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ERU/레소토 — 레소토 섬유 업계가 미국의 50% 관세 위협에서 15%로 완화되는 구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간 이어진 무역 불확실성으로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업계 관계자와 정부가 토로했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주: 원문은 도널드 트럼프였으나 기사 작성 시점의 대통령을 그대로 인용*이 서명한 행정명령으로 레소토산 제품에 부과될 예정이던 관세율 50%가 15%로 인하됐지만, 이미 취소된 주문과 대량 해고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레소토의 섬유 공장은 리바이스, 월마트 등 미국 유명 브랜드에 청바지·의류를 공급해 왔다. 그러나 지난 4월 발표된 50% 관세 위협 이후 구매처가 발주를 중단하면서 업계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우리는 미국 시장을 이제 막 키워가던 참이었는데, 관세 발표로 모든 것이 멈췄다.” — 테보호 코벨리, Afri-Expo Textiles 설립자 겸 대표
코벨리 대표에 따르면, 미국향 매출은 연간 약 100만 달러(전체 생산의 10%) 규모였으나, 4월 관세 위협 이후 주문이 끊기며 200명(전체 직원의 40%)을 해고해야 했다. 그는 “잃은 것이 너무 많다”고 한탄했다.
국가 규모와 경제적 맥락
레소토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둘러싸인 내륙 소왕국으로, 국내총생산(GDP)은 2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2024년 3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나라”라고 조롱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무역부의 모케티 셀리엘레 장관은 “케냐·에스와티니 등 10% 관세만 부과받은 다른 아프리카 생산국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로 인해 직접적 위협을 받는 일자리만 약 1만 2,000개”라고 우려했다.
섬유산업의 국내 비중은 레소토 제조업 수출의 약 90%를 차지하며, 전체 민간 고용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해당 산업이 총 4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받던 월급 167달러가 사라졌다. 관세가 낮아졌으니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 맛소소 레파우(48), Leo Garments 해고 근로자
코벨리 대표는 관세가 15%로 확정되면서 “세계적 유통·투자 의사결정이 재개될 것”이라며 긍정적 신호를 읽었다. 그는 “미국 바이어들도 갈피를 못 잡고 멈춰 있었지만, 이제야 대화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AGOA(아프리카 성장기회법) 해설※
AGOA는 미국이 2000년 제정한 법으로, 요건을 충족한 아프리카 국가에 관세 면제·우대를 제공한다. 레소토 섬유산업은 AGOA에 크게 의존해 성장을 이어왔으나, 이번 사태로 제도의 불확실성 또한 부각됐다.
전문가 시각
현지 경제분석가들은 관세 인하로 단기적 완화가 가능하더라도, 리쇼어링(생산기지 회귀)과 무역 정책 변동성이 반복될 경우 비슷한 충격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레소토가 장기 생존력을 확보하려면 바이어 다변화 및 부가가치 창출(예: 원단·디자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랜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 혜택을 받아 주문을 흡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스와티니는 남아공 북동쪽에 위치한 소규모 군주국으로, 노동 비용과 물류 모두 레소토와 비슷해 직접적 경쟁 관계에 있다.
향후 전망
업계는 미국 하반기 의류 수요 회복과 함께 재주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책 리스크 대비와 생산 효율화 투자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고용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 셀리엘레 장관은 “정부 차원의 물류·전력 인프라 지원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