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 Inc.)가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스타트업 리보스(Rivos Inc.)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메타가 자사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전략의 핵심인 자체 칩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리보스를 전격적으로 품에 안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현재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메타 내부 사정에 밝은 두 번째 소식통은 “메타는 이미 리보스의 주요 고객 중 하나였으며, RISC-V® 기반 칩 설계 능력을 눈여겨보며 수개월 전부터 인수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리보스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테크 코리도로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는 인텔(Intel) CEO 리프-부 탄(Lip-Bu Tan)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리보스의 핵심 기술은 오픈소스 명령어 집합 구조(Instruction Set Architecture, ISA)인 ‘RISC-V’를 기반으로 서버·데이터센터용 시스템온칩(SoC)을 설계하는 것이다. RISC-V는 Arm·인텔 x86·AMD 등 상용 ISA에 비해 라이선스 비용이 없고 설계 자유도가 높아, 최근 빅테크와 스타트업 모두가 주목하는 차세대 아키텍처로 꼽힌다.
거래 금액·지분 구조·통합 일정 등 주요 세부사항은 베일에 싸여 있다. 메타와 리보스 모두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메타가 이번 인수로 확보하게 될 인력은 ▲고성능 프로세서 설계 엔지니어, ▲물리적 레이아웃 전문가, ▲칩 검증·테스트 팀 등 100여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업계 복수 관계자는 “외부 AI 가속기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반도체로 초거대 AI 모델 학습 비용을 절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메타는 이미 Rivos의 가장 큰 고객 가운데 한 곳이었고, RISC-V 로드맵을 메타의 대규모 AI 인프라에 맞춰 최적화해 왔다.” — 익명을 요구한 두 번째 소식통
올해 3월 로이터는 메타가 사상 첫 자체 AI 학습(Training)용 칩 ‘MTIA(Meta Training Inference Accelerator)’의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메타는 “NVIDIA H100·A100 같은 고가 GPU 의존도가 과도하다”며 데이터센터 전력·냉각·서버 면적을 절감하기 위해 자체 칩 도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리보스까지 인수할 경우, 설계부터 양산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합해 칩 개발 주기를 대폭 단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메타는 2023~2024 회계연도에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엔비디아(NVIDIA) GPU 수만 대를 확보하면서 투자비용이 급증했다. 그 결과 ‘레거시’ 데이터센터를 ‘AI 최적화’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설비투자(CAPEX)가 연간 400억 달러(약 54조 원)까지 치솟았다는 것이 월가의 공통 분석이다. 메타는 이를 ‘필수적인 장기 투자’로 규정했지만, 여전히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2024년 8월 “리보스가 기업가치(Valuation) 20억 달러 이상을 목표로 신규 펀딩 라운드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펀딩 대신 M&A 트랙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9월 초 “메타가 리보스 전체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처음 전했다.
■ RISC-V가 무엇인가?
RISC-V는 ‘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 Five(다섯 번째 버전)’의 약자로, 2010년 미국 UC 버클리 연구진이 개발·공개한 ISA다. 라이선스 로열티가 없고, 누구나 설계·수정·배포할 수 있는 ‘오픈소스’ 방식이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이 거액의 라이선스 비용 없이도 독자 칩을 만들 수 있고, 기업 맞춤형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최근 애플, 구글, 퀄컴,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도 RISC-V 국제협회(RISC-V International)에 가입하며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 전문가 시각과 향후 관전 포인트
1) 시장 구조 재편 – 메타의 리보스 인수는 ‘하드웨어 내재화’를 가속해, 클라우드·SNS 빅테크 간 칩 주권 확보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2) 공급망 리스크 완화 –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메타는 외부 파운드리 계약 다각화와 RISC-V 개방형 생태계 참여를 통해 ‘공급망 레질리언스’를 강화할 수 있다.
3) 메타 실적 영향 – 단기적으로는 인수 가격·통합 비용이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초대규모 AI 학습·추론 비용을 절감해 영업이익률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4) 규제 및 승인 절차 – 미국·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국방수출통제 규정(ITAR)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메타는 지난 2년간 ‘레거시’ 소셜미디어 광고 수익에 의존하던 경영 전략에서 탈피해, ‘메타버스·AI 퍼스트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선언했다. 이번 리보스 인수를 통해 CPU·GPU·ASIC을 모두 자체 설계·통제하는 파운드리 레벨의 통합전략(Full-Stack)이 현실화한다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스레드 등 메타 생태계 전반에 걸쳐 AI 및 추천 알고리즘 성능 향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 단어 설명: ‘RISC-V’는 칩의 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의 명령 체계를 말한다. ‘ISA’는 CPU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명령어)를 정의한 ‘설계 도면’으로, 소프트웨어(운영체제·앱)와 하드웨어(칩)를 연결하는 가교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