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리얼리티랩스, 2분기 영업손실 45억3천만 달러…‘메타버스 베팅’ 적자 확대

마크 저커버그, 오리온 AR 글래스 시연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2024년 9월 25일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Meta Connect)’ 행사에서 오리온(Orion) AR 글래스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고 있다. 메타는 해당 기기를 포함해 차세대 가상·증강현실 디바이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관련 사업 부문인 리얼리티랩스(Reality Labs)의 적자가 다시 한 번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2025년 7월 3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리얼리티랩스 부문에서 45억3천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억7천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월가가 예상한 손실 49억9천만 달러, 매출 3억8천1백만 달러보다 다소 양호한 수치이나, ‘적자 행진’ 자체를 멈추지는 못했다.

리얼리티랩스는 퀘스트(Quest) 가상현실(VR) 헤드셋 시리즈,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글로벌 광학기업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와 손잡고 내놓은 레이밴 메타(Ray-Ban Meta) 스마트글래스 등을 총괄한다. 메타 측은 “리얼리티랩스가 장기적으로 새로운 몰입형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할 핵심 축”이라고 강조해 왔으나, 척박한 수익 구조 또한 뚜렷하다.


“Reality Labs logged an operating loss of $4.53 billion.”원문 인용

메타는 2020년 말 이후 누적 약 70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리얼리티랩스에서 기록해 왔다. 2025년 1분기에도 42억 달러 적자를 냈으며 매출은 4억1천2백만 달러였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비가 발생하는 이유는 VR·AR 전용 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공간 오디오 등 복합 기술을 동시에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제품은 시장 반응이 호전되고 있다. 에실로룩소티카는 2025년 상반기 레이밴 메타 스마트글래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7월 28일 밝혔다. 양사는 6월에 오클리 메타(Oakley Meta) 신모델을 공개하며 협업 범위를 확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메타는 4월 말 오큘러스 스튜디오(Oculus Studios) 소속 VR·AR 소프트웨어 인력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고 했다고 확인했다. ‘메타버스 전담 인력’ 구조조정은 2023년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생산성과 연구 집중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용어 설명 및 배경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디지털 공간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3차원 플랫폼을 뜻한다. AR(증강현실)은 현실 공간 위에 디지털 정보를 덧입히는 기술, VR(가상현실)은 완전히 가상 환경으로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기술로 구분된다. 메타는 이 둘을 결합해 생활·업무·엔터테인먼트 전 분야를 아우르는 차세대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퀘스트 VR 헤드셋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일반 소비자용 시장을 공략하지만, ‘킬러 콘텐츠’ 부족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반대로 레이밴 메타 글래스는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핸즈프리(Hands-free)’ 사진·영상 촬영, 음악 스트리밍, 음성비서 기능을 제공해 웨어러블 기기 초심자에게 소구력이 크다는 평가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VR·AR HMD(Head Mounted Display) 출하량은 2024년 이후 연평균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형 기술기업들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긴 요원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메타가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하드웨어 선점을 지속하는 이유는, 미래 플랫폼 지배력이 광고·소셜네트워크 의존도를 대체할 열쇠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얼리티랩스의 적자가 단기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남는다. 그러나 AI 투자 확대와 메타버스 투자 축소 사이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장기 기술 패권’ 대 ‘단기 수익성’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메타의 행보가 기술주 전반의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에서 의미 있는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 전까지는, 스마트글래스처럼 비교적 판매 호조를 보이는 제품군의 성과가 투자 심리를 좌우할 전망이다. 저커버그 CEO는 “소셜·AI·메타버스의 세 축을 통합해 차세대 인터넷을 재정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다. 시장은 당분간 그의 장기 비전을 믿고 기다릴지, 혹은 실적 압박에 무게를 둘지 기로에 서 있다.

메타 AI 전략 관련 영상 썸네일

메타는 같은 날 영상 컨퍼런스를 통해 초거대 AI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도 재차 설명했다. 회사는 “AI 슈퍼인텔리전스가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한다”며 전력·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이는 리얼리티랩스와 별개로, AI 역시 거액의 선행 투자가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이처럼 다층적 R&D는 메타의 미래 가치를 뒷받침할 ‘모험 자본’ 성격을 띠지만, 단기 손익 지표는 변동성을 확대한다. 애널리스트들은 “AR·VR 시장이 임계점을 넘기 전까지 매 분기 40억~50억 달러 손실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보수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