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랑스·러시아 생산 전망이 교차하며 밀 선물 혼조…봄밀은 반등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를 비롯한 미국 밀 선물 시장이 8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겨울밀(연질 적색 겨울밀·HRW)이 약세를 보인 반면 봄밀(단백질 함량이 높은 경질 봄밀·HRS) 가격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2025년 8월 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캔자스시티보드오프트레이드(KCBT) HRW 9월물은 전거래일보다 3.25센트 하락한 부셸당 5달러18.25센트에, 시카고보드오프트레이드(CBT) SRW 9월물은 3.75센트 내린 5달러14.50센트에 각각 마감했다. 반면 미니애폴리스곡물거래소(MGEX)의 HRS 9월물은 2.75센트 오른 5달러76.75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주간 기준으로는 CBT 9월물이 2.25센트, KCBT 9월물이 0.50센트 소폭 내렸으나, MGEX 봄밀 9월물은 4.50센트 상승해 상대적 강세를 부각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봄밀 주산지인 미국 북부 평원 지역의 고온·건조 우려가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투기 세력의 포지션 변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8월 5일 기준으로 집계한 비상업적 투기자(펀드) 포지션에 따르면, 시카고 연질밀 순매도 규모는 15,445계약 늘어난 80,759계약으로 확대됐다. KCBT HRW 역시 9,783계약이 추가돼 57,063계약 순매도 상태다. 이는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여전히 겨울밀 약세 방향에 베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카고·캔자스시티·미니애폴리스 세 거래소는 밀 품종과 품질에 따라 상장 종목이 다르다. SRW(Soft Red Winter)는 주로 제빵용, HRW(Hard Red Winter)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식품·사료 겸용, HRS(Hard Red Spring)는 최고급 제분용으로 쓰인다. 이러한 차이는 기상 여건·수요 구조·글로벌 수급에 따라 가격 움직임이 엇갈리는 원인이 된다.


미국 작황 전망과 수출 실적

시장조사기관들은 미 농무부(USDA) 8월 작황·수급 보고서(13일 발표)에서 2025/26년 미국 밀 생산량을 19억2,200만 부셸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달 전망치보다 700만 부셸 낮은 수준이다. 한편 USDA가 집계한 동 시즌 밀 선적·계약 합계(서류·미선적 포함)는 10.309백만톤(MMT)으로, 같은 시점 기준 2017/18년 이후 최대치다. 이는 전년 대비 20% 많고, 연간 수출 목표치의 45%에 해당해 5개년 평균(41%)을 상회한다.

CBOT SRW 9월물 차트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와 흑해(黑海)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려 미국산 선적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도 “달러 환율·브라질·아르헨티나 신규 물량 등 변수가 많아 상승 탄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유럽·러시아 작황 업데이트

프랑스 농업부는 올해 자국 밀 생산량 전망을 3,310만톤(MMT)으로 한 달 새 50만톤 상향했다. 시카고·파리 간 가격차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 겨울밀 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해졌다.

러시아 시장조사업체 IKAR도 자국 밀 생산 전망치를 8,450만톤으로 50만톤 증액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생산량 증가는 세계 공급 확대→가격 하락 요인으로 인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 흑해항의 선적 인프라·보험료 상승이 공급망에 변수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KCBT HRW 9월물 차트


주요 선물 월물 종가(8일)*단위: US¢/bu

CBOT 9월물 514.50▼3.75, 12월물 535.00▼4.00
KCBT 9월물 518.25▼3.25, 12월물 537.25▼4.50
MGEX 9월물 576.75▲2.75, 12월물 597.25▲2.25

현물·선물 스프레드 구조를 보면 겨울밀은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높은 구조)가 완만하나 봄밀은 단기 타이트함으로 백워데이션에 근접해 있다. 이러한 구조 차이는 스프레드 트레이딩 전략 수립 시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시장 영향 및 전문가 의견

시카고의 곡물 브로커리지 관계자는 “CBT·KCBT 밀은 펀더멘털보다 매크로 흐름(달러·원자재 지수)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가을 수확기(10~11월) 전까지는 5달러 선에서 박스권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봄밀에 대해서는 “상대적 수급 부족과 캐나다 서부지역 가뭄이 이어지면 6달러 돌파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농산물 전문 애널리스트 A씨는 “미국 펀드들의 겨울밀 순매도가 13만계약(두 거래소 합산)을 넘어서면 쇼트 커버링(환매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 물류 차질, 인도 정부의 수입세 조정 여부 등 잠재 변동성 요인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GEX HRS 9월물 차트

한편 기사 작성자인 오스틴 슈뢰더는 본 기사에 언급된 어떤 종목에도 직접적·간접적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Barchart 디스클로저 정책.


용어 & 배경 설명

CBOT·KCBT·MGEX는 각각 시카고, 캔자스시티,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곡물·상품 선물거래소다. 상장 품종·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밀’이라도 가격·변동성이 상이하다. SRW(Soft Red Winter)는 미국 오대호·동부에서 재배되는 연질 겨울밀, HRW(Hard Red Winter)는 중서부 대평원, HRS(Hard Red Spring)는 미네소타·노스다코타 등 북부 평원에서 주로 생산된다.

또한 펀드 순매도(Net Short)는 투기적 포지션이 매도 우위임을 의미하며, 순매수(Net Long)일 경우엔 시장 강세 기대가 우세함을 뜻한다. 미 농무부 WASDE·Crop Production 보고서는 매월 발표돼 세계·미국 농산물 수급을 가장 공신력 있게 전망한다.


전망 및 전략

현재 가격대는 CBOT 500~540센트, KCBT 510~550센트 사이의 박스권이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달러 인덱스·미·러 실질 금리·선물시장 펀드 포지션을 관찰하며 기술적 매매(지지·저항선 활용)가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엘니뇨-라니냐 전환 가능성과 유럽·흑해 지역 작황, 인도·중국 수입 수요가 방향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USDA 수급 보고서에서 미국 생산량이 추가 하향될 경우 봄밀 프리미엄이 확대될 수 있으며, 반대로 러시아·프랑스 생산이 계속 상향된다면 겨울밀 하락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스프레드·옵션·ETF 등 다양한 파생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