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휴전 연장을 위한 스톡홀름 협상 재개

【스톡홀름발】 미국과 중국의 고위 경제·통상 대표단이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양측은 무역전쟁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고율 관세 문제를 해소하고, 100%를 훌쩍 넘는 보복관세의 부활을 막기 위한 ‘휴전 연장’ 방안을 논의한다.

2025년 7월 2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중국 국무원 부총리 허리펑(He Lifeng)이 수석대표를 맡는다. 이들은 미·중 대표단 회동 지난 5월 제네바, 6월 런던 회담에 이어 세 번째 대면 협상을 이끈다.

“이번 스톡홀름 라운드는 사실상 첫 ‘실질적 협상’이 될 것”

이라는 상하이 컨설팅사 플래넘(Plenum) 보정위안(Bo Zhengyuan) 파트너의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오는 8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지속가능한 관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미국발 145% 고율관세가 부활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는 6월 말 양국이 ‘에스컬레이션(단계적 상향)’을 멈추기 위해 맺은 잠정 합의의 시한이기도 하다. 반대로 미국 제품에는 최대 125%의 중국산 보복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 유럽연합(EU)과의 대비
이보다 하루 앞선 27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은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골프장에서 회동을 갖고 ‘EU산 제품 기본 관세 15%’에 합의했다. EU가 사실상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평가 속에,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더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 협상 범위는 드론·전기차·의류 등 소비재부터, 니비디아(Nvidia)의 차세대 ‘H20 AI 칩’·희토류 자석처럼 전략성이 높은 품목까지 포괄한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 카드’는 군수 장비부터 전기차 와이퍼 모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미국 산업을 겨냥한 주요 지렛대로 꼽힌다.

희토류(Rare Earths)란?
란탄계 17개 원소를 총칭하는 금속으로, 영구자석·배터리·레이더 등 첨단산업 핵심 소재다.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60~70%를 점유해, 무역 분쟁 시 ‘무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 협상 핵심 쟁점

  • 미국: 중국의 국가주도형 수출 드라이브가 세계 시장에 저가 공세를 야기, 자국 제조업을 침해한다고 주장
  • 중국: 미국의 국가안보 명목 수출 통제가 자국 기술 발전을 저해, ‘공정 경쟁’에 반한다고 반발
  • 공통: 100%를 넘는 기존·예정 관세 철폐와, 희토류·AI칩·의약품 등에 대한 상호 수출 제한 완화

이 밖에도 미국은 중국의 소비 중심 경제 재편을 촉구한다. 베센트 장관은 “부동산 침체 해결·사회안전망 강화 등 구조개혁 없이 중국의 수출 의존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시진핑 회담 성사?
협상 장외(場外)에서는 10월 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소사이어티 폴리시인스티튜트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스톡홀름 회담은 트럼프의 중국 방문 준비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세·수출 통제 갈등이 재현될 경우, 정상 외교는 물 건너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베트남·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에 15~20% 수준의 ‘신관세 수용’을 압박해 이미 선(先)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미·중 간 협상은 규모와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미·중 관세 현황

구분 현재 관세율 8월 12일 재부과 가능 관세율
미국 → 중국 55% (다층 구조) 145%
중국 → 미국 20%(펜타닐 사태) + 10%(상호관세) + 25%(1차 무역전쟁) 125%

베센트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데드라인 연장과 단계적 관세 인하를 동시에 꺼낼 예정이다. 반면 중국은 희토류·배터리 소재 수출 확대와 맞물린 미국산 고관세 단계 철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상무부 대표단은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 완화미국과의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대(對)중 무역적자는 2,955억 달러에 이른다.

협상장 외부 전경

전(前) 오바마 행정부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마이클 프롬먼(Michael Froman) 현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

‘관세 지렛대’만으로 중국의 경제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라며 신중론을 폈다.

전망에 대해, 국제 금융사들은 “이번 라운드에서 극적 합의는 어렵더라도, 추가 관세 폭탄을 막고 ‘정상 간 빅딜’의 토대를 다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다만 희토류·AI 반도체·제약 원료 등 전략물자 교역이 걸려 있는 만큼, 단어 하나·쉼표 하나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 용어 설명 – ‘니비디아 H20 AI 칩’
미국 반도체 기업 니비디아(Nvidia)가 2025년 상반기 출시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인공지능 칩. 기존 A100·H100 대비 전력 효율이 20% 이상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중국 기업의 수입 제한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됐다.

결국 스톡홀름 협상‘데드라인 연장’과 ‘전략물자 카드’라는 두 장의 퍼즐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 무역 질서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