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DXY00)가 0.72% 상승하며 1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EU 간 무역합의로 글로벌 교역 긴장이 완화된 데다 미‧중 무역 휴전이 3개월 연장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험 선호가 확대된 것이 핵심 배경이다. 유로화 약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기대, 그리고 미국 경제지표 개선이 달러를 추가로 지지했다.
2025년 7월 2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EU와 미국은 전날 마무리된 협상에서 EU 수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때 언급한 ‘최대 50% 관세’ 위협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해당 합의를 “미국에 더 우호적인 결과”로 평가하며 달러 매수에 속도를 냈다.
달러 지수(DXY)는 전 세계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주로 유로(57.6%), 엔화(13.6%), 파운드(11.9%) 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로화 방향이 지수 움직임을 좌우한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역합의·연준 동결 기대가 만든 ‘달러 랠리’
시장에서는 7월 30일 종료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97%로 본다. 연방기금선물에 따르면 -25bp 인하 확률은 3%에 불과하다. 반면 9월 16~17일 회의에서는 동일 폭 인하 가능성이 63%로 높아진 상황이다.
금리 동결 전망이 강해지자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고,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나며 S&P500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일반적으로 증시가 오를 때는 ‘유동성 안전판’으로 여겨지는 달러 수요가 줄어들지만, 이번엔 무역합의로 달러 강세 요인이 더 우세했다는 분석이다.
미 달라스 연준 7월 제조업 전망 지수가 0.9로, 전월 대비 +13.6p 상승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 컨센서스(-9.0)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주요 통화·상품별 동향
EUR/USD는 0.91% 하락해 1주일 만에 최저치로 밀렸다. 앞서 언급한 15% 관세가 유로존 수출기업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인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 위원 카지미르가 “9월 회의에서 경기 급락 증거가 없다면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해 유로 하락폭을 제한했다. 현재 이자율 스왑 시장은 9월 11일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14%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USD/JPY는 0.35% 상승, 엔화가 달러당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역 위험 완화로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든 데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엔 약세를 부채질했다. 한편 일본 자민당(LDP)이 7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잃은 이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사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여전한 점도 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전자산인 금(GCQ2)은 온스당 30달러(0.90%) 떨어져 2.5주 만의 최저가를 기록했고, 은(SIU2) 역시 0.30% 하락하며 1주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 랠리, 그리고 ECB의 매파적 스탠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ETF 순매수에 따른 구조적 수요는 여전히 귀금속 가격을 하방에서 지지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인덱스가 기술적 저항선인 105선을 돌파한다면 107선까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진단한다. 반면, 9월 FOMC에서 실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달러 강세 국면은 일시적으로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CB가 금리를 동결하면 유럽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돼 유로 약세가 심화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달러는 방어적 매력이 부각되며 ‘고점 유지’ 시나리오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
한편, 달러 강세와 금 속락이 동반될 경우 신흥국 통화와 원자재 시장에 부정적 충격이 확산할 위험이 있다. 특히 원유‧구리 등 경기민감 품목의 수입 단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다시 중앙은행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2차 파급’을 경계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무역협상 진전·연준 정책·ECB 결정·일본 정치 상황 등 4대 변수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헤지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