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앞두고 국제유가 급등

국제유가가 이틀간의 조정세를 마치고 급등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직접적 촉매가 됐다는 분석이다.

2025년 8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물은 전장 대비 1.32달러(2.11%) 오른 배럴당 63.97달러에 거래됐다. 이번 상승으로 최근 이틀간 누적된 하락분이 모두 상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만나 3년 넘게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회담 결과가 글로벌 원유 공급망과 수요 전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0~12일 내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러시아에 중대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또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더 높은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주요 수입국인 인도에 대해 25% ‘벌칙’ 관세를 전격 부과하기도 했다. 2023년 러시아의 원유 수출액은 1,220억 달러였으며, 그중 중국이 607억 달러, 인도가 486억 달러를 차지했다.

최후통첩 기한은 지난주 금요일 만료됐으나, 러시아는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정상회담 이후에도 전쟁이 계속된다면 가혹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회담이 불발될 경우 인도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거시경제·수급 변수도 복합 작용

미국에서는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와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유지시켰다. 다만 일부 트레이더들은 인하 폭이 당초 전망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는 상품이므로, Fed의 금리 정책 변화는 달러 가치와 유가에 직결된다. 금리 인하→달러 약세→유가 상승이라는 전통적 연쇄 작용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3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전 세계 정제 가동량은 하루 8,56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 근접이 예상된다.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160만 배럴 증가한 수치다.

한편 OPEC+ 회원국들은 이미 9월 증산에 합의했다. 북반구 하절기 수요 피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디젤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다수 트레이더는 “연말로 갈수록 수요 둔화와 공급 확대가 겹쳐 시장이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용어 해설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대표적 원유 선물 기준유다. 브렌트유, 두바이유와 함께 세계 3대 벤치마크로 꼽힌다.

Fed(연방준비제도)는 미국 중앙은행 체제의 통칭으로, 기준금리 결정과 달러 유동성 조절을 담당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연합한 협의체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0%를 조정한다.


전문가 시각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미·러 정상회담은 지정학적 리스크거시경제 변수가 동시에 집중되는 이벤트”라며, 협상 결과가 “단기 유가 방향성을 결정지을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합의 실패 시 추가 제재 및 관세 카드가 현실화돼 공급 충격이 불가피하고, 반대로 합의 성공 시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축소되면서 유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9월 OPEC+ 증산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측면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하반기 유가는 수급 균형 악화로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결국 알래스카 정상회담은 유가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플레이션, 신흥국 외환시장 등 연쇄적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어, 전 세계 투자자와 정책당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