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한눈에 보기]
멕시코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 BYD와 테슬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특혜 규정 덕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중국,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가솔린 자동차에 50%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중국 제조 전기차를 겨냥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멕시코 전기자동차협회(Electric Mobility Association)의 에우헤니오 그란디오 회장은 “0→15→50%로의 단숨 점프는 게임 체인저”라며 “멕시코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에 급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1. 관세 인상 배경과 주요 내용
멕시코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북미 자동차 공급망 재편 압력이 커지면서, 2024년 관세율을 15%로 올린 데 이어 이번에 50%라는 ‘초고율’을 추진하게 됐다.
“50% 관세는 매우 공격적 숫자다” – 에우헤니오 그란디오 회장
관세 인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 신임 대통령 클라우디아 세인바움이 이끄는 집권 모레나(Morena)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비(非)FTA국 자동차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BYD·테슬라 전기차가 타깃이 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2. 미국 ‘빅3’는 왜 피해 가나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엔 “모든 수입차에 똑같이 때리는 관세”로 보이지만, 2003년 제정된 ‘생산 연계 무관세 쿼터’라는 규정이 있다. 멕시코 현지에 조립 공장을 둔 업체는 전체 생산량 중 일정 비율만큼 비FTA국에서 완성차를 들여와도 0% 관세 혜택을 받는다. GM·포드·스텔란티스가 여기에 해당돼, 중국 공장에서 만든 차량 일부를 그대로 들여오더라도 관세 부담이 없다. 반면 테슬라·BYD는 멕시코 공장을 아직 가동하지 못한 상태라 이번 타격이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3. 테슬라·BYD의 멕시코 투자 난항
테슬라는 2023년 북부 누에보레온주에 ‘세계 최대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글로벌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를 이유로 공사 착공을 중단한 상태다. 해당 공장은 최대 6,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현재까지 재개 일정이 불투명하다.
테슬라 오너스 클럽 멕시코(Tesla Owners Club Mexico)의 살바도르 로사스 부회장에 따르면, 2023년 중반 이후 멕시코에서 판매된 모델3·모델Y는 모두 상하이 기가팩토리 생산분이다. 그는 “테슬라가 멕시코 내 재고를 상당히 비축해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물량으로 시간을 벌어 다른 지역 공장에서 수입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YD 역시 2023년 멕시코 공장 설립계획을 밝혔지만, 2024년 현지 당국의 반발과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압박을 우려해 계획을 철회했다. BYD는 ‘미·중 무역정책 불확실성’을 공식 이유로 들었고, 중국 정부도 ‘기술 이전 리스크’를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4. 멕시코 전기차 시장 성장세와 관세의 파장
BYD는 2024년 한 해 동안 멕시코에서 약 4만 대를 판매해 전기·플러그인 차량 시장의 절반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2025년 8월에는 “판매 속도를 두 배로 끌어올렸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관세 인상안이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전망이다.
BYD 차는 중국 정부 보조금과 낮은 인건비를 기반으로 ‘가성비’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관세가 50%로 오를 경우 현지 소비자가격이 대폭 상승해 GM·포드·스텔란티스와의 가격 차별화가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5. 국제 사회 반응
멕시코의 관세 발표 직후 중국 상무부는 “멕시코는 이번 조치가 자국 비즈니스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의 플라비오 볼페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조치”라며 “미국 업체들이 BYD와의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에서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시장은 멕시코뿐이다.” – 플라비오 볼페 APMA 회장
6. 용어 설명※알려두면 유용한 배경 지식
관세(Tariff) : 국가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 보호무역·재정 수입 확보·보복조치 등 다양한 목적이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 국가 간 상품·서비스 교역 시 관세·무역장벽을 대폭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협정. FTA 미체결국 제품엔 일반적으로 높은 관세가 적용된다.
빅3(General Motors·Ford·Stellantis) : 전통적으로 북미 자동차 시장을 주도해 온 3대 완성차 업체. 멕시코 현지 생산기반을 보유해 관세 혜택을 받는다.
7. 전망과 전문적 인사이트
단기적으로 BYD·테슬라가 맞닥뜨릴 가격 인상 압력은 멕시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세 50%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 약화’ 수준을 넘어, 현지 소비자에게 구매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꺾일 위험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현지 생산 투자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테슬라 기가팩토리 건설 재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멕시코 정부 또한 ‘친환경·하이테크 산업 유치’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내외부 정치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자를 견인할 전략적 유연성이 요구된다.
한편, 멕시코가 북미 내 유일한 고성장 자동차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 소비자의 선택권 축소, 친환경차 전환 속도 저하,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불씨 등 다양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도 멕시코를 둘러싼 자동차 ‘생산 허브’의 지형 변화가 가속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