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실적은 전반적으로 견조했으나, 투자자들의 시선은 인공지능(AI) 역량 확대를 위한 자본적 지출(capex) 계획에 더 깊게 쏠리고 있다. 매출이 수천억 달러 규모로 치솟는 가운데서도, AI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지출 전쟁’이 향후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2025년 11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거대 기술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는 AI 주도권을 선점하는 일이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스와 전자상거래 대기업 아마존 등 초대형 기술주 경영진은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입할 자본 계획을 연이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설비·인프라 투자가 월가의 기대에 부합하는 즉각적 수익성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AI 투자 붐은 또 다른 파급효과—즉,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모건스탠리의 시각: 성장 기여와 측정의 난제
모건스탠리의 세스 카펜터(Seth Carpenter) 등을 포함한 애널리스트들은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AI 자본지출은 2025년 성장의 주요 기여 요인이었 다. 그 기여도를 측정하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지만, 강한 지출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은 AI 투자의 규모 자체가 크고 명확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량적 기여분을 산출하는 작업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짚었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보다 핵심적인 질문이 “지출이 생산성 향상으로 언제, 어떻게 전환되는가”에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은 질문은 이 지출이 언제 생산성 부스트로 바뀌어 세계 최대 경제(미국)의 산출을 끌어올리느냐에 관한 것이다.”
과거 인터넷과 같은 신기술 도입은 대체로 2~3년의 시차를 거친 후 생산성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이후 한동안 그 효과가 지속되는 패턴을 보여 왔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시장은 AI에서도 유사한 패턴의 전개에 명확히 주목하고 있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AI 자체를 의심해서라기보다, 타이밍의 문제 때문에 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따라서 내년(향후 1년)에 대한 낙관적 전망(불리시 시나리오)을 제시하는 이들은, AI의 생산성 회수(returns)가 2000년대 인터넷 보급 당시보다 더 빠르게 가시화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비관적 전망(베어 시나리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광범위한 미국의 관세가 AI 열풍의 거시적 파급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건스탠리 팀은 관세 파급의 시계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관세의 전면적 효과는 이번 분기와 다음 분기를 거치며 경제 전반으로 관통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최선의 추정이다.”
용어 설명: ‘AI 투자(자본적 지출)’와 ‘생산성’, 그리고 ‘관세’
자본적 지출(capex)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칩, 네트워크, 전력·냉각 설비 등 장기 자산을 구축하기 위한 지출을 의미한다. 운영비(opex)와 달리 즉각적인 비용 처리보다 장기간 감가상각되는 항목이 많다. AI 시대의 capex는 GPU·AI 가속기 도입, 고속 네트워크(인트라·인터커넥트), 클라우드·엣지 인프라, 전력 인프라 증설까지 포괄한다.
생산성(productivity)은 보통 노동 1시간당 산출처럼 ‘투입 대비 산출 효율’을 측정한다. 신기술은 업무 자동화, 의사결정 보조, 신제품·서비스 창출 등 다양한 경로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한다. 다만 실제 데이터에 반영되기까지는 학습곡선,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보완적 투자의 누적 등으로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
관세(tariffs)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가격 인상·원가 부담을 통해 수입 감소 또는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광범위한 관세는 공급망 비용과 설비 조달 가격을 밀어올려, AI 인프라 구축에도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분석: AI 지출→성장→생산성으로의 전이 경로
이번 모건스탠리 분석의 핵심은 지출의 실물 경제 파급을 두 갈래로 구분한 데 있다. 첫째, 단기 경기(성장률) 측면에서 대규모 AI capex는 민간 투자의 확대를 통해 GDP에 직접 기여한다. 서버·칩·전력설비·건설 등 연관 산업으로의 파급으로 고용·소득 경로를 자극할 수 있다. 둘째, 중장기 생산성 개선은 조직의 업무 방식과 제품·서비스 구조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며, 보완 투자와 인적역량 축적을 필요로 한다.
이 전이 경로에서 측정의 난제가 발생한다. 투자금액은 회계상 비교적 명확하지만, 생산성 귀속 공헌도는 무형자산(모델·데이터·알고리즘·프로세스 혁신)에 분산되며, 표준 통계로 포착되기까지 시차와 추정 오차가 뒤따른다. 모건스탠리가 “측정이 생각보다 더 까다롭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시장과 경제학계의 시각 차 역시 타이밍 가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시장은 채택 확대→수익 실현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반면, 경제학자들은 조직 재설계·규제·인력 재교육 등 현실적 제약을 감안해 보수적 속도를 전제하는 경향이 있다. 본 보고서가 제시하는 불·베 시나리오 구분은 이러한 인식차를 반영한다.
관세 변수가 만드는 ‘속도조절’ 리스크
광범위한 관세는 AI 인프라 조달비용과 부품·장비 공급망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이는 동일한 투자금액으로 구축 가능한 설비 규모의 축소 또는 프로젝트 지연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 모건스탠리는 관세 충격의 파급이 “이번 분기와 다음 분기”에 걸쳐 경제 전반으로 관통될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이는 단기 성장 탄력과 투자 집행의 효율성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AI 투자→생산성으로의 전환 속도가 2000년대 인터넷보다 빠를지, 아니면 관세·비용 상승으로 인해 속도 조절 국면을 맞을지가 2025년 미국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된다. 모건스탠리는 강한 지출 자체는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물 데이터에 나타날 생산성 반전의 시점은 여전히 ‘관찰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기업과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기업 입장에서는 AI 도입의 학습곡선과 보완 투자를 고려한 단계적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 대규모 capex의 ROI 가시화까지는 업무 재설계와 데이터 거버넌스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투자자에게는 투자 사이클(설비 발주→구축→활용→효율화)과 관세 리스크의 시간차를 함께 추적하는 펀더멘털 점검이 중요하다. 이는 모건스탠리가 강조한 “지출과 생산성의 시간차”에 대한 실무적 대응이기도 하다.
핵심 요약
요컨대, 메타·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의 AI 자본지출은 2025년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으며, 그 규모는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생산성으로의 전이는 타이밍의 문제라는 점에서 여전히 논쟁적이다. 낙관론은 2000년대보다 빠른 생산성 실현을, 비관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미국 관세가 AI 붐의 거시 파급을 제약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모건스탠리는
“관세의 전면적 효과가 이번 분기와 다음 분기에 경제로 관통될 것”
이라고 전망하며, 지출-생산성-관세의 삼각 구도를 2025년 미국 경제의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