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주가 23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등하며 아시아 지역 완성차 업체들의 상승세와 보조를 맞췄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신규 무역협정이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밀라노 증시에 상장된 스텔란티스 주가가 강세를 보였으며, 독일의 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BMW·포르쉐, 프랑스 르노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지프(Jeep) 브랜드를 보유한 다국적 완성차 그룹으로, 이날 장중 큰 폭으로 올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는 폭스바겐(VW),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가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르노(Renault)의 경우 2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정체됐음에도 주가가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번 유럽 시장의 랠리는 하루 전 아시아 시장에서 포착된 일본 완성차 제조사들의 급등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도요타자동차는 14% 급등하며 선두주자로 올라섰고, 혼다자동차는 11% 이상 치솟았다. 닛산과 마쓰다는 각각 약 8%·17% 급등했다.
한국 완성차 업체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자동차는 7.5%, 기아는 8.5% 뛰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서울 정부가 일본과 유사한 대미 무역조건을 확보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번 주가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대규모(massive) 거래’ 체결을 공식 발표한 직후 나타났다.
새 합의에 따라 일본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15%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특히 일본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부문에도 동일한 관세율이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08조 원)를 투자할 것이며, 그 가운데 미국이 ‘90%의 이익(Profits)’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자동차·트럭·쌀 및 일부 농산물을 포함해 자국 시장을 개방할 것이며, 상호주의 관세 15%를 미국에 지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정은 4월 트럼프 정부가 글로벌 관세 인상을 예고한 이후 체결된 여러 예비 협정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전날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성 부대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합의된 15% 관세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공언한 25%보다 낮지만, 일본이 요구했던 ‘전면 면제’ 조건과는 거리가 있다.
“오늘 발표된 미·일 무역협정은 일본 경제가 직면한 핵심 하방 리스크를 제거한다.”
영국 컨설팅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고객 메모에서 이렇게 평가하며 “이번 발표로 일본 수출업체가 미국에서 부담하는 평균 관세율이 약 1%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을 넘어, 미국의 다른 주요 교역 상대국인 EU와 인도와의 협상 방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주의 관세 인상 시한인 8월 1일이 임박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제프리스(Jefferies)는 보고서에서 “이번 합의가 일단락되면서 향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용어·배경 설명
관세(Tariff)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 및 교역 조건 조정 목적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 언급된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란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율만큼 동일하게 매기는 정책을 뜻한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2021년 PSA(푸조·시트로엥)와 FCA(피아트·크라이슬러) 합병으로 탄생한 다국적 자동차 그룹이다. 이 그룹은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푸조 등 14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기자 시각
이번 미·일 무역협정은 EU·한국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이 주시하는 ‘관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5%라는 수치는 당초 25% 관세 위협과 비교하면 낮지만, 무관세를 선호하는 글로벌 공급망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이다. 특히 EU가 미국 내 전기차(EV) 투자 확대, 농산물 시장 개방 등 교환조건을 통해 관세 인하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2018년 개정 한·미 FTA 체결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및 반도체 분야 ‘투자-양허 패키지’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