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EU-미국 15% 관세 합의는 긍정적…세부 내용 확인 후 평가”

[로마]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체결한 15% 수입관세 ‘프레임워크(틀) 무역 합의’에 대해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세부 조항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7일, 로이터통신과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회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는 대서양 양측이 정면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며, 이번 합의는 그 같은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합의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15% 관세가 당초 계획했던 이전 관세에 추가로 부과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지켜져야 ‘감당 가능한(sustainable)’ 수준이 될 것” ― 조르자 멜로니


합의의 핵심 내용과 배경

미국과 EU는 이번 ‘프레임워크 무역 합의’를 통해 대부분의 EU산 상품에 대해 15%의 균일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양측이 2024년부터 물밑 협상을 진행해 온 상호 관세 조정 논의의 결과물이며, 복잡한 품목별 관세 체계를 단순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무역 분쟁 위험을 완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탈리아는 EU 회원국 가운데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2024년 기준 이탈리아의対美(對美) 수출은 약 770억 유로, 무역흑자는 400억 유로를 상회한다. 자동차 부품, 기계 설비, 패션·명품, 식품·와인 등 고부가가치 품목이 주력 수출품목이며, 해당 품목 대부분이 이번 15%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국민연합(FdI)·포르차이탈리아(FI)·동맹(Lega) 3당 연립 정부는 협상 초기부터 “높은 관세 장벽이 중소 수출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EU 차원의 피해 완화 기금 조성뿐 아니라, 국내 세제·금융 지원책을 병행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세부 지원책 요구

멜로니 총리는 서면 성명에서 “관세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을 업종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조치를 즉각 가동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동시에 EU 차원의 공동 지원 메커니즘도 발동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해당 성명에는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FI)과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교통인프라장관(Lega)도 공동 서명했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는 “단일 시장 차원에서 공동 대응책이 없다면 회원국 간 보조금 경쟁이 재점화될 위험이 있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유럽전략투자기금(EFSI) 수준의 대규모 기금이 재가동될 가능성을 시사했다.*1


용어 해설: ‘프레임워크 무역 합의’란?

프레임워크 무역 합의는 말 그대로 ‘틀(Framework)’만을 우선 설정해 두고 세부 실무 협의를 이어 가는 포괄적·단계적 무역 협정을 의미한다. ① 관세율 상한선 설정, ② 분쟁 해결 절차, ③ 협정 검토 주기 등 큰 줄기만 합의하고, 세부 품목 분류·산업별 예외 규정은 추후 기술 작업 그룹(TWG)을 통해 확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15%’라는 관세율도 향후 업종·분류 재조정 과정에서 유예·감면이 가능하며, 무조건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유럽계 투자은행의 통상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관세가 단일화된다는 점은 공급망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면서도, “사실상 관세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므로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과 수출 물량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명품·패션고급 식품 섹터가 타격을 받을 수 있으나, ‘메이드 인 이탈리아’ 브랜드 파워가 가격 전가를 통해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미국 내 산업계는 “EU가 지적재산권·디지털세·탄소국경조정제도 등 다양한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관세 합의는 ‘균형 맞추기’ 차원에서 필요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양측은 정치적 갈등 대신 실무 협상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향후 일정으로는 2025년 10월까지 품목별 세부 관세 코드분쟁 해결 절차를 확정해야 하며, 2026년 1월 1일부터 관세가 실제 부과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산업 구조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해 2025년 말까지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1 편집자 주: EFSI(European Fund for Strategic Investments)는 2015년 도입된 EU 중앙 재정지원 프로그램으로, 전략 인프라와 혁신 기업에 투자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