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AI 추론 수요로 2029년까지 NAND 시장 290억 달러 성장”

소위 ‘NAND’ 플래시 메모리 칩은 그동안 인공지능(AI) 열풍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제품으로 여겨져 왔다. 고성능 연산이 요구되는 AI 학습 단계보다는 데이터 보관·백업에 적합하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고객 메모에서 “AI 추론(inference) 수요 확대NAND 시장에 다시 성장세가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추론은 이미 학습을 마친 AI 모델이 예측·분류와 같은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막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읽고 저장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보고서는 특히 쿼드레벨셀(Quad-Level Cell·QLC)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AI 시대의 최적 솔루션’으로 지목했다. QLC SSD는 고용량·저비용 특화 제품으로, 속도보다는 용량 효율을 중시한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가격 경쟁력과 효율을 동시에 갖춰 이미 학습된 AI 모델의 저장·캐시 오프로딩 과정에서 강점을 드러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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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들의 가파른 수요를 근거로 “AI용 NAND가 2029년 전 세계 NAND 매출의 34%를 차지하며, 총 주소 가능 시장(TAM)에 290억 달러(약 39조 원)를 추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NAND가 다시 ‘핫’해지고 있다”며 “지난 2년 동안 뜨거웠던 AI 투자 흐름에서 소외됐던 NAND 부문이 AI 추론·인프라 확장 덕분에 재조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HDD의 용량 한계를 해결하려는 기업들은 이미 2026년 대규모 AI NAND·최첨단 니어라인 SSD 도입을 놓고 공급사들과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NAND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모건스탠리 보고서 중

보고서는 샌디스크(NASDAQ:SNDK), 삼성전자(KS:005930), 키옥시아(TYO:285A)를 이번 ‘NAND 구조적 사이클’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았다. 세 회사 모두 대규모 QLC SSD 양산 능력과 대형 클라우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용어·배경 설명

NAND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스마트폰·노트북·데이터센터 SSD에 광범위하게 쓰이며, 셀 단위 구조가 ‘NAND 게이트’ 형태를 이뤄 이름이 붙었다. QLC는 하나의 셀에 4비트를 저장해 TLC(3비트)나 MLC(2비트)보다 저장 밀도가 높다. 다만 저장·삭제 속도가 느려 서버용 캐시·백업 등에 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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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추론(Inference)이란 이미 학습된 모델이 실시간으로 입력 데이터를 처리해 결과를 내놓는 단계다. 학습(Training)과 달리 반복 업데이트가 적지만, 광범위한 질문·명령을 빠르게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저지연·고효율 스토리지가 필수다. 이때 SSD가 HDD 대비 10배 이상 빠른 ‘랜덤 읽기’ 성능을 제공해 경쟁 우위를 갖는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이번 모건스탠리 분석은 AI 인프라 시장의 무게 중심이 ‘연산’에서 ‘저장’으로 분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GPU·NPU 같은 고가 프로세서에 집중됐던 투자가 대용량·고효율 스토리지로 확대되면서, NAND 업계가 새로운 성장 축을 맞이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기자는 공급 부족 경고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회복 국면에 접어든 NAND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호황 사이클로 진입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QLC SSD와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조기에 도입해 AI 워크로드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편, 3D 적층 기술·PCIe 5.0 등 차세대 스토리지 솔루션도 병행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업계는 수익성 극대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공정 미세화·패키징 혁신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