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 근처에서 거래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에게 ‘현금 부자’ 기업을 담으라고 권고했다. 은행은 “자유현금흐름이 풍부한 기업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시장이 더 깊이 조정을 받더라도 비교적 잘 버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9월 12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이날 고객 메모를 통해 현금 대비 기업가치(Cash-to-Enterprise Value) 비율이 높고 향후 2년간 자유현금흐름 성장률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예상되는 러셀1000 지수 편입 종목들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은 기업이 영업비용과 설비투자(CAPEX)를 모두 지불한 뒤 손에 쥐게 되는 순현금이다. 이 자금은 신규 사업 확대·배당·자사주 매입·부채 상환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즉, 내부유보가 충분한 기업은 외부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1.
모건스탠리가 ‘현금 부자’ 전략을 제시한 배경에는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8월 신규 일자리 수가 2만2,000개에 그쳤다고 9월 12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또한 예비 연간 벤치마크 수정치에 따르면 2024년 3월까지 1년 동안 91만1,000개의 고용이 기존 발표치보다 적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실업률도 4.3%로 치솟아 거의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러셀1000 종목 중 부동산·금융·유틸리티 섹터를 제외한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기준을 적용해 스크리닝했다:
① 현금 대비 기업가치 비율 5% 초과 ② 향후 2년 연속 자유현금흐름 성장률 10% 이상 ③ 향후 2년 연속 투자자본수익률(ROIC) 7.5% 이상
선정된 주요 종목
도어대시(DoorDash)의 자유현금흐름은 올해 26.6%, 2026년 41.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총수익률은 연초 이후 55% 이상 올랐다. 회사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대시패스(DashPass)’ 가입자가 늘면서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 2025년 2분기 매출은 3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2025년과 2026년에 자유현금흐름이 각각 27.6%, 34.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주가는 54% 넘게 상승했다. 활동 사용자 수(Active Users)가 빠르게 불어나며 2025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페덱스(FedEx)의 자유현금흐름은 2025년 31.4%, 2026년 14.9%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화물 부문(프레이트) 분사를 추진 중이지만, 2분기 실적은 엇갈린 결과를 보였다. 올해 주가는 –19%로 부진했으나, 풍부한 현금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시장 금리가 높은 구간에서 자본 비용이 커지면, 외부 차입 의존도가 낮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물가·임금 압력이 지속될 경우 현금흐름 창출력이 견고한 기업일수록 비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크다. 반대로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때 자금조달 비용이 더 높아져 ‘이중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가격 조정보다 현금창출력, 재무 건전성, ROIC 같은 펀더멘털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모건스탠리뿐 아니라 다수 기관투자가가 강조해 온 퀄리티 팩터 접근법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물론, 풍부한 현금이 반드시 높은 주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페덱스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경기 민감도가 큰 업종에서는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자금으로 연구개발·M&A·설비투자 등을 지속할 여력이 있다는 점은 장기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1 용어설명: 자유현금흐름은 ‘영업현금흐름 – 자본적지출’로 계산된다. 이는 기업이 현금 유동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투자은행·신용평가사·사모펀드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