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발 항공 업계 핫이슈
2025년 7월 22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가 미국과의 항공 규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수일 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쟁의 배경은 미국 교통부(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DOT)가 지난 7월 20일(토) 멕시코 항공사들에 대해 항공편 스케줄 사전 제출을 의무화하고, 멕시코 정부가 미국 측 우려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노선 승인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통보한 데서 비롯됐다. 또한 DOT는 델타항공(NYSE:DAL)과 아에로멕시코(Aeromexico)의 조인트벤처(JV)에 부여된 반독점 면제(antitrust immunity)를 취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멕시코 측 입장과 협상 전망
멕시코 신임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은 22일(화) 정례 기자회견에서 “워싱턴이 제시한 몇 가지 구체적 요구사항을 분석 중이며, 대응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다면 대안을 제시하되,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멕시코 교통부와 면담을 진행한 저가 항공사 볼라리스(Volaris)의 엔리케 벨트라네나(Enrique Beltranena) 최고경영자(CE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콜에서 “양국 정부가 합리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정에 도달할 것으로 매우 확신한다”며 “해결책이 수 일 내 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등의 핵심 쟁점: 슬롯(slots)·공항 이전·반독점 면제
미국 측은 멕시코 직전 정부가 2023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MEX)의 화물 노선을 신공항인 펠리페 안헬레스 국제공항(AIFA)으로 일괄 이전하도록 결정하고, 동시에 여객 슬롯(이착륙 허가 횟수)을 감축한 조치가 경쟁 환경을 왜곡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교통부는 멕시코 항공사에 대한 규제 강화와 델타·아에로멕시코 JV 면제 철회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슬롯은 항공기에 할당된 이·착륙 시간대를 의미하며, 공항의 혼잡도를 조절하고 항공사 간 공정 경쟁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규제 수단이다. 한편 반독점 면제는 두 항공사가 노선·운항시간·요금 등을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면제가 취소될 경우 양사는 코드셰어·가격설정 등에서 다시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하므로 시장 전략에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새 공항 AIFA의 현황과 문제점
펠리페 안헬레스 국제공항은 전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대통령의 역점 사업으로 2022년 개항했다. AMLO 전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의 과밀 해소”를 명분으로 화물 노선 강제 이전과 슬롯 감축을 단행했으나, 국제 화물업계는 “AIFA가 이미 화물 처리 한계에 도달했다”며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주 공개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AIFA 화물 터미널은 2025년 상반기 기준 처리량이 포화상태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원거리에 위치한 공항 특성상 여객 이동 편의성 지표(교통·접근성 등)는 60% 수준에 머물렀다.
항공업계 반응 및 전망
Volaris 외에도 멕시코 주요 항공사들과 화물 운송 기업들은 “양국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항공 운임 상승과 노선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미 교통부가 델타·아에로멕시코 JV 면제를 폐지할 경우 미·멕시코 간 공동 운영 노선에 대한 가격경쟁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델타·아에로멕시코 JV 양사는 해당 제안에 대해 9월 2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시한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반독점 면제 유지 여부는 미 교통부의 최종 결정에 달려 있으며, 결과에 따라 노선 공급 조정·제휴 구조 개편이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 해설
“슬롯 감축과 공항 이전은 공항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적 트렌드이나, 이해관계자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 추진될 경우 국제 항공 규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 익명 항공 정책 전문 변호사
항공 규제 전문가는 “멕시코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자국 공항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슬롯 재조정 또는 화물·여객 단계적 분산 같은 대안적 절충안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곧 양측이 필요한 정치적 명분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윈윈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관측통은 “AIFA 확장 투자와 연계해 미국 화물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될 경우, 이번 갈등이 양국 물류 협력 강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일정·관전 포인트
• 볼라리스 CEO가 언급한 “수일 내 합의”가 달성될 경우, DOT의 스케줄 제출 명령 및 JV 면제 철회 절차는 자동 중단 혹은 완화될 수 있다.
• 반대로 협상이 지연될 경우, 9월 2일 이전에 델타·아에로멕시코가 새로운 합작 구조를 제시할지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된다.
• AIFA 화물 터미널 확장 계획과 슬롯 재분배 방안을 멕시코 정부가 구체적으로 공개할지도 주목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멕시코·미국 항공시장 규모는 연간 약 3000만 명(2024년 기준)에 달한다”면서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양국 경제 모두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 기사에 사용된 전문 용어 해설
① 슬롯(Slot): 공항이 항공사에 배분하는 특정 시간대의 이·착륙 권한으로, 공항 혼잡을 조절하고 항공사 간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제도다.
② 반독점 면제(Antitrust Immunity): 두 항공사가 노선, 요금, 스케줄을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경쟁법 적용을 일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제도로, 연합 노선 운영 및 공동 마케팅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목적이다.
③ AIFA: 2022년 3월 개항한 Felipe Ángeles International Airport의 스페인어 약칭. 멕시코시티 북동쪽 약 45k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군·민 겸용 공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