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회피 위해 인도네시아로 이동하는 중국 자본… 2억7,000만 인구의 내수시장 ‘매력’

[자카르타 = 로이터] 미국발 고율 관세를 피하고 동시에 거대한 신흥 소비시장을 공략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대거 인도네시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산업용 토지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가오샤오위(高小宇) 대표는 “아침부터 밤까지 회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현 상황을 요약했다. 그는 2021년 직원 4명으로 PT 야드질 인도네시아를 설립했지만, 현재는 40명이 넘는 인력을 거느리고 있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30%가 넘는 관세를 유지하는 반면 인도네시아산 제품에는 19%의 관세만 적용하고 있어 ‘세이프티 밸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수치는 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과 같은 수준이며 베트남(20%)보다는 1%포인트 낮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경제권이자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라는 점에서 이웃 국가들과는 차별화된 이점을 갖는다.

“인도네시아에서 확고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면 동남아 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 자카르타에서 오토바이 헤드라이트를 판매하는 중국 제조업자 장차오는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12% 성장해 2년 만에 가장 높은 속도를 기록했다.

▶ 첫 물결은 베트남·태국, 두 번째 물결은 인도네시아
미·중 무역 갈등 초기에는 베트남과 태국이 수혜를 입었지만, 최근 관세 재조정 국면에서 인도네시아가 새 ‘핫스폿’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라 아리핀 뱅크오브아메리카 인도네시아 대표는 “역동적인 청년 인구가 풍부해 외국인 투자자가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중국과 밀착하는 차기 정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승리 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2024년 11월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으며, 2025년 5월에는 리창 중국 총리를 자카르타에서 맞이했다.


투자 통계
2025년 상반기 중국 및 홍콩의 대(對)인도네시아 투자액은 8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432조6,000억 루피아(265억6,000만 달러)로 2.58% 늘었으며, 정부는 하반기에 더 큰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수요 폭증에 따른 토지·임대료 상승
서부자바 수방에 위치한 ‘수방 스마트폴리탄’ 산업단지(총 2,700헥타르)는 중국 투자자 문의가 급증했다. 운영사 수랴치프타 스와다야아벳네고 푸르노모 부사장은 “미·인도네시아 관세 협정 발표 직후 전화·이메일·위챗이 불이 날 정도였다”며 “문의 기업이 모두 중국계”라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 PT 야드질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산업용 부동산·창고 가격은 전년 대비 15~25% 뛰어 20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물류 담당 책임자 리반 무난사는 “중국 기업들이 ‘크래시 프로그램’ 수준으로 즉시 가동 가능한 토지와 임시 건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실례: 사무실 임대료 급등
장차오는 2025년 5월 자카르타에 4층 규모의 신사무실을 연간 10만 위안(1만3,936달러)에 계약했다. 이는 전년 대비 43% 오른 금액으로, 숨은 수요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그는 “19% 관세는 예상보다 낮았다. 중국 내 순이익률이 3%에 불과한 반면, 인도네시아에서는 20~30% 달성도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 거대 내수시장의 힘
가계 소비는 인도네시아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2025년 2분기 소비 증가율은 4.97%로 소폭 가속했다. 투자 컨설팅사 데잔 시라 & 어소시에이츠마르코 포스터 ASEAN 디렉터는 “인도네시아는 단순한 공급망 다변화를 넘어 ‘거대한 국내시장’이라는 강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 용어·배경 설명
산업단지(Industrial Park)란 제조·물류 기업들이 기반 시설을 공유하며 집적 효과를 누리는 구역이다. 전력·도로·항만이 패키지로 제공돼 초기 투자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이 장점이다.
FDI(외국인직접투자)는 해외 기업이 현지에 지분·설비를 직접 보유해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투자를 말한다. 단순 주식·채권 투자와 달리 고용·기술 이전 효과가 크다.
루피아는 인도네시아 통화 단위이며, 2025년 8월 현재 1달러당 약 1만6,285루피아에 거래된다.

◆ 기자 시각·전망
중국 자본은 과거에도 미·중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우회 수출지’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베트남·태국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노동력·토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내수 성장성이 높은 인도네시아가 새 선택지로 부상한 것이다. 다만, 행정 절차 지연·인프라 부족·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남는다. 향후 미·중 관세 정책 변화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규제 개혁 속도가 현지화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환율: 1달러 = 7.1756 위안, 1달러 = 16,285루피아, 기사 기준일 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