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우려에 아시아 증시 급락…유가도 동반 하락

SYDNEY·서울 —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공포가 다시 고조되면서 4일(현지시간) 아시아 주식시장이 월가의 급락세를 따라 하락했다. 특히 7월 미국 고용보고서가 수정되면서 투자자들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자 달러화 강세도 꺾였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경기 회복세에 균열이 나타났다는 징후가 커지면서 아시아 시장 전반에 파장이 확산됐다.

고용 충격 · 연준 인사 변수
이번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가 이전 예상치보다 29만 명 적은 것으로 수정됐고, 3개월 평균 고용 증가 폭 역시 연초 23만1,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급감했다.

골드만삭스는 “빅데이터 지표와 광범위한 경제 성장 지표 모두 최근 몇 달 동안 현저히 둔화됐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통계국장 해임 결정을 전격 단행한 데 이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1 이사 한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되면서 통화정책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다. 시장 참가자들은 “새 이사는 트럼프에게만 충성할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이 임기를 마칠 공산이 크다는 점은 인정했다.


금리 인하 베팅 확대
Fed의 신뢰성과 통계의 진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선물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90% 확률로 25bp(bp)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가격이 형성됐다. 고용지표 발표 이전 40%였던 확률이 일거에 뒤집힌 셈이다. 연말까지는 총 65bp 인하가 반영됐는데, 이는 이틀 전 33bp에서 두 배 가까이 뛴 수치다.

금리 기대 변화는 채권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2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금요일에만 25bp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4bp 추가 하락해 3.661%를 기록했다.2

주식시장 동향
미국 지수선물은 S&P 500이 0.1% 소폭 상승, 나스닥 100이 0.2% 상승하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아시아 현물시장은 여전히 금요일 급락분을 만회하지 못했다. 일본 닛케이225는 2.1% 하락했고, 한국 코스피는 0.2% 약세를 보였다. 다만 MSCI 일본 제외 아·태 지수는 0.3% 올라 차별화 양상을 나타냈다.

월가의 실적 시즌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인 점은 낙폭을 제한하고 있다. S&P500 종목 가운데 3분의 2가 실적을 발표했으며, 그중 63%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전체 Earnings Growth(순이익 증가율)는 5.8%에서 9.8%로 상향됐다. 이번 주에는 디즈니, 맥도날드, 캐터필러, 대형 제약사가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외환 시장: 달러 독주 주춤
달러는 7월 중순 이후 이어오던 상승세가 급제동 걸렸다. 달러화는 엔화 대비 0.1% 내린 147.24엔을 기록했으며, 금요일 하루에만 2.3% 하락했다. 유로/달러는 1.1585달러로 1.5% 반등했다. 달러 인덱스(DXY)도 98.659로 후퇴, 지난주 고점 100.250에서 크게 밀렸다.

영국 파운드화는 1.3287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은 8월 8일 예정된 영란은행(BoE)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87%로 본다. BoE 통화위원회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릴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 중반까지 추가 2회 인하가 관측되고 있다.


원자재 시장
금 가격은 온스당 3,361달러선에서 보합권을 유지했다. 전 거래일 2% 급등한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은 통상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며, 경기 불안이 부각될 때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9월에 하루 220만 배럴 증산을 결정함에 따라 추가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69.24달러(-0.6%),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66.93달러(-0.6%)를 기록했다.


용어 풀이
1 Fed(연방준비제도이사회):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기구로, 기준금리 결정과 통화정책을 담당한다. 파월 의장이 의장을 맡고 있으며, 이사 구성이 통화정책 방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2 기준금리·채권수익률(Bond Yield): 수익률이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단기물인 2년물 금리는 통화정책 기대와 밀접히 연동된다.

기자 해설
이번 고용쇼크와 정치 변수는 미 연준의 신뢰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며, 글로벌 자산시장의 리스크 프라이싱 방정식을 다시 짜고 있다. 달러화의 예외적 강세가 꺾이자 신흥국 통화 및 자산이 단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미국 경기 둔화라는 악재가 공존한다. 아시아 증시는 단기 저평가 매력이 커질 수 있으나, 연준 통화정책의 정치화 가능성이 위험 프리미엄 확대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