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유럽 AI·은행·방위 섹터 중심으로 펀드 자금 흐름 변화 관측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2분기 유럽 펀드의 보유 종목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AI) 인에이블러로 분류되는 종목에 대한 비중 확대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AI 도입 기업(adopter)과 잠재적 파괴자(wildcard)로 분류된 종목군에 대해서는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국제, 유럽 주식형 롱온리(long-only) 펀드 275개(운용자산 총 1조4,000억 달러 규모)를 대상으로 포지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유럽 AI 인에이블러에 대한 벤치마크 대비 평균 비중이 전 분기 대비 39bp(0.39%포인트)에서 69bp(0.69%포인트)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인에이블러 비중 확대를 견인한 종목은 르그랑(Legrand)과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였다. 지멘스에너지는 모건스탠리 자본재(캡털 굿즈) 애널리스트들이 ‘톱픽’으로 지목한 종목이다. 2분기 기준 르그랑을 오버웨이트(overweight)로 보유한 펀드 비율은 34%에서 40%로 뛰었고, 지멘스에너지는 12%에서 24%로 두 배 이상 늘었다.

AI 인에이블러이면서 동시에 AI 도입기업으로도 분류되는 SAP의 경우, 유럽 펀드에서 15bp, 글로벌 펀드에서 44bp만큼 비중이 상승했다. 다만 국제 펀드는 14bp 비중을 축소해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AI 도입 기업(adopter) 중 선호 종목으로 꼽히던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는 그룹 전체 포지셔닝이 11bp 감소해 총 47bp로 내려앉았다.

잠재적 AI 파괴자 또는 ‘wildcard’로 불리는 종목군에 대한 비중 축소도 이어졌다. 유럽 펀드 평균은 –21bp로 하락하며 ‘언더웨이트(underweight)’ 상태를 공고히 했다.


AI 섹터 밖에서의 움직임

AI 이외 영역에서는 중국 노출도가 높은 유럽 종목에 대한 조정이 세 그룹(글로벌·국제·유럽 펀드) 모두에서 확인됐다. 국제 펀드는 2분기 동안 170bp를 줄이며 ‘언더웨이트’로 전환됐고, 유럽 펀드는 42bp, 글로벌 펀드는 182bp씩 비중을 축소했다.

감소폭이 특히 컸던 영역은 명품(LVMH), 광산업체(Anglo American), 반도체 장비업체(ASML)였다. 미국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유럽 종목군 역시 글로벌 펀드 –47bp, 국제 펀드 –32bp로 비중을 감축했으나, 사프란(Safran)·에실로룩소티카 등 영향으로 여전히 오버웨이트(글로벌 +78bp, 국제 +105bp)를 유지했다.


방위·은행·통신 섹터 동향

유럽 방위산업 섹터는 비중이 또다시 올라갔지만 절대 수준은 낮았다. 2분기 말 기준 펀드의 35%~60%가 방위 섹터에 무포지션(zero exposure) 상태였다. 라인메탈(Rheinmetall)의 경우 65%~86%의 펀드가 비중을 두지 않았으나, 오버웨이트 비율은 12%~28%로 4~5%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주는 모멘텀을 이어갔다. 국제 펀드의 오버웨이트 비율은 59%, 유럽 펀드 56%, 글로벌 펀드 51%로 각각 3~1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가 오버웨이트 확대로 가장 두드러졌다. 운용자산 가중치 기준으로 글로벌 펀드는 은행 업종 +122bp, 국제 펀드는 +30bp 오버웨이트였으나, 유럽 펀드는 –161bp로 여전히 언더웨이트 상태였다.

추가로 국제 펀드는 통신주 비중을 확대해 벤치마크 대비 0.6배에서 0.9배로 높였다. 오버웨이트 비율도 31%에서 40%로 도약했다. 반면 명품주 비중은 감소해 국제 펀드는 오버웨이트에서 이퀄웨이트(equal weight)로 전환됐으며, 오버웨이트 펀드 비중은 50%(-5%p)로 하락했다. 글로벌 펀드는 벤치마크 대비 2.0배로 비중을 유지했으나, 1분기 2.4배보다는 낮아진 상태다.

독일 증시는 여전히 인기였다. 글로벌·국제 펀드 모두 독일 종목 비중을 늘렸으며, 글로벌 펀드의 오버웨이트 비율은 67%로 7%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액티브 롱온리 펀드의 현금 비중이 4월·5월보다 6월에 낮아져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 용어 및 개념 설명*

‣ Basis Point(bp) :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예컨대 69bp는 0.69%포인트와 같다.
‣ Long-only Fund : 공매도 없이 매수(롱) 포지션만을 운용하는 전통적 주식형 펀드.
‣ Overweight / Underweight : 벤치마크 지수 대비 비중이 높거나(Over) 낮은(Under) 상태를 뜻한다.
‣ AI Enabler / Adopter / Wildcard : 각각 AI 인프라·기술을 제공하는 기업, AI를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 그리고 AI로 인해 산업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킬 ‘잠재적 변동성’ 종목을 가리킨다.


기자 관전평

2분기 데이터는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도 자금이 ‘확신(high conviction)’ 테마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인에이블러·은행·방위처럼 구조적 이익이 예상되는 분야로 자금이 흘러들어간 반면, 중국·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명품 및 소재·산업재 비중은 빠르게 줄었다. 특히 방위산업의 낮은 보유 비율은 향후 지정학 변수에 따라 ‘후행적 추격 매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또한 현금 비중 감소는 연준 통화정책 경로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났음을 보여준다. 다만 AI 도입·Wildcard 섹터에서의 차익 실현 움직임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여전히 투자자들의 고심거리임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