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휴전 연장, 시한 임박…긴장 속 운명 가를 막판 기싸움

【워싱턴·베이징발】 미·중 양국이 고율 관세 휴전 연장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채 기한 만료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있다. 한때 “90일 추가 연장”에 낙관적이던 분위기는 복수의 갈등 현안이 재점화되면서 다시 긴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2025년 8월 1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스톡홀름 회담 이후 베이징은 “추가 연장에 협력하겠다”며 긍정적 시그널을 보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중 회담 현장 사진
▲ 2024년 4월 5일 광저우 주다오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이재넛 옐런 미국 재무장관(좌)과 하리펑 중국 부총리(우)의 회담 현장 ⓒGetty Images


‘145% → 20%’로 낮아진 관세, 내일 자정이면 다시 원위치?

양국은 5월 합의를 통해 미국이 부과해 온 최고 145% 관세를 20%까지 인하하고, 상호 보복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 합의는 8월 12일(현지시각) 자정에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을 경우, 중국발 상품에는 펜타닐 유입 책임을 근거로 한 20% 추가 관세기본 10% 관세가, 여기에 1기 때 도입된 25% 징벌관세까지 ‘누적’될 수 있다.

“관계가 조금 안정돼 보일 수 있으나, 결코 우호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구조적 탈동조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교역 악화, 네 달 연속 中 對美 수출 감소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7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1.7%를 기록하며 네 달 연속 감소했다. 5월 감소폭은 팬데믹 이후 최악이었다. 1~7월 중국의 對美 수입도 –10.3%로 급감했다.

주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중국 담당 책임자는 최종 합의 형태에 대해 “2020년 1월 체결된 ‘1단계(Phase One) 합의’의 속편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당시 중국은 2017년 대비 2,000억 달러어치 추가 구매를 약속했지만, 팬데믹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밤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빨리 대두(soybean) 주문을 네 배로 늘리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중국은 최근 대두 수입을 5월 36.2%, 6월 10.4%, 7월 18.4%씩 각각 확대했다.


‘트랜스십먼트(Transshipment)’ 논란이란?

트랜스십먼트는 관세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경유·우회하는 수출 방식이다. 중국의 對동남아 수출이 13.5% 늘면서, 미국산 통계상 “제3국 경유 중국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우회 물량에 일괄 40% 관세를 천명했으나,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다.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 Nvidia H20 판매 재개

미 행정부가 Nvidia의 AI 칩 ‘H20’에 대한 수출을 재허용하자 시장에서는 통제 완화 기대가 커졌지만, 테네오의 가브리엘 윌다우 전무는 “전략적 변화가 아닌 미세 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협상 카드로, 미 정부는 Nvidia·AMD의 중국 매출 15%를 ‘허가 비용’으로 징수하기로 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미국이 사실상 ‘수출 허가세’를 부과한다면, 이는 전례 없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다.” — 스티븐 올슨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선임연구원·前 미 무역교섭관

희토류 카드와 美의 계산

전 세계 희토류(稀土類) 공급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은 6월 미국에 대한 희토류 금속·자석 수출 규제를 완화하며 협상력을 높였다. 같은 달 희토류 수출은 전월 대비 60% 급증한 7,742t으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풍력터빈, 스마트폰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17종 금속 원소를 말한다. 중국이 공급을 조절하면, 미국·EU·일본의 제조업 생태계가 직접 타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수출통제에서 부분적 양보를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러시아산 원유 ‘세컨더리 관세’ 갈등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대해 ‘세컨더리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에 대해 관세율을 50%로 두 배 인상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7월 중국의 對러 수입액은 100억600만 달러로 올해 들어 최고치다.

시 주석은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4년째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을 논의했다. 에버코어 ISI의 왕네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푸틴의 밀착이 트럼프의 협상 전략에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해석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고금리·달러 강세 → 중국 제조업·수출 부담 가중
② 미국·EU의 ‘디리스킹’(de-risking) 전략 → 글로벌 공급망 이탈 가속
③ 對중 희토류·배터리 의존도
→ 미 정부의 ‘친환경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과 연동

시장에서는 최종 연장 가능성 60~70%로 보고 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확실치 않은 리더십이 변수다. 협상 결렬 시 세계 무역 규모의 34%를 차지하는 양국의 보복 관세가 단숨에 부활해, 글로벌 성장률을 0.4%p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레이스와 국내 정치 계산 속에서 ‘타협인가, 압박 강화인가’를 택할지가 관건이다. 중국 또한 성장률 5% 달성을 위해 수출 회복이 절실해 ‘극한 대치’를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용어 설명
트랜스십먼트: 제3국 경유를 통한 우회 수출.
세컨더리 관세: 제재 대상국과 거래한 제3국에 부과되는 간접 관세.
희토류: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17종 희귀 금속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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