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ing.com이 전한 바에 따르면, 월가 일각에서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큰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글로벌 리서치 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가 평가했다.
2025년 8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히긴스(John Higgins)가 이끄는 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주식시장 흐름과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을 종합할 때, 경기 침체를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7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기대치를 밑돈 데다 6·5월 고용이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노동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규제 정책이 기업의 고용 의지를 위축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어 발표된 ISM(공급관리협회) 서비스업 PMI가 거의 정체 수준에 머물렀고 고용 지표도 부진했다. 반면 서비스 업체들이 지불한 가격(투입물 인플레이션)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성장률 정체(스태그네이션·stagnation)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중앙은행 정책 대응이 까다로운 상황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P 500지수는 8월 2일 고용 쇼크 직후 하락분을 주중에 모두 만회했다. 배경으로는 견조한 2분기 실적 시즌과 인공지능(AI) 활용 기대감이 꼽힌다. 히긴스 팀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보면 정보기술(IT)·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등 이른바 ‘빅테크(Big Tech)’ 섹터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AI에 대한 전례 없는 기대가 실적 전망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빅테크를 제외한 나머지 493개 종목의 EPS 전망도 2023년 말 대비 약 8% 증가했다. 히긴스 팀은 “해당 수치는 ‘임박한 경기 침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심리: 경기 민감주 vs. 방어주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또 하나의 근거로 경기 민감주(cyclical)와 방어주(defensive) 수익률이 ISM 종합지수(제조·서비스) 대비 뚜렷한 아웃퍼폼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동시에 ISM 지표가 실제 경제 여건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ISM PMI는 50을 기준으로 확장·위축을 가늠하는 경기 선행지표다. 제조업·서비스업을 합산한 종합지수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중돼 시장에 널리 활용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에 시선 집중
시장 참여자들은 9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동시장 둔화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연준은 목표치(2%)를 상회하는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기 연착륙을 위해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빅테크 중심의 실적 호조와 주가 랠리가 투자자 낙관론을 과도하게 증폭시켰을 가능성” 역시 제기한다. 만약 고용 부진이 장기화되고 서비스업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연준의 정책 여지는 제한될 수 있다.
해외 투자자·국내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첫째, ‘빅테크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섹터·종목 다변화가 요구된다.1 둘째, ISM 서비스·제조업 지표와 실제 매크로 데이터를 종합해 모니터링함으로써 경기 모멘텀을 더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2 셋째,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단기채 비중을 확대하거나 리스크 헤지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1) 빅테크: 시가총액 상위 IT·커뮤니케이션 기업(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을 통칭
2) 실제 민간 소비·고용·임금·물가 흐름까지 종합해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요약하면, 7월 고용 쇼크와 ISM 부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침체 공포’보다 ‘AI·빅테크 성장 스토리’에 베팅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를 두고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타당한지, 아니면 자기만족에 불과한지는 향후 몇 달간 고용·물가·기업 실적이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