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플랫폼스 주주 소송 — 80억 달러 회수 여부 주목
델라웨어 체리 판결로 유명한 카탈린 맥코믹 델라웨어 형평법원(Chancery Court) 수석판사 앞에서 비배심(non-jury) 재판이 16일(현지시간) 개시됐다. 원고인 메타 플랫폼스(구 페이스북) 주주들은 2019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지불된 50억 달러 행정벌과 관련 법률 비용 등 총 80억 달러(약 11조 원)를 회사에 되돌려 달라며 이사 11명을 상대로 책임을 묻고 있다.
2025년 7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첫 증언대에 오른 이는 제프리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현직)으로, 그는 2018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메타 사외이사를 지냈다. 자이언츠는 “FTC가 처음에는 ‘수십억 달러’ 이상을 요구했지만 50억 달러에 합의할 의사가 있었고, 무엇보다 마크 저커버그를 피고로 명시하지 않는 조건이 중요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재판에서 “저커버그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었다“며 “창업자 겸 CEO로서 회사 성장의 ‘드라이빙 포스’였기에 계속 경영에 전념하도록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부 주주들이 제기한 ‘이사회가 저커버그 개인을 보호하려 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회사의 최우선 과제는 성장과 규제 리스크 최소화였다.” — 제프리 자이언츠 증언 中
재판은 7월 2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판결(책임 인정 여부 및 손해배상액)은 수개월 뒤 내려질 전망이다.
원고 측 주장 vs. 피고 측 반박
노동조합 연금 등으로 구성된 원고 측은 마크 저커버그 전 CEO와 셰릴 샌드버그 전 COO가 회사를 ‘불법 데이터 수집 회사’처럼 운영했다고 주장한다. 이사회가 감독 의무(fudiciary duty)를 소홀히 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으므로, 11명 이사가 회사에 80억 달러를 상환해야 한다는 논리다.
피고 측 변호인은 법정 밖 언급을 피했으나, 서면 답변을 통해 “페이스북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의 기만(deceit)에 피해를 입은 쪽”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참고: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에 데이터를 제공한 영국계 정치 컨설팅 업체로,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무단 활용한 사실이 2018년 폭로됐다가 결국 파산했다.
이사회 주요 인물
피고 명단에는 벤처투자가 마크 안드리센(안드리센 호로위츠 공동창업자·메타 이사), 피터 틸(팔란티어 공동창업자·전 이사)과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공동창업자·전 이사) 등이 포함돼 있다. 안드리센은 17일(현지시간) 증언할 예정이다.
‘케어마크(Caremark) 청구’란?
이번 소송은 이사들이 회사 운영을 고의로 방치하거나 감독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음을 입증해야 하는 Caremark claim 유형이다. 델라웨어 회사법상 가장 입증이 까다로운 소송으로 알려져 있다.*1
*1 Caremark International 사건(1996) 판례에서 비롯된 용어로, 이사회가 ‘감독 실패(failure of oversight)’로 회사에 심각한 손실을 끼친 경우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이다.
규제·입법 환경 변화
올해 초 델라웨어 주의회는 지배주주와의 내부 거래 소송 난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회사법을 개정했다. 이는 저커버그처럼 의결권이 집중된 창업주가 있는 기업에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Caremark 청구는 이번 개정안 대상이 아니었다.
한편,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7월 초 본사를 델라웨어에서 네바다로 이전하며 “델라웨어 법원의 예측 불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지난해 맥코믹 판사가 일론 머스크의 560억 달러 테슬라 보상 패키지를 무효화한 판결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망 및 시사점
법조계는 이번 재판을 ‘테크 거버넌스’의 분수령으로 본다. 핀테크·플랫폼 업계가 사용자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둘러싼 규제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이사 책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메타는 2019년 이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강조하지만, 원고들은 “이는 사후약방문”이라고 반박한다.
전문가들은 “판사가 Caremark 요건 충족을 인정할 경우, 미국 기업 이사회는 사이버·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대로 피고 측 승소 시, 델라웨어는 지배주주 친화적이라는 기존 평가를 일부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