소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을 고려할 때, 해운 업계의 탈탄소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실제로 보복 조치를 실행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무역 갈등이 격화될 소지가 있다. 특히 컨테이너 운임과 소비재 가격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은 투자·물가 전망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10월 IMO 총회에서의 표 대결이 향후 10년간 해운·물류산업의 규제 로드맵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